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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보름간의 일정으로 한일 사회과 교사 교류사업 일본방문 행사에 참가하였다. 한일 사회과 교사 교류사업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한·일 공동개최를 기념하여 양국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들의 상호 교환연수를 통해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상대국에 대한 교육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8년 재단이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에 제의하여 올해 처음 시작된 행사다.

한국 교사들의 일본 방문에 이어 11월에는 일본 교육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한국 교육자 대표단은 22명의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 외에 교육부 소속 교육행정가, 교과서 편집자 및 재단직원 각 1명씩 총 25명으로 구성되었다. 한일 양측은 교사참가자 중 역사교사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여 이제까지 논의 자체를 피해왔던 역사문제를 거론해 본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번 일본 방문 일정에 재단직원 자격으로 동행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기대되었던 부분은 일본역사에 대한 강의 부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역사 전문가들이 한일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아마 참가자 모두에게 최대의 관심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본개설”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은 일본의 문화적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의 강의로 흔히 섬나라가 갖는 축소 지향적이며 폐쇄적인 성격으로 일본인을 규명하는 데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일본의 역사강의는 고대 및 중세, 근대, 근세 그리고 현대역사의 순으로 이어졌다. 일본 천황의 상징적 의미와 쇼군의 탄생과 그 위상, 18세기 초 에도시대에 일본에 고급문화를 전해주던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 근세와 근대에 들어 일본은 한국 및 주변국에 많은 실수를 범했으며 고통을 안겨 주었다며 참가자들의 시선을 피하던 어느 노교수…. 긴 역사의 흐름 속에 지속되었던 양국의 교류사를 모두 이해하고 소화해 내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이 일본에 대하여 너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고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질의응답을 하는 강의형태로 여러 교사 참가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도 많지 않았나 싶다.

이번 한일교사교류사업은 JF에서 지난 70년대 이후 줄곧 시행해 오고 있는 해외중고교교사 초청사업과 다소 성격을 달리 하여 별도 사업으로 시행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행사운영의 큰 틀은 기존 교사초청사업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역사강의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둔 점이었다. JF의 해외중고교교사 초청사업은 연간 약 80여개 국가에서 300여명의 교사를 초청하는 대형사업으로 연중 4회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우리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해외교사사업(한국학 워크숍)과 비교하여 오랜 기간동안 지속해 온 사업답게 참가인원이나 예산면에서 그 규모가 훨씬 큰 사업이다. 작년과 올해 두 해에 걸쳐 재단 해외교사 초청사업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유사사업이 어떤 조직에 의해 어떻게 운영되는지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JF, IHCSA(외무성 산하 서비스업체), 해외교육사정연구회 사이의 효율적인 분업체계는 참으로 부러운 면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국제 행사를 진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에스코트나 통역자와 같은 유능한 전문인력이 다수 양성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화려한 역할을 차지하고자 하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참다운 역할 분담을 이루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