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긍정적 발전의 토대, 제5차 한·러 포럼

필자는 작년까지 3년 6개월간 재단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재단의 여러 사업팀과는 성격이 다른 일을 맡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인사교류팀으로 발령이 났을 때 여러모로 변화된 재단 내부의 업무처리 방법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SARS, 급성호흡기 증후군)가 뜻하지 않게 발생하여 상반기에 진행하려던 사업이 연기되어 비교적 여유있게 제5차 한·러 포럼을 준비할 수 있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의견 일치
제5차 한러포럼에 참가한 양측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10월 16~17일 이틀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한·러 포럼은 한국과 러시아의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과학기술계 고위급 인사 30여 명이 참가하여 한·러간 주요 현안과 관심사항을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교류의 장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특히, 북핵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러 양국 공동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에 개최된 포럼이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우리 측은 북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면서 실질적인 경제협력의 증진과 과학기술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희망하였다. 러시아 측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한국과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이 러시아가 중국에 못지않은 교역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역의 확대를 바랐으나, 우리 측은 러시아의 경제통상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투명성 결여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희망하였다.

항공우주사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어
둘째 날은 모스크바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까롤로프(Korolev)라는 도시로 자리를 옮겨 과학기술관련 회의를 개최하였다. 러시아 우주산업의 선구자인 Sergey P. Korolev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이름을 따서 개칭된 이 우주과학도시는 일반인의 방문이 제한되는 지역으로 약 13만 명에 이르는 주민 대다수가 항공우주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냉전시대 구소련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사뭇 긴장되었지만,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가가린이 탑승하고 지구로 귀환하였던 실제 비행선과 우주관제센터를 둘러보면서 러시아의 첨단 우주과학기술의 발전상에 감탄했다. 러시아 측은 우주항공기술을 이용한 몇 가지 사례를 보여주며 향후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희망한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였다.

러시아의 변화와 발전
러시아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 참석하면서 여러 가지로 러시아의 현실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여권 확인 등의 입국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개 간소한 절차를 거치는 출국 때에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바쁜 걸음으로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하지만, 분명 러시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치적 안정과 석유 덕분인지 러시아 경제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단편적인 사례겠지만 포럼이 열린 외교아카데미 건물은 내부 리모델링을 하여 산뜻한 모습이었고, 현지 주최 측도 과거와는 달리 행사에 대해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러시아 사람들도 달라졌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노년층들에 비해 젊은이들은 사고나 행동이 훨씬 빨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면에서 부족함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년으로 다섯 번 개최된 한·러 포럼이 해를 거듭할수록 내실있고 더욱 의미깊은 사업으로 발전되고 있음도 분명하다. 이 포럼이 계속되면서 한국과 러시아의 미래와 양국간 협력관계 발전을 위하여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