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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러시아

필자는 러시아 국립극동대학 대학원생으로 한국과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경제관계’를 주제로 연구활동 중이다. 3개월 동안 한국의 학자 및 사업가들로부터 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관계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는 한편, 각종 논문, 기사 및 보고서를 수집하여 연구하였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한·러 경제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
현재 한국의 경제 및 정치 상황과 관련하여,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에는 천연자원, 특히 에너지 자원이 매우 부족하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와 한국에 인접한 극동지역에는 다양한 천연자원이 풍부한데, 특히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와 천연가스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사업가들이 러시아 내 천연자원 개발사업과 관련한 협력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둘째로는 현재 중동지역의 복잡한 정세에 따른 변화요인을 들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수입해왔다. 그런데 한국정부와 재계 지도자들은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 경제에 대한 한국의 주요 관심사가 천연자원이기는 하지만, 다른 경제분야에서의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수출 주도전략이 아직도 유효한 상황에서 최근의 경제침체로 인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 러시아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갖춘 한국 상품이 진출할 수 있는 주요한 시장 중 하나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되었고, 이는 노동집약산업 일부가 해외로 이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러시아 극동지역에도 한국 의류공장이 많이 이전되어 가동 중이다.

마지막으로 남북한의 통일 가능성, 혹은 적어도 경제협력 가능성이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관계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된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남북한에 가장 인접한 지역이므로 3국간 경제협력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3국간 경제협력 가능성은 수년간 활발하게 논의되어 온 특정 사업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향후 유망 경제협력사업
-에너지 자원 개발과 파이프라인의 건설

국제경제의 세계화 속에서 한국과 러시아 간 가장 유망한 협력방법은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가스 수송 및 전기에너지 수출과 관련된 합작투자이다. 이러한 협력의 전략적 전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역에 통합된 에너지 생산 지대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러시아 동부지역은 많은 잠재 자원과 긍정적인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음에도 외국 투자와 자원개발을 위한 기술을 유치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안정, 지역적 불균형의 타파, 수송 및 에너지 기반 개발, 러시아 동부지역의 경쟁력 제고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과 사하, 이르쿠츠크, 사할린 등 러시아 극동 3개 지역과 사업이 논의 중에 있다. 특히 사할린과의 사업은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환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할린 지역의 천연자원은 매우 풍부하여 석유 10억 톤, 가스 35억 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한국, 일본, 미국 투자자들이 이 지역 자원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동부지역 천연가스 개발의 경우에는 동남아시아까지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북한을 통과하도록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3국간 협력이 필요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
많은 나라들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 사업이 완공되면 많은 양의 생산품을 수출하는 한국은 특히 대유럽 수출품 수송에 매우 유리해진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운송량은 대폭 증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서 독일까지 화물을 옮겨실을 필요없이 단 15일 만에 수송이 가능하다. 현재 기존의 해로를 통한 수송은 45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간 단축이 아닐 수 없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수송량 증가에 대한 대비를 갖추고 있고 광섬유 통신수단도 설치되어 있으며 화물추적장치를 포함한 모든 운송서비스가 갖추어져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를 연결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걸려있다. 두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종단철도를 재건해야 한다. 북한 측 철로를 러시아 및 한국철로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위험으로 불투명한 현재의 정치상황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경제협력 문제는 한국의 통일 또는 북한과의 협력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을 통해 기술분야 역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러시아가 기초과학에 강하고 한국은 과학기술을 산업에 응용하는데 경험이 많다고 여긴다. 과학과 기술 분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기초과학과 러시아의 산업기술이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나라 간의 경제협력에는 무역, 투자, 금융과 같은 다른 여러 중요한 분야가 언급될 수 있겠으나, 한국의 학자 및 사업가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러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논의는 많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
한국인의 대다수가 러시아 경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 하거나 의견을 피력하곤 하기 때문에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과 러시아 및 한국 경제에 대해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3개월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이 최근 한국경제상황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듣고 좀 놀랐다. 경제침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다고는 여기지 않았었는데 한국에 와서 광물자원 덕택에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의 최근 경제가 한국경제보다 낫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러시아의 몇몇 경제지표가 낙관적일지라도 러시아의 경제상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영토의 광대함을 고려해야 한다. 광대한 러시아 안에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환경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있으면서 많은 한국인과 외국인들로부터 날씨, 기후, 습관을 비롯한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하는데, 지역마다 다른 상황 때문에 한 가지로 적절히 대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 경제학자들은 러시아 경제 연구에 있어서 지역적 다양성을 고려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일반인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두 나라 간에 이해가 더욱 증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