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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나라에서 울려퍼진 한-폴 협연

위대한 음악가 쇼팽을 배출한 폴란드는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나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음악학도가 폴란드에서 유학하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3월 5일 한-폴 협연이 개최되어 바르샤바의 밤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졌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올해로 12회를 맞는 폴란드 최고의 현대음악 축제인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The 12th Ludwig van Beethoven Easter Festival)’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던 연주회를 지원했다. 프로그램 이름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번 연주회에서는 폴란드 작곡가 크지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ㆍ72)와 그에게서 사사한 한국인 작곡가 류재준(38)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펜데레츠키는 세련되고 능숙한 관현악법, 4분음 등에 의한 음군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며 20세기 후반 현대음악의 주요 흐름을 이끈 한 사람으로서 폴란드의 살아 있는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작곡가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와 인연이 꽤 깊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정부의 위촉으로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교향곡 제5번 ‘한국’을 작곡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웅장한 협연이 만들어낸 감동
펜데레츠키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메타모르 포지스(Metamorphoses)’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의 협연으로 막이 올랐다. 뒤를 이어 류재준이 작곡한 ‘진혼적 교향곡 1번’이 루카스 보로뷔즈의 지휘로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과 폴란드 국립방송합창단, 소프라노 김인혜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그의 작품은 당초 지난해 12월 5일 바르샤바내셔널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이 음악을 들은 펜데레츠키가 “마스터피스”라며 자신의 아내가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베토벤 페스티벌의 개막공연으로 자신의 협주곡과 함께 연주하자고 류재준에게 요청하여 미뤄진 것이다.
바르샤바필하모닉 홀(Warsaw Philharmonic Hall)에서 개최된 이날 연주회는 카민스키 폴 대통령 공보 수석 및 주호프스키 문화부 차관을 포함한 폴란드 정계ㆍ학계ㆍ문화계 주요 인사 등 약 1,200명의 관객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되었다.
ㄷ자 형으로 1층과 2층 발코니로 나뉜 객석에 앉은 관객은 숨을 죽이고 한국과 폴란드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공연을 지켜보았는데, 넓게 트인 공연장에 울리는 웅장한 협연이 감동을 더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10분 이상 기립박수가 이어졌으니, 음악적 감성이 예민한 폴란드 관객에게도 이번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공연이 끝나고 협연을 준비하였던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과 폴란드 국립방송합창단원 모두 서로의 어깨에 의지하여 울었다고 한다. 수월치 않았던 준비과정이었으나 공연이 성공적으로끝나고 관객의 열띤 호응을 받았기에 모두 그동안의 노고가 마음껏 표출된 것이다.

한-폴 우호관계 다진 리셉션
공연 후 이어진 리셉션에서는 카민스키 대통령 공보수석, 주호프스키 차관 및 외교사절 10여 명을 포함하여 150여 명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하고 한국과 폴란드 양국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발전의지를 다지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임성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훌륭한 공연을 위해 노력한 양국의 예술가들과 조직위(Beethoven Association)의 노고를 치하하며, 조화로웠던 공연만큼 폴란드와 한국의 더욱 활발한 교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답례로 엘즈비에타 펜데레츠키(Elzbieta Penderecki) 페스티벌 위원장은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소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었다. 이번 연주회는 유럽 각국에 생중계되었으며 세계적인 판매망을 갖고 있는 낙소스에서 CD와 DVD로 출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