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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로 하나된 한국과 에콰도르

지난 2월 25ㆍ27ㆍ29일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한국 성악가 3명과 연출가, 지휘자가 에콰도르 오케스트라ㆍ합창단ㆍ무용수들과 함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무대에 올렸다.
준비과정에서 의상과 무대장치를 맡기로 한 콜롬비아측과의 예상치 않은 갈등으로 2, 3일간 어려움을 겪었으나 우리 쪽의 양보로 수습되었다. 보는 것은 포기한 다치고 듣는 것만큼은 완벽하게 하리라는 배짱으로 막을 올리는 듯했다. 2850m 고도에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소프라노 문수진(비올레타), 테너 이재욱(알프레도), 바리톤 전기홍(제르몽)의 실력을 총 리허설에서 확인한 다음이라 음악 전문가들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듯하였다. 관객인 우리는 어차피 여기가 라 스칼라도, 코벤트 가든도 아니니 듣는 데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하였다. 그러나 3회의 키토 공연은 암표까지 팔릴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성악가 12명의 에콰도르 갈라콘서트에 이어 그동안 태권도 시범, 무용, 미술전, 영화제 등으로 꾸준히 쌓아올린 외교 인프라위에서 갖게 된 이번 오페라 공연은 이곳 정치ㆍ경제ㆍ외교계에 수퍼스트럭처(superstructure)를 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연 후 5분 이상의 기립박수와 앙코르 뒤에도 젖은 눈시울을 훔치며 나오는 관객을 보며 음악, 특히 성악이 주는 큰 감동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들의 감동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갈 때 거북할 정도로 힘을 주는 악수나 포옹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외교로의 문화적 접근이나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고자 할 때 반드시 한국적인 것을 주제와 소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글로벌과 다이내믹을 화두로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 실력과 능력을 다른 문화와 접목하고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동안 우리는 한국에 장인정신이 없음을 많이 개탄해왔다. 젊음을 불사르며, 이역만리에서 10년 이상 소리를 연마하며 피를 말리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음악장인들의 모습을 간과했음이다. 그들의 희생과 함께 한국에서 유학경비를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맸을 가족과 형제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박수치고 끝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좁은 한국에서 세계로 끌어내는 일을 정치ㆍ경제ㆍ외교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분담해야 할 때다.
해외에 살면서 경제적ㆍ언어적ㆍ문화적 도전을 수시로 받는 교민들과 상사원, 대사관 가족들에게 이번 공연은 우리가 어깨에 힘을 주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요즈음 한 자동차 회사는 Made in Korea 앞에 'Proudly' 를 넣어 'Proudly Made in Korea' 를 쓴다고 한다. 그리고 파바로티는 사망하기 전 인터뷰에서 오페라의 사양기를 걱정하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이 있다” 는 말로 응수했다고 한다. 오페라계에도 곧 'Proudly Sung by Koreans' 가 도래하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