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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우리역사』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대표적 한국 역사서인 『다시 찾는 우리 역사』(저자: 서울대 한영우 명예교수)의 영문판 『A Review of Korean History』 출판을 지원하였다.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잃어버린 자아 찾기의 신호탄
한영우 교수의 『다시찾는 우리역사』는 광복 후 국사학계가 이루어낸 연구 성과를 반영한 새로운 개설서다. 저자는 4.19 세대를 대표하는 국사학계의 원로 학자로서 일반인과 한글 세대를 위해 평이하고 실속 있는 역사 안내서를 편찬했다. 어려운 용어는 쉽게 풀어 쓰고, 한자는 괄호 안에 병기했으며, 시각 자료를 많이 활용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한 페이지에 하나꼴로 실어 총 500여 장에 이르는 그림과 사진, 지도 등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했으며, 중요 인물의 약력은 각주를 달아 자세히 보충 설명했다.
저자가 가장 큰 비중을 두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조선 시대는 저자의 전공 시대이자 일본인 학자들의 식민사학에서 평가절하된 부분이어서 더욱 열정을 가지고 서술했다. 4년간 규장각 관장을 역임하면서 조선 시대 문화의 높은 격조를 재인식하게 되어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기쁨으로 그 시대에 빠져들었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19세기 말 서세동점(西勢東漸) 후 우리 지식인 사회는 자기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긍지와 확신을 상실한 채 1세기 동안 표류했다. 그러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국사학계는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 책은 잃어버린 자아 찾기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학문도 현실의 삶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지만, 특히 역사는 과거를 읽고 현재를 점검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를 열어가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려 했다. 편협한 국수주의와 주체성 없는 세계주의를 모두 경계하면서 공생공영의 인도적 사회를 지향한다. 이러한 역사 의식은 근대사학의 여러 흐름 중 신민족주의(新民族主義) 사학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근대사학의 주류인 실증사학을 계승하여 학문적 기초 훈련을 쌓고, 여기에 신민족주의 사학의 역사 의식을 접목시킨다.
시대 구분 역시 세계적 보편성을 잘못 내세우고 있는 유물사관의 함정에서 벗어나 정치사회 적 진화와 시간성을 접합시킨 새로운 틀을 시도했다. 즉, 고대 연맹국가(고조선, 삼한), 고대 귀족국가(삼국시대), 중세 귀족-관료국가(고려시대), 근세 관료국가(조선시대), 근대 산업국가(꿈과 좌절; 대한제국)의 틀을 제시했다.
<총설>에서는 ‘한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하에 지리적 환경, 한국 문화의 특성, 한국인의 생명력, 왕조 교체의 의미, 사관과 시대 구분으로 나누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한국 문화와 한국 역사에 대해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에서 서술하는데, 그 동안 한국사를 지나치게 차갑고 어둡게 배워온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미화론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997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로 39쇄를 거듭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는 전문가는 물론이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사랑을 받아 현재 우리나라 개설서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4년에는 전면 개정판을 내어 내용을 한층 새롭게 보완했으며, 그 이후에도 새 판을 찍을 때마다 부분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수정하고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한국인과 세계인의 관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개설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새로운 학설이나 중요한 쟁점이 되는 부분에 주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충실한 주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높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찾는 우리역사』가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 , 3권의 시리즈로 나왔다. 본문에 원색 화보를 넣은 것도 신선하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함재봉 교수의 번역을 통해 영어본이 출간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유학 중인 학생들, 한국학을 전공하거나 한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