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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흑인문화축전에서 한국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올해 3회를 맞이하는 세계흑인문화축전은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비아프리카 국가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전시, 공연 및 심포지엄을 즐길 수 있는 흑인 문화예술 분야의 핵심적인 국제 행사다. 이번 축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베예 조직위원장이 축제를 알리고 또 아프리카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 강연을 통해 한국의 교수들과 학생들을 만나보셨는데요,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고 또 이해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이들과의 질문 시간이 아주 기억에 남는데요, 사회와 경제 분야를 두루 거쳐 흥미로운 질문들로 가득했습니다. 세계흑인문화축전이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셍고르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된 축제인데요, 현 대통령이 그 정신을 잘 계승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흥미로웠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문학에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기억에 남습니다.

2. 한국인들에게 세계흑인문화축전은 좀 생소한데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떤 의미의 축제인지요?
이 축제는 흑인 문화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흑인 문화가 세계 문명에 이바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의 대통령까지 아주 큰 공통점은 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고 또 다양한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죠.
이 축제가 비록 아프리카에서 열리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륙들을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개방과 화합이죠. 그러면서 아프리카를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기대했죠. 좀 더 아프리카 입장에서 얘기를 해보자면 이 축제를 통해 아프리카의 역사적 진실을 재확립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아프리카하면 누워 있거나 무릎을 꿇고 있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시는데 아프리카가 절대 그런 대륙이 아니라는 점과 흑인들이 과학에 기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승강기나 신호등을 흑인이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처럼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3. 한국인들에게 세네갈은 축구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세네갈이 이렇게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세네갈은 예로부터 독특한 헤어스타일, 음악, 그림 등이 유명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항상 문화적으로 풍부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화계 인사도 많이 배출하게 되었죠. 초대 대통령이나 현대통령 모두가 문화계 인사들이었다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는데요, 이 점도 세네갈이 문화예술의 나라로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겠죠. 저 역시도 시인이자 드라마 작가, 에세이스트, 영화 스크립터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66년에 처음 열린 세계흑인문화축전에서 연극을 한 편 보게 되었는데, 그 연극이 저를 드라마 작가로 이끌어주었죠. 제가 쓴 TV 시리즈가 전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유럽에서 방영되었는데요, 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세네갈에는 이렇게 문화적인 감수성을 이끌어내게 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축구 얘기를 하셨는데요, 사실 세네갈은 아프리카컵에서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습니다. (웃음) 스포츠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네요.

4. 그리 긴 일정은 아니셨지만 직접 보신 한국 문화는 어떠셨는지요?
한국의 문화적 인프라가 상당히 현대적인 것에 놀랐습니다. 또 여러모로 문화적 조건이 잘 구비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 방문을 통해 여러 인사들을 만났는데요, 특히 국립극장과 한국문학번역원 방문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한 가지 부러웠던 점은, 한국문학번역원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생각인데요, 한국인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자국어로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점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5. 앞으로 양국 간의 활발한 교류를 기대해도 좋을까요?
제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아주 중요한 목적은 세계흑인문화축전을 홍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정부에 우리의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이 축제를 통해 어떤 교류를 할 수 있을지 타진해보고 싶었습니다. 문화부 관련 인사를 만났는데, 우리 축제에 아주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에 갔을 때 양국 작가들 간의 교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내년 5월쯤 세네갈의 작가가 한국에 머무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국 시인 각 20명씩의 작품들을 모은 명시 선집 출간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양측 다 호응이 좋아서 추진해보고자 합니다.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함께 얘기하고 돌아갈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