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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서 펼쳐진 사물놀이와 재즈의 만남

지난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알래스카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인 비나리, 사물놀이와 서양의 대표적 음악인 재즈가 만난 공연이 이루어졌다.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연주상을 수상한 사물놀이와 비나리 명인 이광수를 비롯해 민족음악원 사물놀이 연주자 이영광, 손경서, 권지훈, 함주명, 프리 재즈 듀오 미연&박재천 등이 함께하는 가운데 예산족이라는 낯선 이름 속에 펼쳐진 이색적인 연주가 알래스카의 밤을 수놓았다.



예산족, 신대륙을 만나다
알래스카 주노로 향하는 비행은 유난히 난기류가 많았다. 주노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과거 단돈 720만 달러를 주고 미국이 러시아에게 산 불모의 땅, 우리나라 ㅡ보다 17배나 큰 얼음 천국 알래스카. 예산족은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그 중심에 무사히 도착했다. 어둠이 짙게 내린 주노는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상쾌한 공기와 싱그러운 별들이 우리의 피곤을 풀어줄 뿐이었다.

예산족, 신대륙 횡단의 닻을 올리다
이번 공연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아 주노 아트 & 휴머니티 카운실(Juneau Arts & Humanities Council)에서 주최하는 공연에 예산족이 초대받아 이루어졌다. 특이한 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티켓을 판매하는 유료 공연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공연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우리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주노는 알래스카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는 고작 3만 명 남짓이다. 그나마 아주 작은 다운타운이 있을 뿐이고, 모두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사람이 드물었다. 이곳 사람들은 겨우내 햇빛 보기가 힘들어 해님이 얼굴을 살짝만 내밀어도 일광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공연을 보러 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현지 기획자의 솔직한 말은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공연-주노 JDHS 오디토리움(Auditorium)
예산족 프로젝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공연장은 1000석 규모의 넓은 장소에 1, 2층 구조로 이뤄져 시설이 꽤 괜찮았다. 이곳은 주노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라고 했다. 스태프들은 이미 무대 세팅을 마치고 음향과 조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간단히 무대를 수정하고 음향과 조명을 세팅한 뒤 리허설을 진행하니 어느덧 공연 시간이 가까워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연을 찾아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더욱이 날씨는 정말 화창했고 햇볕은 따스했다.
시간은 더 이상의 구차한 걱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최고의 공연만이 필요한 시간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청령, 푸살, 비나리…. 이렇게 공연은 시작되었다. 무대 위의 연주자는 최고의 앙상블을 위해 때로는 숨을 죽였고 때로는 폭풍처럼 몰아쳐 갔다. 8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1층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예산족 프로젝트가 신대륙 횡단의 닻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공연-앵커리지 아웃 노스(Out North)
주노 공연을 마치고 두 번째 공연지인 앵커리지로 이동했다. 앵커리지 아웃 노스 컨템포러리 아트하우스(Out North Contemporary Art House)는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 교육 등을 위한 공간이었다. 보통의 소극장과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짜임새 있고 풍부한 기획력으로 독창적인 공연과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2회 공연을 진행했는데, 주노와 달리 한국인 관객이 많이 입장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연주자는 물론 극장 관계자와 관객 모두 만족한 시간이었다.

예산족, 신대륙을 횡단하다
우리의 공연은 신대륙의 서쪽 끝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는 동쪽으로 달려 대륙을 횡단하며 보다 넓은 세계로 여정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예산족 프로젝트의 이번 실험은 긴 여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고, 모두에게 더 넓은 세계를 향한 희망을 안겨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많은 리뷰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예산족 안에서 자기의 입맛대로 보고, 느끼고 즐겼다. 때로는 어색함과 불편함도 느꼈다. 모든 공연이 그렇듯 이 안에 모든 것이있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만났을 것이다. 이번 공연의 경험은 모두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전해주었다고 자부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사물놀이와 한국 프리 재즈와의 만남이었다.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음악은절묘하게 어우러져 서로를 감쌌다.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음악으로 서로를 인정하면서, 우리의 음악이 세계인을감동시키고 그네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소중한 경험. 연주를 하는 이나 연주를 듣는 이나 모두가 하나임을 음악을 통해 증명한 특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