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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 한국 작가를 주목하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지난 10월 28일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제작된 프로그램 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 김수자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PBS가 2년마다 방영하는 시리즈물 은 프라임 타임 시간대인 저녁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대표적 현대미술 프로그램으로서, ‘TV계의 비엔날레’라고 불릴 만큼 해외 현대미술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리즈 ‘시즌 5’는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총 4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저녁 10시에 방영되었으며 윌리엄 켄트리지, 제프 쿤스, 신디 셔먼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현대미술가 14명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소개했다. ‘보따리 작업’, ‘바늘 여인(Needle Woman)’ 등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유명한 김수자는 이 중 28일 방영된 ‘시스템(Systems)편’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세계무대에 우뚝 선 ‘보따리 작가’
김수자 작가는 TV 방영 후 한국국제교류재단에 “지난주 PBS에 제가 소개된 후 미국 내 수많은 시청자로부터 진정 어린 메시지를 받고 있다. 감동적이고 감사한 일이고, 방송의 힘을 새삼 느낀다.”며 “그동안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해왔기에 국내에 작업을 소개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내년 초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앞으로는 국내 관객과도 더 많은 만남을 가지고자 한다.”고 전해왔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수자 작가는 평면작업에서 오브제와 설치미술,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평면과 입체, 공간과 시간, 삶과 예술을 아우르는 예술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보자기, 보따리, 이불보, 바늘과 같은 일상적 소재를 이용한 예술 작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부터 천을 이용한 보따리 작업에 열중했다. ‘보따리 작가’로 세계무대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점차 작품 영역을 확장하여 해외에서 주목받는 대표적 한국 미술가로 자리 잡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상하이, 도쿄, 델리, 뉴욕 등 세계 각지의 번화한 길 한가운데 서 마주 보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미동도 없이서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담은 비디오 작품 ‘바늘 여인(Needle Woman)’, 브뤼셀에서 티베트, 이슬람,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경으로 연등 2,000개를 설치한 ‘연꽃: 영점(Lotus: Zone of Zero)’ 등 여러 작품이 김수자 작가 인터뷰와 함께 소개되었다.
PBS의 프로그램은 광고 대신 세계 여러 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제작비를 충당하며, 이번 시즌 5 제작에는 한국 국제교류재단이 지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재단은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영상물의 확대를 위해 ‘해외 한국 소개 영상물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PBS 방영 후 DVD로 출시되는 한편, TV 방영 내용을 책으로 옮겨 작가 인터뷰와 작품을 담은 단행본으로도 발간된다. 또한 TV 방영에 앞서 세계 25개국의 440개 미술관, 박물관, 학교에서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상영회를 열었으며, 국내에서는 재단문화센터 영상실에서 10월 17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상영되었다. 문화센터 상영회에는 예술 전공 학생, 미술가, 디자이너, 미술관 큐레이터 등 93명이 참석했다. 관람객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대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활발한 해외 활동을 위해
한편, 김수자 작가는 9월 25일부터 10월 25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3회 모스크바 현대미술 비엔날레(Moscow Biennale of Contemporary Art)에 한국 작가로서는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모스크바 비엔날레는 모스크바 전역에서 40여 개의 현대미술 전시회가 동시에 개최되는 러시아 최대의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재단은 김수자 작가의 작품 ‘보따리 트럭’의 참가를 지원했다.
앞서 2003년 시즌 2에는 한국 작가 서도호가 소개된 바 있으며, 서도호와 김수자 두 작가는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 한국 작가로 손꼽힌다. 미국 중서부 지역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6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린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 현대미술 12인(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 전시에도 서도호, 김수자 작가는 박이소, 구정아, 양혜규, 김범, 김홍석, 박주연, 임민욱, 장영혜 중공업, 전준호, 최정화 등의 작가와 함께 참여했다. 재단이 지원하는 이 전시는 11월 22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휴스턴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미국 남부에도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은 이 두 미술관에 한국실 설치를 지원한 바 있다.
재단은 이처럼 해외 주요 미술관 내 한국실 설치 및 한국 관련 전시 지원에서부터 영상물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PBS TV 방영에 이르기까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의 예술을 해외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