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한국 미술을 알리는 해외 큐레이터들의 의미 깊은 한국 방문

2009년 10월 26일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전 세계의 한국 미술 큐레이터(학예관)들을 위해 개최하는 연례 워크숍-회의 시리즈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의 첫 10년이 지나고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 워크숍을 위해 크고 작은 다양한 기관들을 대표하는 36명이 넘는 큐레이터와 박물관 및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제11회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에도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조직한 강의와 세미나, 답사 등 독특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미술을 공부하고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모였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명단에 오른 큐레이터들의 수는 이제 수백 명을 헤아리며, 참가 박물관의 전세계적인 지리적 분포는 이 귀중한 워크숍의 폭넓은 파급범위와 국제적 명성, 전문성 등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 전역에서 불러 모은 학계 및 박물관 자문위원들로 구성된 우수한 자문단이 심사숙고하여 추천, 검토, 승인한 주제들은 한반도에서 문화 활동이 계속된 2000년이 넘는 엄청난 시간을 아우르며 한국 미술의 독특한 형태, 특성, 질에 초점을 맞춰 선정된 것들이었다. 워크숍의 첫 10년 동안 다룬 주제들은 다양한 전통적, 근현대적 형태와 맥락 속에서 한국 미술의 두드러진 특징을 잘 보여 주었다.



비교문화적 시각에서 한국 미술을 다룬 올해의 독특한 주제
이러한 주제는 조선 왕실의 예술과 신유학 문화를 다룬 작년 워크숍처럼 한국 문화 활동의 혁신적인 시기를 집중적으로 고찰하는 것에서부터, 청동기 시대 초반부터 19세기 왕실의 후원을 받은 분원의 도자 생산 마지막 시기까지 세계적 수준의 한국의 도예 전통을 다룬 2001년 워크숍처럼 특정 매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또 어떤 해에는 불교 미술(2002), 전통 민속공예(2006) 등 특정 장르를 다루기도 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목표, 학문적인 성과, 사업 추진 기관의 비평적인 내부 평가 측면에서 입증된 학문적 활동(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은 확실히 이에 해당된다)에 맞춰 주제에 변화를 주는 것은 적절한 일이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과거의 주제들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 1999년 출범 이후 열린 열 차례의 워크숍은 한국 미술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했고, 이는 지역적• 국지적 특성, 소재, 도상학을 정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한국 미술 공부를 위한 넓은 미적, 문화적 토대를 쌓게 해주었다. 그러나, 올해의 프로그램은 비교문화적인 시각에서 한국 미술을 다뤘다.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본 한국의 전통 미술, 조선왕조 이후의 한국 미술, 점점 거세지는 국제 환경 속의 근대적 움직임을 다루는 한편, 세계화의 렌즈를 통해 현대적 작업을 고찰하기도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난 워크숍 참가자들과 나에게 이번 주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특히 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10년 전 첫 번째 워크숍이 개최되었을 때 각자의 박물관에서 한국 소장품을 관리하고 연구할 책임을 지고 있던 대부분의 해외 큐레이터들은 대학에서 한반도의 미술과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고, 대신 중국이나 일본의 시각 문화, 혹은 드물게는 나의 경우처럼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이들이었다. 금년 워크숍의 주제를 통해 나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방향 조정을 경험했다. 이번 주제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전통 및 근대 동아시아 미술, 아시아 이외 지역의 현대미술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배경과 지식을 강연 및 세미나 주제에 접목시킴으로써 워크숍 참가 강사들과 함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지역적, 국제적 전문가들의 참여에 해외 큐레이터들과 외국에서 초청된 아시아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의 최고 박물관, 대학, 기관의 연사들은 대단히 만족스러워했고, 때로는 6개의 훌륭한 강좌가 끝난 뒤 매번 열띤 질의응답과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졌다. 우현수(필라델피아), 리처드 페그(시카고), 마샤 호플러(캔자스 주 로렌스)의 세미나 발표를 워크숍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경청했다. 3명의 세미나 발표자들은 각각 복잡하고도 종종 잘못 이해되는 해외 미술 원류의 특성, 내부의 수용, 현지 변화 등을 다뤘는데, 이런 것들은 올해 워크숍 주제의 핵심이었다.



젊은 큐레이터의 지속적인 증가, 한국 미술 연구의 밝은 미래
과거 다른 워크숍에서와 마찬가지로 금년 프로그램도 기조 강연에서부터 5일 뒤의 마지막 강연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아주 훌륭하게 구성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물관 컬렉션과 전시회 관람과의 적절한 연관성이었다. 주목할 만했던 예는, 조선 초기 궁중 미술과 문인화를 중국의 것과 비교한 아침 강좌에 이어 오후에 삼성미술관 리움을 방문하여, 외래 화풍과 모티프를 혁신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한국적 미학으로 바꿔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18세기의 거장 정선의 걸작을 소개한 소규모 특별 전시회를 관람했던 일이다.
워크숍은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워크숍에서 다룬 전통 회화의 상당수가 그곳에 위치한 왕실의 문화적 영향권 아래 그려졌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많은 워크숍 참가자들이 늘 좋아한 일정은 답사였다. 서울 외곽으로 버스를 타고 서너 시간 가는 곳에 위치한 충주호의 멋진 경관을 보여준 이번 답사는, 답사 지역이 송나라 예술과 문학에 등장하는 소상팔경(瀟湘八景)의 한국판에 해당하는 단양팔경이라는 점 외에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번 답사 여행은 지금처럼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되기 전 이곳의 환상적인 바위 지형, 울창한 골짜기, 자연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이 여행하면서 겪었을 어려움을 생각해보니 내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답사 여행은 대도시 서울에 현존하는 뛰어난 한국 예술가들이 현대적 환경과 국제적 전망을 표현하는 것처럼 한국 시골의 풍경, 소리, 냄새, 음식, 활동을 관찰할 기회를 주었다. 이번 답사 여행에서 나는 워크숍 참가자들이 한국의 놀라운 고속도로 휴게실에 얼마나 매료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수많은 음식 판매대 속으로 사라졌다가 놀랄 만큼 다양한 한국 음식을 들고 버스로 돌아오는지를 보며 다시 한번 감동받았다.
워크숍에는 환영할 만한 것은 한국학 학위를 가진 좀 더 젊은 세대가 지속적으로 점점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미술 큐레이터 직을 설치하기 시작한 해외 박물관에서 최근 임용된 이들이다. 이런 전개 양상에 발맞춰 워크숍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새로운 얼굴들’인 젊은 해외 큐레이터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종종 워크숍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박물관을 대표하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재단의 워크숍 프로그램이 낳은 매우 긍정적인 파급 효과라고 믿는다. 워크숍이 참가 큐레이터들의 한국 미술 이해 및 감상 수준을 높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찬가지로 워크숍은 해외 박물관내 동아시아 문화 분야에서 한국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보다 깊고 넓은 이해를 가져왔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잉글랜드, 미국 및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서 매년 새로운 한국 미술 전시실이 생겨나는 것에 필적하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우리 세대가 은퇴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런 전개 양상 속에서 지속성과 새로이 눈에 띄는 성숙함을 워크숍에서 발견하였다. 이는 워크숍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 속에서 한국 미술 연구가 매우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다.

무형의 한국 미술 박물관을 세운 것과 다름없는 재단의 노력
이번 워크숍은, 짧게 존재했던 대한제국 말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이 설립하고 서울 중심부의 조선 후기 왕궁에 자리했던 한국 최초의 국립박물관 설립10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직한 행사에 맞춰 준비되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21세기 박물관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된 회의 이외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주관한 여러 행사에도 초대받았다. 정말 운 좋게도 나는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외교 사절 및 여러 귀빈들로 이뤄진 국제적인 관람객의 일원으로, 창경궁에 있던 박물관의 원래 누각과 터를 돌아보는 행사에 참여했다.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최광식 박사였는데, 박물관 교육에 헌신한 그는 재단 워크숍과 그 사명을 옹호하는 특별하고 소중한 지지자가 되었다. 참가자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조직한 워크숍이, 오늘날 해외 박물관에 있는 한국의 미술과 유물에 대한 인식, 감상 및 좀 더 나은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여러모로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매년 개최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낳은 유형의 결과를 수량화하는 것은 아마도 힘든 일일 것이다. 확실히, 지난 11년간의 연례 모임은 워크숍 참가 큐레이터들과 한국의 동료들 사이에서 이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와 활동 소식을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해외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연락 및 정보망이 생겨났고, 이는 한국의 수많은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학자, 예술가들과의 유익하고 다차원적인 상호교류로 발전했다. 재단을 통해 소개를 받은 덕에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단순히 직업적으로만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인 친구가 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 국립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행사와 전시를 관람하면서 나는 재단의 워크숍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또 다른 형태의 한국 미술 박물관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워크숍 참가자들이 관장하는 수많은 개별 공공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을 단합시키는 것은 연구와 보존이라는 박물관의 핵심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공통의 의지이며, 이러한 연구와 보존은 최신 학문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와 창의적인 인터넷 기술 그리고 전 세계에 닿을 수 있는 인터넷에 의해 힘을 얻는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제한 받지 않는 기관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의 헌신적인 노력과 선의에 의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