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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국을 공부하는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 내 한국-오스트랄라시아 연구센터(Korea-Australasia Research Centre, KAREC)가 2009년 11월 19일에서 21일까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에서 전국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국어 및 한국학 현황을 점검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2009년 KAREC는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의 교육, 고용, 노동 관계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전국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전략적 협력과 동반자 관계 기금(Strategic Collaboration and Partnership Fund)을 통해 대학, 고등교육 기관, 업계 및 아시아계 공동체를 포함해 여러 단체에 총 936만 호주달러가 3회에 걸쳐 지원될 예정이다.
KAREC의 전국 아시아 언어 및 아시아학 프로그램(National Asian Languages and Studies in Schools Program[NALSSP])은 오스트레일리아 학교 내 한국어와 한국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이웃 국가인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친숙해질 기회를 증대시키려는 정부의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첫 번째 이정표로 KAREC가 개최한 것이 전국 전략 회의다. 11월 19일 회의는 오스트레일리아 내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의 현황, 문제, 도전 그리고 전략을 주제로 다루었고, 11월 20일에는 고등학교의 비언어 과목에서 한국을 다루는 것을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 토론이 이뤄져 한국학 학자와 사회, 환경, 영어, 예술 과목 고교 교사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11월 21일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국어 교사 들을 위한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우리가 한국을 공부하는 이유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또는 유럽에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동아시아의 강국 사이에 낀 이 작은 나라 한국의 과거를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국의 역동적인 현재와 전도유망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격동적인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 대륙과 북태평양의 섬들 사이의 다리와 같은 한반도는 수세기 동안 전략적,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했고, 중국으로부터 일본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전래에서 중간자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의 영향 아래 한국은 독특한 문화와 독자적인 정신을 이뤄냈다. 자국의 왕조와 외국 종주국의 흥망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은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보존했다.
그러나 한국의 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석, 1945년 이후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그 외 환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이 택한 해석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학문 전통은 여러 역사 시기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그들만의 특정한 견해를 발전시켰다. 서로 상충되는 이러한 견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종종 전면적인 ‘역사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역사 설명에 대한 논란은 지역 관계에 지속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이 주요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산업 및 무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경쟁은 민족주의 전쟁으로 바뀔 위험이 있으며, 그에 따라 역사학에 특별한 자리를 부여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중국의 ‘동북공정’, 유네스코 등록 정책 등으로 촉발된 몇몇 주요 갈등을 목격한 바 있다.
그러나, 수출 지향적 경제의 국가인 한국에게 주변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조차 항상 전 세계 강국들의 주의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관련된 모든 과목(역사와 문화 포함)은 이제 직업 선택이나 사업 결정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궁극적으로 고등학생과 대학교 학부생들이 한국의 역사나 언어를 공부하는 동기는 대개 한국의 경제 전망, 북한 내부 그리고 주변의 정치 상황, 지역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과 연관되어 있다. 동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학의 실용적 실행
경제, 무역, 정치, 국제관계, 경영, 커뮤니케이션에서 한국학을 실용적으로 응용하는 것을 주창하는 교육 훈련 접근법은 두 가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첫째, 이런 접근법은 학생들로 하여금 재미있고 보수가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보다 더 잘 준비하게끔 해주며, 둘째,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수출 지향적인 활동을 진작시킬 숙련된 컨설턴트와 뛰어난 현지 직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 LG, 삼성, 대한항공 등과 같은 한국의 대기업은 성취도가 뛰어나며 2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졸업생들을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한국학은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기업 문화’, ‘관광지로서의 한국’, ‘비즈니스 한국어’ 및 기타 실용 지향적인 학과목들이 이들 나라와 한국 사이를 좀 더 가깝게 연결하는 튼튼한 기반을 쌓을 목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부과정에서 제공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는 매우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외국어 지식은 현지 고용 시장에서 거의, 혹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대기업이 사업과 무역 활동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파견하는 한국인 관리자들은 대부분 영어가 유창하며, 이들은 입증된 회계 혹은 판매 기술을 지닌 많은 후보들 중에서 현지 직원을 선택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외교통상부, 국방부, 기타 정부 부처들은 직원 채용 공고를 낼 때 확실히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선호한다. 어느 특정 국가에 대한 지식, 그곳에서의 체류 경험과 이해는 필요 이상의 것으로 여겨지며, 심지어 후보자의 보안 허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학생들이 한국을 공부하기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실용적인 동기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언어, 정치학, 경제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만이 자신이 공부한 분야와 관련된 취업을 기대할 수 있다. 교육 과정 내내 경쟁은 치열하며, 학생들은 갈수록 세계화되는 국제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한 힘든 투쟁에 나설 대비를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졸업생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졸업생들과 경쟁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이들 모두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치, 경제 환경 속에서 일자리를 놓고 싸우게 될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위치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한국학의 성공 여부에 매우 중요하다. 지역언어를 선택할 때 학생들은 한국이,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다리 혹은 중심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이런 과업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어 및 문화 공부는 추가적인 정부의 지원, 또는 산업과 연관된 교육 훈련의 토대를 이룰 뿐이다.
한국어 교육을 보완하여 한국의 현대 정치, 문화 경향, 경제적 도전이 소개되어야 한다. 한국사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를 공부하는 것도 한국의 사회와 정치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자극할 것이다. 학생들이 향후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 전망에 대한 토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외국 방문과 교환 프로그램은 지식과 이해를 공고히하는 데 매우 귀중할 것이다.
이러한 실용 지향적인 교육 훈련은 새로운 기업가, 학자, 공무원 세대로 하여금 지역 문제와 언어에 대해 견고한 이해를 갖추게 할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교육과학기술부, 호-한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미 연구에 소질을 보이는 졸업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칭찬받을 만하며, 객관적으로 동아시아의 평화 구축과 갈등 해소로 이어질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한국과의 무역 및 안보 협조에서, 현지 언어를 말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국가 전문가의 관여 없이 ‘제너럴리스트’만으로는 최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사업 거래와 정치에서 신뢰와 인맥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인적 교류가 필요하며, 이렇게 쌓은 신뢰는 협조를 가져올 것이고, 협조는 평화와 번영을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