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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향기 가득한 선율로 수놓은 4월의 밤

지난 4월 20일, 금호아트홀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봄 정기음악회가 화려하게 열렸다. 금호아트홀을 꽉 채운 청중과 그들을 향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음악가들의 만남이 더없이 의미 있었던 그날의 감동을 스케치해본다.



기다리던 봄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린 나무들의 화려한 변신으로 눈이 부신 4월의 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의 봄 정기음악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매년 봄,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주목받거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해외 연주자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세계 각지의 실력 있는 음악가를 초청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 연주자들에게는 문화예술에 열정적인 한국 관객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봄 정기연주회의 주인공은 드레스덴 음악축제의 총감독이면서 모리츠 부르크 실내악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얀 포글러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었다. 특히 이번 연주에는 2009년 독일 최고 뮌헨 아에르디(ARD) 국제 음악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에 빛나는 박혜윤을 초청해 더욱 의미 있는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충격적일 만큼 신선하게 다가온 피아졸라의 <사계>
4월 20일 저녁 8시. 음악이 그리워지는 봄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듯이 금호아트홀 공연장은 이른 시각부터 세계적인 연주를 기대하는 관객들로 붐볐다. 그런 관객들의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박혜윤(바이올린), 얀 포글러(첼로), 안티 시랄라(피아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3중주 C장조 K, 548번의 알레그로를 역시 최고의 기량으로 연주하면서 단시간 안에 좌중을 압도했다. 이 곡은 간결한 형식감을 자랑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Togetherness’라는 연주 제목에 걸맞게 세 악기가 동시에 연주를 시작하는 유니즌(Unison)으로 시작되어 독특한 맛을 더했다. 천천히 노래하라는 듯한 의미의 2악장을 넘어 3악장인 피날레는 마치 프랑스 궁전의 우아한 축제에 참석한 듯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경쾌한 느낌으로 연주되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은 앳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곡의 분위기가 잘 어울려 청중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모차르트의 곡이 상큼한 전채요리와 같았다면 정찬의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연주는 바로 피아졸라의 피아노 3중주를 위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스트로 피아졸라는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탱고 음악가로 아르헨티나의 전통적인 탱고를 현대적인 양식으로 개척해 아르헨티나에서 ‘위대한 별’이라고 칭송받는 음악가이다.
이날 연주한 <사계>는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이었는데 기존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청중의 귀에는 충격에 가까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변주로 다양한 분위기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활로 현을 문지르고, 두드리기도 하면서 내는 타악기의 조합은 복잡한 리듬에 탄력을 주며 화려한 드라마 한 편을 펼쳐 보이는 듯했다.

‘Togetherness’의 감동 무대
특히 이 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콜린 제이콥슨의 화려한 연주 실력은 피아졸라 <사계>의 다이내믹한 음률을 청중에게 극적으로 전달해 봄·여름·가을·겨울 테마의 연주가 끝났을 때는 홀이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휴식 시간 후 연주된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F단조, 작품 34는 지금까지의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계의 떠오르는 인물로 찬사를 받고 있는 리제 베르토의 비올라 연주가 더해져 완벽한 화음과 다양한 변주로 청중을 감동시켰다. 마지막으로 2시간 가까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 얀 포글러 퀸텟과 그의 친구들은 우리나라의 가곡 보리밭(윤용하 곡)을 연주하며 국내 팬들과의 ‘감격적인 만남’에 대한 감사를 음악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