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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이디 라오스! 안녕 라오스!

새해의 복을 나누는 성대한 축제가 벌어진 라오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의 풍물단 큰들문화예술센터 단원들이 지난 4월 12일부터 일주일간 라오스에서 신명나는 풍물 한마당을 펼쳤다. 라오스의 열기 속에 녹아든 그들의 뜨거운 땀방울,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라오스. 인도차이나 반도 최빈국, 동남아시아 유일의 내륙국, 침략과 식민의 아픈 역사를 지닌 가난한 사회주의 나라, 그럼에도 유럽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 시간이 멈춘 곳,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다운 곳, 드넓은 어머니의 강(메콩강)을 품고 있는 곳, 사시사철 달콤한 열대의 과일 향기가 진동하는 곳…. 라오스에 관한 이야기들은 낯설고도 신비로웠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인식조차 하지 못했을 라오스의 관광도시 루앙프라방과 수도 비엔티엔에서 한국의 소리를 떵!떵! 울리고 오니 마음속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아직도 함께 잡은 손으로 전해오던 그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어깨 걸고 함께 나눈 웃음, 함께 부른 강강술래가 귓가에 남아 있다.



"해피 뉴이어 루앙프라방!"
4월 12일. 새해의 복을 나누는 삐마이 축제가 시작되는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30℃를 웃도는 기온과 키다리 야자수는 낯설지만 순박하고 정겨운 첫인상을 안겨주었다. 현지 언론사인 아세안투데이 관계자들과 수파누봉 대학교 교수님 및 제자들이 마중 나와 환영해주셨다.
우리 공연은 길놀이로 시작된다. "갠지갠지 갠지개갠" "덩덩 덩따 궁따". 풍성한 풍물 소리가 발 디딜 틈 없는 축제의 거리에 퍼지기 시작한다. 쨍쨍한 햇살 아래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풍물복을 차려입은 풍물패들이 지그재그로 걷는 모습은 그대로 춤이 된다. 힘차고 낯선 풍물소리에 라오스인들도 관광 온 외국인들도 눈이 휘둥그래져 쳐다본다. 인사를 하고, 촬영을 하던 그들과 교차로에서 잠시 함께 어우러져 논다. 흥이 오르니 그들은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들며 풍물패를 따라온다. 신이 난 우리들. 뒤따르는 행렬을 이끌고 루앙프라방 주정부 문화국 야외 공연장으로 가서 본격적인 공연을 선보인다.
먼저 펼쳐 보인 것은 현란하면서도 힘차고 변화무쌍한 ‘풍물판 굿’. “부~ 부~ 부~우~.” 시작을 알리는 나발소리에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이 반짝인다. 머리 위에서 일체를 이루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얀 상모 꼬리가 신기한가 보다. 마당극적 연기가 살짝 가미된 익살스러운 버나돌리기가 재미나 죽겠단다. 수장구의 아름다운 자태에 잠시 넋을 잃은 관중. 그리고 이어진 여러 가지 악기의 개인 놀이 끝에 열두발 상모가 커다란 원을 그리면 ‘풍물판 굿’은 끝을 맺는다.



크게 하나 되는 대동(大同)의 신명
세계 각국 사람들아, “자~ 함께 어울려 놀아보자” 하며 잡색들의 굿거리 춤사위를 따라 너도 나도 손에 손을 잡는다. 커다란 원이 만들어진다. “강~강~수~울~래~.” 한 발 두 발 발걸음 맞춰가며 소리꾼의 뒷소리도 따라 해본다. “얼쑤!” 소리가 제법 맞아간다. 동양인, 서양인, 노란머리, 검은머리,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남녀노소 각양각색이던 보폭과 몸놀림이 장단을 타며 조화를 이뤄간다. “하이고메, 보기도 좋은 거.” 덧뵈기 장단으로 넘어가며 멍석말기, 기차놀이, 동대문놀이를 한다.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도 보고, 마주보고 손뼉도 치면서 한국의 대동놀이를 자연스레 익히고 즐긴다. 그런 세계인들 속에서 한국인인 나는 마냥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드디어 ‘큰들 단심줄 대동놀이’의 백미를 선보일 시간. “단심줄 등장 하랍신다아~.” 이미 여러 가지 놀이로 마음을 맞춘 관객들은 자연스레 단심줄을 잡고 능란한 잡색들의 지휘에 맞추어 형형색색 줄을 꼬아간다. “어루액이야, 어루액이야, 어기영차 액이로구나.” 액맥이 타령 구성지게 울린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단심줄을 올려다본다. 지구촌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놀면서 순식간에 만든 작품에 감탄한다. 마지막으로 힘차게 몰아치는 휘모리 가락과 소리꾼의 아리랑 노래에 맞춰 발을 구르며 연신 뛰어오른다. 술렁술렁 마당이 춤을 춘다.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사람처럼 웃고 또 웃는다. “사바이디” “안녕하세요” “속디 삐마이” “복 받으세요” “컵짜이더” “감사합니다” 소리를 지르며 복을 기원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공연을 다 함께 마무리 짓는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핏줄, 언어, 민족, 문화, 나라가 달라도 한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것! 놀이를 통해 서로 부대끼며 눈빛으로 마음을 알아간다. 말이 필요 없다. 내 갈 길을 알고 상대방 올 길을 알아 배려하고 협동하여 완성한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는 것. 이것이 또한 평화이고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큰들 라오스 공연의 가장 큰 의미는 이러한 예술의 힘, 한국 전통예술의 대동과 신명을 전하고 함께 나누고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