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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초기 불교미술전 뉴욕 개최

미국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상(神性像)의 전래: 한국과 일본의 초기 불교미술’전은 한ㆍ일 양국간의 정치ㆍ역사적 긴장과는 달리 분명한 종교와 예술적인 유대감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이번 전시회는 북동아시아의 초기 불교 전파 당시인 6세기에서 9세기경의 한ㆍ일 불교 미술품들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불교미술의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에 토착화한 불교가 일본의 불교미술 형성 및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일본 불교문화에 끼친 한국의 영향 조명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 갤러리 입구. '한ㆍ일 초기 불교미술전'의 개최를 알리고 있다.재팬 소사이어티와 코리아 소사이어티·한국의 국립경주박물관·일본의 국립나라박물관·일본의 국제교류기금·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지난 4월 9일 개막해 6월 22일까지 개최된다. 한·일 두 나라의 6~9세기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유물 92점이 출품됐는데, 그 중에는 양국의 국보 6점, 한국의 보물 3점, 일본의 중요문화재 23점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측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호암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국립대구박물관 등이 유물을 대여했으며, 일본측에서는 나라국립박물관·동경국립박물관 및 호류지(法隆寺)·사이다이지(西大寺)·토다이지(東大寺)를 비롯한 역사적 사찰들에서 유물을 대여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소개된 작품들은 대부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일 뿐더러 미국의 박물관으로서는 최초로 한ㆍ일 양국 정부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았다는 점도 이 전시회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재팬 소사이어티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를 이미 1998년에 기획한 재팬 소사이어티 갤러리의 Alexandra Munroe 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에서 불교미술과 수행이 어떻게 행해졌고, 그 한국적 토착이 일본의 문명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이 시사하듯, 비록 일본의 불교가 한국의 사절단을 통해 전래되었다는 것은 기정 사실로 인정되고 있으나 그 동안 일본 내에 자국의 불교문물 전래와 불교문화 형성에 있어서 한국의 영향력과 역할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연구가 부족했거나 의도적으로 축소·무시되어온 것이 사실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의가 드러난다.

이 전시회의 기획의도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시 디자인과 간결하지만 공들여 쓴 전시 설명문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4월 18일자 미술평론 기사에서 ‘신성상의 전래’는 “관람객이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전시”라고 쓰고 있다. 또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Donald P. Gregg 회장은 “지난 몇 세기간 일본과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최대의 적수이자 먼 이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전시는 불교의 교리·문화, 그리고 예술은 몇 세기에 걸쳐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일본 도쿄대의 이노우에 미쓰사다(井上光貞)교수는 “6세기 말부터 7세기 초에 걸쳐 다수의 한국 학자와 승려가 일본에 와서 펼친 활약은 메이지 시대의 구미 선교사가 서구 문명을 이식한 역할과 비슷한 것이었다”고 한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본의 불교문화 발달에 한국이 끼친 영향에 관해 조명하는 첫 번째 전시인 ‘신성상의 전래’는 지난 세월 한ㆍ일 두 나라가 겪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관계들을 생각할 때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전시내용
수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된 이 전시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초기 불교미술 명품들이 네 부분으로 나뉘어 전시되는데, 한국적 양식이 어떻게 일본 불교미술의 원류가 되었는지와 함께 9세기경부터 본격화된 한국과 일본 불교미술의 독자적인 발달모습도 보여준다.

▶6~7세기 한국 삼국시대의 불상
한국의 초기 금동불상과 보살상이 전시된 이 섹션에서는 한국 불상의 기본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먼저 한국의 국보 183호인 국립대구박물관 소장 관음보살입상은 1976년에 옛 신라 지역에서 발굴된 것으로, 관음보살 전형의 도상, 즉 오른손에 연꽃 줄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의 보물 329호 납석제 불좌상은 6세기 후반 백제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7~9세기경 불상의 전파와 변형
7세기 신라시대 반가사유상(좌), 8세기 일본의 나라시대 사유상(우)이 섹션에서는 7~8세기 한국과 일본 불상이 도상적, 양식적으로 긴밀한 유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7세기 초 신라시대 반가사유상과 비슷한 양식을 보여주는 8세기 일본의 중요문화재 오카데라(岡寺)소장의 사유상이 함께 전시된다. 한편 철불인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9세기 비로자나철불좌상(毘盧遮那 鐵佛坐像) 및 건칠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진보가 드러나는 일본의 중요문화재 사이다이지(西大寺)의 불좌상은 9세기에 이르러 양국의 불상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돌·기와와 불교 건축
기와 등의 건축 유물은 한·일 사찰 건축의 기술 및 양식의 긴밀한 연결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몇 세기에 걸쳐 동시대적으로 발달한 연꽃무늬 막새 기와는 한국 건축 형태의 일본으로의 영향을 드러낸다. 한ㆍ일 양국의 황실 사원이었던 황룡사와 호류지의 평면도 역시 양 사원 건축의 긴밀한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불경과 불교의식 용구
일본 코묘(光明)황제(701-760)의 발원으로 제작된 한 점의 불경은 수준 높은 내용과 나라시대(710-794)에 이미 수립되어 있었던 아름다운 서예 전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불교의식 용구 또한 한ㆍ일 불교 수행과 전파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는데, 이 전시에 포함된 불교의식 용구로는 한ㆍ일 양국의 사리함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사리함은 국보로서 7세기에 제작된 일본 최고(最古)의 것이며, 한국의 사리함은 국립경주박물관 소장으로 9세기에 제작되었다.

전·시·도·록

전시도록 표지재팬 소사이어티는 한국·일본·미국의 학자 11명의 글이 실린 384페이지 분량의 전시 도록을 발간했다. 한국에서는 김리나 홍익대 교수, 곽동석 공주박물관장, 박영복 경주박물관장, 최응천 춘천박물관장,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 김성구 대구박물관장 등이 기고했다. 이 도록에 실린 원고들은 지난 2001년 ‘신성상의 전래’의 세부 주제와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었던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던 것으로, 초기 한ㆍ일의 외교 문화사·불교 조각·벽화·건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품 유물 전체의 사진이 실린 이 도록은 한국과 일본의 초기 불교문화의 원류와 발전에 대한 서양 최초의 연구서적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해리 에이브럼사(Harry N. Avrams, Inc.)를 통해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