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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

2003년 6월 새 박물관이 개관되면 개조된 동관(East Hall)은 피바디 박물관 최초의 한국미술 영구 전시실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조선일보 및 유병덕 씨의 지원으로 설치된 ‘유길준 전시실’은 한국의 풍부한 문화와 한국 예술의 깊은 뿌리를 보여줄 것인데, 이 전시회에서는 왕실 의식과 종교 제례에 사용된 복식 및 사대부 집안의 장식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19세기 예술품을 중심으로 한 이 뛰어난 소장품들은 1880~1916년까지 피바디 박물관 관장이었던 에드워드 모스(Edward S. Morse)가 수집한 것들이다. 그는 1870~1880년대에 강의 및 연구차 일본을 세 번 방문하면서 아시아의 예술품을 미국으로 들여오게 되었고, 제자인 Ernest Fenollosa, William S. Bigelow, Charles G. Weld와 함께 보스턴 지역 박물관에 아시아의 주요 예술품 컬렉션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6월부터 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일본·인도·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소장품이 개별 전시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붉은 비단에 금박과 오색실로 수놓은 활옷, 18세기 작품한편 모스는 한국과의 인연으로 인해 1883년 조선 최초의 외교사절단의 방미를 도와주었는데, 그 외교사절단의 일원이었던 청년 유길준은 모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체류하면서 신식교육을 받고, 모스 또한 유길준을 통해 한국 미술과 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가졌다. 그리고 유길준은 한국에 돌아온 후 서양에 관한 한국 최초의 책인 「서유견문」을 저술하는 등 구한말 개화파의 선구자로 존경 받게 되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유길준이 모스에게 보낸 편지와 박물관 초기 한국 소장품에 기증한 유물들이 전시될 예정인데, 관람객들은 이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감상할 수도 있게 된다.

궁중의식·일상생활 모습등의 다양한 전시품
전시품 가운데는 궁중 의식에서 사용된 복식, 예를 들어 종묘제례 때 제관이 입은 청색 비단 관복과 금장식을 한 관모가 있다. 또 공주가 혼례 때 입은 붉은 비단 자수 활옷 등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활옷에는 기품·정절과 번영을 상징하는 모란과 봉황이 수놓아져 있다. 또한 여덟 폭짜리 병풍에는 평양감사의 행차와 연회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화각분통, 19세기 작품최근에 박물관은 기부금으로 종교적 용도로 사용된 그림 두 점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18세기 것으로 맹호(猛虎) 위에 앉아 있는 산신(山神)의 그림으로, 어느 절의 조그마한 사당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하나는 조상을 모신 사당을 대담한 필치로 그린 19세기 작품인데, 사당 앞에 제사를 모시기 위해 서 있는 인물이 실제 사당 앞에 있는 듯 깊이 있게 묘사된 것이다.

한편 양반계급의 장식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에는 최근에 구입한 뛰어난 유물들이 전시된다. 그 중에는 자개로 된 단순하고도 우아한 연화무늬가 새겨진 18세기 초 서류함을 비롯해 상감 칠기, 그리고 혼인의 기쁨을 상징하는 바느질함 등이 있는데, 이 바느질함 안쪽에는 대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염원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표현되어 있다. 또한 옷을 보관하는 데 사용한 삼베 보자기는 실과 바늘, 천조각만을 가지고 색상과 기하학을 심미적으로 사용한 여인네들의 예술적 기교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구의 한국예술 소장품 대부분이 도자나 회화 중심인 반면, 피바디에섹스의 소장품은 폭넓은 분야의 예술품을 지닌 것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994년에 200여 점의 유물을 대여해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한국예술품’ 전시회를 개최한바 있는데, 이는 미국 소장 한국 예술품이 최초로 한국에서 전시된 것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박물관에 한국 예술품을 전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이를 통해 박물관의 유서 깊은 과거가 밝은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The Peabody Essex Museum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은 미국에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및 보스턴 미술관보다 거의 75년이나 앞선 1799년에 설립되었다. 박물관의 설립자는 미국 건국 초창기 국제무역에서 부를 축적한 사업가들로, 그들이 수집한 소장품은 출처·연대·가치·중요성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박물관은 구입 및 기증을 통한 소장품 확보에서 미국 내 최고를 차지했다. 현재는 1억 5천만 달러 이상이 투자되는 전면 개조공사가 진행 중인데, 2003년 6월 새로운 박물관이 개관하면 규모 면에서 미국 내 25대 미술관으로 자리하게 되며, 특별전시를 위한 새로운 전시관은 미국 동부지역에서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