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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의 한국학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의 한국학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의 많은 대학에서 한국학과 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국립대 동양학과, 카자흐교대 언어학과, 카자흐외국어대, 크질오르다대, 우스트-카메노고르스크대, 세계언론대, 국가안보위원회아카데미, 카자흐경영경제연구소 등에 한국어 전공생이 있고, 많은 고등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외국어나 제 2동양어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전체에서 한국학과 학생은 약 200명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동양학연구소와 타쉬켄트국립대에 한국학 전공생이 있다. 비쉬켁에는 전공 및 부전공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300명이 넘으며, 비쉬켁인문대와 키르키즈국립대에는 250명이 있다. 이렇듯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학 및 한국어 프로그램의 총 학생수는 거의 1,000명에 이른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큰 한국학과
타쉬켄트에서는 한국학과 학생의 대부분이 한국계인 반면, 비쉬켁에서는 한국계와 키르키즈인의 비율이 거의 같다. 카자흐교대에서는 한국계가 70~80%를 차지하나, 카자흐국립대는 카자흐학생 우대 정책 때문에 한국계는 1/3에 불과하다. 한국학과 학생의 대부분은 여학생으로 남학생은 10~20%에 불과하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학과에 들어왔으나, 점차 한국어 수업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어떤 학생들은 교회나 교육원을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비한국계 학생들은 졸업 후 한국 회사에 일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한국학과를 선택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한국학과에 들어오는 이유는 혈통, 부모의 바람, 한국으로 가게 될 가능성, 졸업 후 취업 전망 등 다양하다. 많은 부분이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에 달려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한국학 교원의 자질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부분이다. 초기에 한국계 1세나 북한 출신이 교원으로 임용되었는데, 대부분 언어학 분야 전공자나 교육직 경력자가 아니었다. 한국학과 및 학생의 급증도 교원의 자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원의 대부분이 한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실제 교육 경력이 거의 없었으며, 훈련도 부족한 상태에서 임용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봉사자나 교사들도 한국어 교육 방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였다.

1999년 카자흐국립대에 한국학과가 생겼고, 여기 교원들은 한국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강의와 세미나를 담당하고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정치 제도, 종교사 분야의 논문을 쓰도록 지도한다.

한국학과 학사 계획의 특징은 지속적인 변화를 보인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 한국학은 언어학, 동양학, 지역학의 세부 전공을 가지며 4~5년 과정이다. 또한 철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카자흐스탄 역사와 같이 한국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반 교양 과목이 많다.

한국어 교재 문제는 한국 측의 도움으로 많이 해결되었으나 아직 러시아어권 학생을 위해 개발된 훌륭한 교재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없고 사전, 숙어집 등이 부족하다. 카자흐, 우즈벡, 키르키즈에서는 비러시아어권 학생들을 위한 교재 및 사전도 필요하다.

역사, 문화, 사회·경제 분야의 교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에 대한 연구 논문은 오래된 것 들이고, 관련 서적은 학생 수준에 비해 어려우며, 러시아쪽의 최신 한국 관련 연구 논문들은 중앙아시아까지 보급되고 있지 않다. 또한, CD, 인터넷, 비디오, 오디오 등 최신 기술 및 기자재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한국학 관련 자료 및 기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한국의 교육인적자원부,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 대사관, 교육원, KOICA 및 기타 정부 기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컴퓨터, 시청각 기자재, 복사기, 교재 등이 지원되었다. 특히,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가 가장 잘 구비하고 있는데, 컴퓨터 25대, 프린터 4대, TV 2대, 비디오 2대, 각종 프로젝터, 복사기, 스캐너, 전화, 팩스, 인터넷, 3,000권의 도서, 강의실 5개와 가구를 갖춘 사무실이 있다.

유수한 한국학 통합 학술 기관 설치 시급
한편, 한국학과와 한국 대학과의 관계는 긴밀하지 못하다. 수도 소재 대학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교수들이 오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많은 대학이 한국의 대학과 협정을 맺고는 있지만 실제 이행되고 있지 않으며, 대체로 지방대학과 한국 대학 인사들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학술 기관은 1980년대 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다. 1996년 동양학연구소 안에 한국학과가 설치되었으며, 이후 3년간 카자흐스탄 및 한국의 학자들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내었다. 그 동안 여러 학술 논문 및 서적이 출판되었고, 「카자흐스탄 한국학 뉴스레터」가 발간되었으며, 국제회의를 여러 번 개최하였다. 또한, 한국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고, 해외 연구소 및 대학과의 학술 교류 관계도 활발하여 한국, 일본, 미국의 석·박사 과정생이 한국학과에서 공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9년 카자흐스탄의 학술 연구 재정 제도의 변화로 인해 한국학과가 폐지되었고, 현재 카자흐국립대 동양학과 안에 한국학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외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는 한국학 연구소나 한국학센터가 없다.

1996년 카자흐스탄과학원 동양학연구소 안에 한국학협회가 설립되었다. 한국학 분야에는 유럽한국학협회(AKSE)와 태평양한국학협회(PAKS)라는 양대 국제적 학회가 있다.

이제, 앞에서 말한 것들을 토대로 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첫째,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학문 분야로서의 한국학은 아직 성장 초기의 진통을 겪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한국학 분야의 전통과 학파 형성의 미비, 동양학을 전공하고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전문가의 부족, 자료와 재원의 부족 등이다.

둘째,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 한국학의 미래는 외적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부 기관과 재단의 원조 및 해외의 한국학 학자, 한국학센터, 대학과의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현재 많은 대학에서 소규모의 한국학과가 난립함에 따라 전문가와 재원이 분산되고, 한국학과 간의 협력도 부족하여 한국학의 질과 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앞으로는 언어학이나 지역학 분야에 강한 2~3개의 한국학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학문 분야로서의 한국학은 그 동안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이라는 특정 주제에 중점을 두어 왔는데, 타당하고 적절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제한된 연구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노력과 전문가, 재원을 한 곳에 집중하여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유수한 한국학 학술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업이 완수된 후에 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학술 기관과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