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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 보자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업무와는 별도로 중국을 다녀오게 되었다. 한·중 미래 포럼과 관련하여 우리 재단과 협력 관계에 있는 중국인민외교학회가 ‘평화공존 5원칙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면서 필자를 한국 대표로 초청하였기 때문이다.

‘평화공존 5원칙’이란 1954년 조우언라이 전 중국 수상이 제안하고, 이듬해인 1955년 반둥회의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된 비동맹의 국제관계를 규율하는 지도이념이다. 조우언라이 전 수상이 인도와 버마(현 미얀마) 수상과 만나 이 원칙을 협의한 지 5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세미나가 개최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지역 협력체 구성을 제안한다
냉전도 끝나고 비동맹도 유명무실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 자신도 개방개혁정책으로 인하여 과거 냉전시대의 평화 원칙은 빛이 바랬을 터인데 때늦게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연유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였다. 미국을 대표해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참석하였고,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수상, 호주의 봅 호크 전 수상, 이집트의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있었다. 또한, 아마라 에시 전 아프리카단결기구 사무총장, K. R. 나라야난 전 인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 한국 등 12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하였다. 비동맹시대의 주역들을 망라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고슬라비아와 쿠바, 러시아, 프랑스는 빠져 있었다. 세미나는 참가한 12개국의 대표 19명과 중국 측 참가자 33명 등 모두 52명이 6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열띤 발표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회의는 2년 전에 전면 개축하였다는 북경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곳의 최신 설계와 호화로운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북핵 관련 6자 회담장으로 사용된 이 국빈관은 한국에서도 언론을 통해 일부 볼 수 있었지만 현지에서 보는 모습은 더욱 화려하였다.

세미나 마지막 날에는 인민대회당에서 쩡칭홍 중국 부주석을 예방하였다. 후진타오 주석은 해외 순방 중이었다. 이렇듯 과분한 환대를 받으며 의문스러웠던 것은 비동맹시대와 6·25전쟁을 통해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북한이 초대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과 한국이 초청을 받은 사실이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남한이 중요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으며, 중국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북한과 중국은 군사동맹관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동맹 관련 세미나에 북한을 초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중국은 한국의 제 1교역대상국이 되었고, 투자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과 유학생수도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8년 북경올림픽을 통해서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고 강대국의 면모를 세계 만방에 보이려 노력 중이다. 북경 시가지는 어디를 둘러 보아도 온통 건설 현장 같았다. 옛 건물은 헐리고 현대식 빌딩이 들어서고 있으며, 좁은 길은 넓게 포장되고 있었다. 거리를 달리는 택시도 하루가 다르게 소형에서 중형으로, 또 신형으로 바뀌고 있었다.

흔히,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시대라고 한다. 동북아는 인구로는 세계의 38%, GDP로는 세계의 22%를 차지하는 중요 지역으로 미국이나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축의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계화 과정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져 있다.

세계화 현상 중의 하나가 지역화라면 한·중·일 3국이 하루 속히 지역 협력체를 구성하여야 한다고 본다. 우선, 경제적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장차 정치·안보면까지 확대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북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돌파구를 발견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