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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올해 4월 중순, 또 하나의 한국학과가 베를린 자유대학교(Free University Berlin)에서 출범하였다.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일본학과 박성조 교수가 한국학과의 창설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20년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는 글쓴이를 비롯하여, 연구원 1명과 강사 2명, 학부 조교 2명, 비서 1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벌써 40명을 넘는 학생들이 8개의 신규 강좌를 열심히 수강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작은 건물이지만 지상 3층, 지하 1층을 독차지하고 있는 우리 한국학과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하겠다.

한국 현대사회를 전문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적 기관으로 발돋움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한국학과는 가까운 시일 안에 양적으로는 물론이고, 질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전임 교원의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학 당국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당하는 교수(현재는 글쓴이가 담당) 외에도 한국의 정치, 경제를 전담할 교수를 추가로 임용한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 아울러 연구원도 2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실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2명의 정규 교수직을 설치한 한국학과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독일 내 모든 대학교에서 기존의 교수직마저 대대적으로 폐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대학교의 한국학과는 그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튀빙겐대학교에서는 한국학과 교수직이 사라졌으며, 베를린의 훔볼트대학교에서는 아예 학과 자체가 폐지되었다. 따라서, 현재 독일의 한국학과는 보쿰대학교(Marion Eggert 교수)와 함부르크대학교(Werner Sasse 교수)만이 어려운 여건에도 굽히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정을 고려해 볼 때, 자유대학교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학과의 증설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다.

베를린 자유대학교(Dieter Lenzen 총장)는 1948년에 설립되어, 현재 12개 학부에 90개의 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정교수 500명에 연구원 및 강사 2,300명 등 약 3천명의 강의 인력이 총 4만3천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중국학과와 일본학과는 이미 초창기에 설치되었으며, 최근에는 동아시아 미술사과정에도 교수직이 마련되었다. 일본학과와 중국학과는 각기 정교수 2명, 연구원 2명, 어학 전임교원 2명, 강사 4~5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기마다 30개 정도의 강좌가 개설된다. 학부생은 100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대학원생도 20~30명은 족히 된다. 소장 도서도 각각 2~3만권이나 되며 이를 관리하는 전문 사서가 따로 있다.

한국학과는 아직 초창기라서 그와 비교될 수 없이 취약한 점이 많다. 이번 여름 학기에 개설된 강좌 수는 고작해야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며, 도서관에 비치된 장서도 5천권을 넘지 못한다. 학과의 도서는 목록화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신규로 구입된 서적이라곤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한국학과에 배당된 강의 인력이 모두 충원될 경우 사정은 급속도로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대학교 당국은 한국학과를 포함한 동아시아 관련 학과를 중점 학문분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통일된 독일의 수도가 베를린이라는 점, 독일이 유럽연합(EU) 안에서 차지하는 주도적인 위치, 동아시아가 현대 세계의 정치·경제에서 점유하고 있는 비중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한국학과는 ‘21세기형 지역학’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한국학과(Koreanistik, Koreanologie)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지난 20세기에 유럽 대학의 한국학과에서는 언어, 문학 및 종교에 관한 문헌학적 연구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요컨대,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상으로 한 순수 학문적 기초적 연구가 연구와 강의에서 대종을 이루었던 셈이다. 그 결과, 한국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점차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학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었다. 현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사회과학적 관심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로 말미암아서 한국학의 실용성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한국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직업적 전망 역시 불투명하였으며, 한국과 외부 세계의 다양한 교섭을 주선하는 역할도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존의 한국학은 고전적 의미의 학자를 배출하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할 기능이 없었다.

한국과 유럽을 잇는 문화교류의 매개자가 되고자
과거의 한국학에 대한 이러한 반성 위에서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한국학과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를 소홀히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현대 한국의 정치·경제·법 및 사회를 전문적으로 연구, 강의하는 학문적 기관으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한국과 독일, 또는 한국과 유럽을 잇는 넓은 의미의 문화적 교류에 있어서도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떠맡으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대학교 한국학과는 올 상반기에만도 여러 행사를 활발하게 개최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다음의 몇가지 행사는 짤막하게나마 언급할만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큰 행사로 대학교 내에서 ‘한국주간’(2004. 4. 26~4. 30)을 선포하고 한국영화제, 국내 무용단의 초청 공연, 조선시대의 도자기 전시회, 권영민 주독일 대사 초청 특강, 베를린 앙상블 가곡 공연과 민화에 관한 특강을 가졌으며, 이와 더불어 ‘세계화와 인력 관리’라는 국제회의도 열렸다. 또한, 6월 9일에는 조건식 통일부 차관의 평화통일정책에 관한 기조연설 및 그에 관한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7월 2일에는 소설가로 이름난 이호철 선생을 초빙하여 문학강연회도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21세기 새로운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한국학과는 산학협동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이로써 대학과 사회의 협업을 한층 강화할 것이며, 한국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취미와 소양을 고려하여 경제계, 정계, 언론계 및 문화계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의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Prof. Dr. Sungjong Paik
Freie Universitat Berlin, Korea-Studien
FB Geschichte und Kulturwissenschaften
Lansstr. 5, D-14195 Berlin/Germany
Tel.: 00149-30 838 56895
Fax: 00149-30 838 56898
E-mail: chonmyongdo@hanmail.net 또는 sjpaik@zedat.fu-berli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