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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성의 결과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한 투쿠만(Tucuman)시는 1816년 7월 9일 아르헨티나의 독립 선언이 이뤄진 곳이다. 바로 이 도시에서 아르헨티나 한국학회(AAKS)가 제3회 한국학학술대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정보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며칠 전, 정확히 말하자면 2007년 9월 6일과 7일 양일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명한 한국학 학자, 미래의 한국학 학자, 한국인, 한국이민자 등이 쓴 56편의 논문 발표에 대해 서로 지식을 나누고 토론했다. 이 글은 아르헨티나의 한국학 분야를 풍부하게 해준, 나아가 중남미 전역의 한국학 발전에 영향을 준 이 회의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 한국학 학술대회
개회식을 주재한 인사들로는 투쿠만국립대학교 부총장 마리아 루이사 로시 데 에르난데스(Maria Luisa Rossi de Hernandez), 투쿠만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학 센터 소장 릴리아나 팔라시오스 데 코시안시(Liliana Palacios de Cosiansi) 교수, AAKS 회장 호르헤 라파엘 디 마시(Jorge Rafael Di Masi) 교수, 투쿠만국립대학교 철학-문학대학장 엘레나 로하스 마이에르(Elena Rojas Mayer) 교수, 그리고 황의승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등이다. 황대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양국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고, 이어 한국대사관 추종연 공사가 ‘한국과 중남미의 천연자원 분야 협력 증진’에 관해 이야기했다.
역사와 종교에 관한 첫번째 세션에서는 ‘고구려: 정치와 역사 조작’, ‘한국의 민족주의와 정체성’, ‘한국의 유교’, ‘1945-1965년 사이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한국 전통 속의 종교와 여성’, ‘한국의 침술’ 등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한국 관료주의 구조 속에 나타난 일본제국주의의 영향’,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운동의 역할’, 그리고 AAKS 부회장인 호르헤 산타로사(Jorge Santarrosa) 코르도바 국립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마르크스와 베버: 한국의 국가관료주의와 후기자본주의’에 관해서 토론했다. 한국의 경제와 근대화에 관한 세번째 세션에서는 발표를 통해 ‘한국의 국가 대(對) 시장’, ‘한국에서 정치적 대표성과 신기술’, ‘한국의 세계화와 인력개발’과 같은 주제가 분석되었다.
대회 이튿날은 문화와 교육에 관한 세션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의 교육혁명’, ‘동양에 대한 비전’, ‘아르헨티나에서 바라본 한국: 1950-1970’,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과 남미국가 사이의 문화 커뮤니케이션’, ‘아르헨티나의 한국어교육’ 등과 같은 주제가 다뤄졌다.
이어 한국인들의 아르헨티나 이민에 관한 두 개의 긴 세션이 계속되었다. 한인들이 아르헨티나의 여러 분야에서 겪은 경험과 현지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사회, 인구, 심리 등 여러 부분에서 각각 초점을 맞춘 발표가 있었다. 대중예술박물관의 미르타 비알로고르스키(Mirta Bialogorsky) 박사는 ‘아르헨티나의 한인사회, 다민족성, 차별’에 관한 장기 연구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했고, 릴리아나 팔라시오스 데 코시안시 교수는 ‘투쿠만 지역의 한국인 이민과 종교’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점심식사 후 이어진 문학과 예술 세션에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한국의 문학, 영화, 탈춤 등에 관한 서로 다른 측면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두 세션은 국제관계와 한반도에 관한 것이었다. ‘한반도와 국제 체제: 강대국간 대립 혹은 협력의 장소’와 ‘남북한 통일’, ‘한반도의 안보 의제’, ‘한국과 아시아의 자유무역협정’ 등이 발표되었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들은 ‘북한의 경제사’, ‘북한의 경제개혁’, ‘북한과 미국: 도발에서 협상으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AAKS의 사업과 활동
2004년 설립된 중남미 최초의 한국학회인 AAKS는 학제간 시각에서 한국학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AAKS는 아르헨티나 주요대학교의 50명 이상의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학회가입에 관심있는 모든 개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AAKS에는 11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이 있으며, 오랫동안 학회 활동을 후원해준 관련 인사들로 이루어진 명예회원위원회 창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AAKS는 발표한 논문들을 담은 두 권의 책을 통해 한국학의 시작과 확산의 중심지로서의 확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 책은 2007년 말에 출판될 예정으로, 스페인어로 된 이러한 자료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한국에 관한 자료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또한, 이 지역에서 한국에 관한 지식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소논문들을 모은 책을 발간 예정이다.
AAKS가 최근 추진중인 사업에는 아르헨티나 대학에서 (한국학) 수업을 듣는 학생 수의 확대, 한국내 대학과의 학생 및 교수진 교류 개선, 이미 위에서 언급한 서적들의 출간, 아르헨티나 내 한국 기업과의 관계 확대, 한국인들의 아르헨티나 이민에 관한 사진전 준비를 포함하여 2008한국학학술대회 조직, 기존의 한국 대학과의 양해각서 확대 및 한국아르헨티나협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을 위해 아르헨티나의 서로 다른 대학간 협력을 심화시키는 여러 가지 행동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개회식 : 8월 8일에 열린 한국전통문화 국제학술회의 개회식 장면

아르헨티나 한국학의 미래
이번 제3회 학술대회의 성공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같은 기관의 항구적 지원,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유사점을 가진 이 두 나라 사이의 다리가 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과 헌신 등에서 보여준 연속성에 기초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한국학의 미래는 밝다. 한-아 경제인연합회와 같은 단체와 함께 각 대학과 AAKS의 활동에 토대를 두고 있는 우리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만한 좋은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 학생과 연구자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틀간의 학술대회로는 이 모든 잠재적인 참가자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미래 한국학의 존재와 발전을 보장하며 한국학 분야로 진입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중요한 것은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거의 2세기 전 바로 그 도시에서 독립국가를 세우기로 결심한 건국의 아버지들에게서 고무받은 투쿠만과 투쿠만국립대학교는 아주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내면서 다양성 속의 통일성 ─ 모든 이들이 태양 아래 자신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는 약속의 미래에 대해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함께 생각해보는 ─ 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