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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경험과 즐거움의 시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소장 <세계명품도자전>은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과 관람자 모두에게 의미가 큰 전시이다. 2500년 전의 무유백도를 비롯해 서기 800~900년경의 코발트 블루 이라크 접시 등 유서깊은 작품들부터 19세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도자의 역사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총 36,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성이 큰 최고 수준의 도자 컬렉션을 자랑하는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이 현재 2,000만 달러를 들여 런던 도자 전시실을 새로 단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 중 진수를 순회 전시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을 시작으로 독일의 뒤셀도르프, 터키의 이스탄불,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서울,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를 이 순회전의 개막 장소로 정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면에서 의미 있고 기쁜 일이었다. 첫째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의 도자 전통은 도자의 역사와 그 찬란함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자를 볼 수 있었는데, 그곳의 도자 컬렉션은 수려한 청자와 분청사기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서구에서는 과소평가되고 있는 한국 청화백자의 미묘한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주었다. 현대 도자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박영숙 작가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둘째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이 학예 분야에서 한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한국에서의 전시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이토록 훌륭하게 전시품을 설치, 전시해준 윤금진 소장을 비롯한 문화센터 관계자들의 노고와 영국문화원의 지원에 감사드린다. 117점의 전시 작품은 문명 그 자체는 물론 교역과 문화적 접촉의 힘, 기업가적인 도공들이 추구한 기술 혁신, 까다로운 후원자들이 요구한 최상의 질 등 복잡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해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국에서 출토된 것으로 기원전 2500년에 만들어진 귀한 무유백도가 전시되는데, 이것은 원시 자기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자기가 처음 서구에 소개되면서 중동에서는 놀라움과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코발트 블루로 장식된 서기 800~900년경의 매력적일 정도로 단순한 중동의 이라크 접시도 전시된다. 이런 혁신은 다시 동양으로 돌아와 위대한 청화백자 전통의 바탕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새로운 자기 종류의 초기작 중 가장 중요하고 귀한 작품의 하나로 원나라의 ‘백자청화운용문편병’(1300~1368)이 있다. 또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국 송나라, 명나라와 조선의 아름다운 도자에 더해서 무어인들이 지배하던 시기 유럽에서 만든 중요한 러스터도자도 전시되며 델라 로비아가 만든 제단의 일부분이었던 귀여운 천사상을 포함하여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주석유약 도기들도 볼 수 있다. 유럽은 오랫동안 자기의 비밀을 ‘깨뜨리지’ 못하다가 1709년에 이르러 비로소 작센의 선제후의 공장에서 그 비밀을 밝혀냈다. 일단 비밀이 밝혀지자 유럽 왕가에서는 복잡하고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대 유행이 되었다. 그 한 예가 바로 마이센 공장에서 만든 커다란 숫염소다. 원래 이 작품은 드레스덴의 왕궁에 진열할 목적으로 만든 600여점의 실물 크기 동물상 중 하나였다. 또 다른 훌륭한 예는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를 위해 세브르 공장에서 만든 디저트 접시다. 이것은 예카테리나 대제가 요구했던 완벽한 800인용 식기 세트를 완성하는 엄청난 주문의 작업이었다. 이렇게 사치스러운 낭비를 했으니, 최종 청구서가 날아오자 예카테리나가 꽤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도자는 좀 더 많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영국인 조사이어 웨지우드가 만든 ‘초판본’ 포틀랜드 병이다. 이 작품은 3년에 걸친 실험 끝에 1790년 완성된 후 엄선된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는데, 이들조차 미리 입장권을 사야 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많은 이의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전시작 중에는 19세기 작품과 훌륭한 현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하마다 쇼지, 루시 리, 맥덜린 오둔도(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다)의 멋진 작품들을 살펴보길 권한다. 또한 피카소의 화려한 작품이나 리처드 슬리의 초현실적인 작품을 통해 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들에게 주는 완전한 즐거움도 느껴보길 바란다. 이번 전시회가 많은 관람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과 즐거움을 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