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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린이 축제 향연을 보다

일본의 큐슈 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에서 지난 3월 21일부터 3일간 어린이 무대예술 페스티벌이 열렸다. 어린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높은 관심과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일본인들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었던 축제 현장을 담았다.

일본의 여기저기서 어린이 문화축제가 풍성히 열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린이와 관련된 일본의 전통 풍습인 3월의 ‘히나마쓰리’, 5월의 ‘고이 노보리’ 등의 축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주역이자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 대한 문화 창달이야말로 일본 사회 발전의 한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가고시마의 국제 교류
행사가 열리는 가고시마로 가기 위해 3월 21일 아침 하네다 공항을 출발했다. 2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한 가고시마 시내에서는 말로만 듣던 우뚝 솟은 화산인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고시마는 예로부터 외국과 활발한 교류를 맺어온 지역으로서 일본 근대화의 초석이 된 메이지 유신의 발흥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고장의 명물로 자리 잡은 사쓰마도자기(薩摩燒)는 임진왜란 당시 끌려온 조선 도공으로부터 그 명맥이 이어져 온 것으로 과거 역사를 통해 한국과도 밀접한 교류 관계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고시마에 대한 정보와 국제 교류 현황은 가고시마현청 국제교류과 관계자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가고시마는 아시아를향한 일본 남단의 교류 거점으로 아시아 각국 지역과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전라북도와는 1989년에 교류협정을 체결한 이래 공무원 연수 교류, 자매도시 간 교류, 민간협회 및 학교간 교류 등 각종 한일 교류가 활성화되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고시마와 어린이 무대예술 축제
가고시마는 일본 지방 문화의 중심지로 음악제, 연극제 등 크고 작은 시민 참여형 문화 행사가 연중 내내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가고시마 어린이 무대예술 페스티벌은 어린이 무대예술 및 공연의 활성화로 어린이들에게 풍부한 인간성과 다양한 개성을 함양시킨다는 취지로 매년 가고시마현 어린이예술제전 실행위원회가 결성되어 관련 극단협회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개최되고 있는 공연예술 행사다. 이제까지 이러한 어린이 무대예술 축제를 통해 무려 2,405개의 극예술이 무대에서 상연되었고 40만 명 이상이 관람하였다고 한다.
올해에는 일본 전역에서 어린이 극예술을 주도해오고 있는 극단 바람의 아이(劇團風の子)를 비롯한 20여 개의 참가 극단으로부터 25개의 작품이 가고시마현민교류센터, 중앙공민관 등 9개의 주요 문화 공간에서 행사 기간 중 일시에 상연되었다.
일본의 근대 서정 문학을 대표하는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원작의 유명 단편소설인 <은하철도의 밤>이 오사카의 인형극단인 쿠라루테(Puppet Theater LA CLARTE)에 의해 인형극으로 상연되어 어린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주었으며, 극단 가제노코큐슈(劇團風の子-九州)의 공연 <닛코리 폿카리(にっこりぽっかり)>는 밝은 율동과 음악으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극단 사다리 공연
이번 행사에서 필자의 관심은 단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참가한 극단 사다리의 창작 아동극 <시계 멈춘 어느 날> 공연에 있었다. 해외 작품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2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히 초빙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상처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다룬 이야기로 극단 사다리가 2004년 기획한 무언극이다. 특별히 초빙된 한국 작품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관심이 반영된 듯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러한 연극 공연을 통해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인류의 본질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는 한편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극단 사다리의 관계자는 일본의 극단 가제노코큐슈와 2002년에 <만남-세 가지 숲 이야기>를 공동 제작하여 양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합동 순회공연을 추진한 실적이 있다며, 향후 한일 양국의 아동극 교류 활성화와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늘어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영국의 낭만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동심(童心)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무지개(Rainbow)>라는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The child is the father of the man)”라는 의미심장한 구절을 남겼다. 이번 가고시마 어린이 무대예술 페스티벌을 지켜보며 어린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애정을 확대하고, 유익한 문화 이벤트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