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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에 걸친 아름다움을 보다

인류의 생활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도자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동양도자의 중심으로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도자 작품을 비교하고, 중동 도자를 경험해보며,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유럽의 각종 도자의 다양한 형태, 문양,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옛 도자기는 문화유산의 하나로서 그릇이지만 그릇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옛 도자기를 이해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지만 차츰 박물관을 드나들고 그 특징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친숙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도자에 관한 책들을 대하면서 어렴풋이나마 그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도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깊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의 도자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갖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도자 속에 담긴 시대적인 배경과 성격을 이해하는 일이 보다 근본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소장 <세계명품도자전> ‘흙, 불 그리고 아름다움’ 전시는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온 세계 도자의 변화상과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 옛 그릇인 도기와 청자, 분청자, 백자 등의 전시가 주로 열렸고, 그 외에 간혹 중국의 도자 전시가 있었을 뿐 전 세계 도자를 볼 수 있는 전시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자기만을 이해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시각을 좁게 만들어 세계 속의 우리 것을 폭넓게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인류의 생활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도자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전 세계의 도자를 한눈에 아우르는 전시와 다양한 아름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의 도자는 현존하는 세계의 가장 큰 도자 컬렉션 중 하나로 전 세계의 작품이 포함된 컬렉션인 만큼 이번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가 이번 순회 전시의 첫 번째 개최지가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동양 도자의 중심으로서 한국과 중국・일본의 도자작품을 비교하고, 이집트・이란・터키 등의 중동 도자를 경험해보며, 그리스・로마 시대의 도기들은 물론 스페인・프랑스・영국・독일・러시아 등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유럽의 각종 도자의 다양한 형태, 문양,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전시된 ‘백자청화운용문편병’은 오랫동안 보고 싶던 작품이었다. 1350년경 중국 원나라 시대에 제작된 이 도기는 고령토를 1300℃가 넘는 온도에서 구운 경질의 백자 위에 중동에서 가져온 청료(코발트)를 안료로 사용하여 제작한 청화백자의 초기 작품으로, 동서양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역동적이고 강렬한 느낌의 매우 귀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청화백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동서양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명품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번 전시는 도자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기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