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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한국학 진흥을 위한 기초 연구

최근 아시아 지역과의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해외 한국학 증진에 있어서도 기존 북미와 서유럽 중심적인 접근법에서 탈피하고 아시아 학계의 특성과 한국에 대한 수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안을 도출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져왔다. 이에 따라 재단은 2007년 말부터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의 김동택 연구부교수를 포함한 지역전문가들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학 진흥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5개국(중국, 인도, 몽골, 베트남, 카자흐스탄) 내 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국학 현지 수요조사 및 상황분석을 추진하였다. 지난 3월 27일 이에 대한 결과보고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지난 몇 년간 아시아와 한국은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한국이 자리한 곳 자체가 아시아 지역이지만 최근의 현상은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늘 특정한 국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학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만들어진 이래 몇몇 주요 지역 또는 국가에 집중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간 상황은 변했다. 한국은 훨씬 많은 나라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과의 교류는 양적・질적으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세계 여러 지역에 대한 한국학 진흥 전략 또한 불가피한 변화가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응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학 진흥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에 대한 요구가 이번에 아시아 지역 한국학 진흥을 위한 기초 연구의 배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아시아 5개국에 대한 기초 연구가 실시되었다.

한국학 진흥의 어려움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아시아 지역과 한국의 관계는 급격하게 증대되었고 이해관계도 밀접해졌지만 이 지역에서 한국학 진흥은 상당히 힘든 과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지역에 따라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큰 나라들은 한국 자체에 커다란 중요성을 두고있지 않다. 이들 나라는 나름대로 학문적 인프라가 갖춰져있고 새롭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에 비해 한국의 비중은 현격하게 약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경우는 비교적 한국학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나 인도의 경우 한국학 자원은 몹시 취약하다. 둘째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과 같은 나라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학 진흥에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이 지역의 학문 인프라 자체가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실용적인 목적 때문에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학문적으로 연구할 만한 동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관심이 높다 하더라도 이를 충족시킬 만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연구자 및 교수 요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이때문에 현직에 종사하는 연구자나 교수 요원뿐만 아니라 학문 후속 세대들 또한 한국학 연구를 통해 자신의 발전 전망을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 따른 차별적 접근방법의 필요성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국학은 학문 세계에서 주변에 위치하며 연구자들 또한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구분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과 한국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학 진흥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 지역마다 적합한 접근방식이 모색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학문 인프라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또 이들 나라가 한국에 대해 갖는 중요성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학 진흥은 이러한 점들을 전제로 하여 점차 확산되고 있는 다양한 측면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것을 학문적 이해관계로 전환시키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국학 진흥은 먼저 당장 서로의 이해관계가 수렴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장기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부분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나라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어 학습이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신진 연구 인력의 육성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장학 제도를 확립하고, 중간에 이들이 다른 분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국어 학습 지원 프로그램은 반드시 학위 취득을 전제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엄격한 학사 관리를 통해 이들의 연구 능력을 제고시켜 귀국 후 인정받는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들을 교육시키는 국내 기관들은 해당 지역연구자나 한국학 전문 연구자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곳이 바람직할 것이다.
중진 연구자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에 체류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되 이들이 국내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여 향후 지속적인 관계 설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귀국 후에 이들이 한국학 강의를 개설하거나 지속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당분간 이러한 정책들을 조율하기 위한 제도로 해당 나라들과 적절한 수준의 한국학 전략 포럼을 운영할 필요성도 있다. 이 포럼을 통해 연구자 선발, 학생 선발 및 교류, 한국학 진흥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국학 진흥은 해당 나라와 한국의 상황 모두를 염두에 둘 때 출발점에 있다. 하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가 급속하게 확산되어가는 현실에 비추어볼때, 시급하게 그러나 대단히 면밀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상황에 비추어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으며, 추진 시점을 놓칠 경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 수도 있다.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 과연 아시아에서 한국학 진흥 사업이 실시될지, 또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시아에서의 한국학 진흥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희망적인 신호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