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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교류재단 싱크탱크 지원사업, 전환점에 서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시대의 화두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유·무형의 자원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현상에 익숙하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으며 J-pop을 듣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세계화’는 일방향성의 현상이 아닌 쌍방향성, 나아가 다방향성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방적인 이해만으로는 세계화의 거센 파도에 휩쓸리기 쉽다. 타국에 대한 이해는 필요조건에 불과한 것이다. 세계화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타국에 대한 이해의 과정뿐 아니라, 자국을 타국에 적극 이해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필요충분 조건을 갖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국익과 직결되는 사항일수록 우리의 입장을 타국에 이해시키는 ‘충분조건’의 중요성은 ‘필요조건’의 그것을 넘어선다.
세계 강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도 그들에게 우리를 이해시킬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든다. 북핵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은 이 필요성에 ‘시급함’마저 더하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일본의 보통국가화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긴장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앞서 강조했듯이 우리의 입장과 생각을 적극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일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이해’시키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동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대의 화두인 ‘세계화’를 주도하는 길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도, 동북아시아의 허브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싱크탱크인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이를 위해 지난 1992년부터 국외 주요 싱크탱크(think tank)의 한국 관련 연구, 회의, 출판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여론 주도층과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과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Richard Hass 전 미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의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싱크탱크의 역할’이란 논문에 따르면 싱크탱크는 대외정책 입안과정에서 뚜렷하게 5가지 정도의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정책 결정에 필요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선택방안을 생성하고, 둘째, 정부 인사 임용시 준비된 전문가 풀(pool)을 제공하고, 셋째, 고차원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넷째, 국제사회에 대한 지식을 교육시키고 다섯째, 분쟁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싱크탱크에 재단은 한반도에 관련된 각종 연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과거와 현재
1992년부터 지금까지 재단의 수혜를 받은 해외 싱크탱크 기관은 총 31개국 54개처이다. 이 기관 중에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 최고의 두뇌집단이라 칭한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클린턴 행정부 인사가 대거 포진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안보분야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랜드연구소(Rand), 초당적인 입장에서 시의적절한 정책보고서를 생산하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 그리고 우리의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국제위기감시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등 다수의 저명한 싱크탱크들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주요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2006년 5월),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관련 연구가 재단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재단의 싱크탱크 지원 사업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외 싱크탱크들은 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100여 권의 정책 관련 보고서를 출판하였으며, 이 보고서들은 현지의 정책입안자들 및 관련 전문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재단은 이러한 보고서들을 싱크탱크들로부터 접수하여 국내 공공도서관 및 유관기관 30여 곳에 배포함으로써 ‘상대를 이해하고, 우리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전환점을 맞아 도약을 꿈꾸며
최근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외교적 사안이 늘어가면서, 재단의 싱크탱크 지원사업은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재단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기대는 곧 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그것은 다시 발전을 꿈꾸게 한다. 이는 재단이 지금 ‘자기성찰’을 통한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 해오던 사업의 진행 방식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과 여론 확산을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개발 중에 있다. 그 일환으로 재단은 외교·안보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내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싱크탱크 지원사업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사업방식을 세밀하게 가다듬고 있다.
일례로, 해외 싱크탱크로부터 연구계획서를 신청받아 지원하던 그간의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재단이 국내 전문가들과 논의하여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연구주제를 개발하고 이를 공모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준비 없는 변화는 오히려 퇴보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재단은 철저한 준비와 강한 혁신의지를 각각 씨줄과 날줄로 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화장걸음 치는 세계화 속에서 재단의 이런 노력이 자기발전과 함께 한국의 외교역량 증대에 일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높은 파도 위를 멋지게 ‘서핑’하는 꿈을 꿔보자. 꿈꾸는 자에게만 내일이 존재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언제나 그러하듯, 꿈은 희망과 현실이 서로 깊게 엉기어 있는 그 무엇이기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