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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로 바라보는 터키와 한국의 닮음과 다름

터키와 한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오해 그리고 기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교환 전시회 <다른 유사함(A Different Similarity)>이 서울과 이스탄불, 두 도시에서 열린다. 이미 터키현대미술전을 2008년 12월 갤러리 루프에서 한 달간 개최했고, 2009년 6월에는 한국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를 이스탄불의 산트랄이스탄불(Santralistanbul) 미술관에서 열 예정이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은 국가다. 또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만나는 교차점으로 복잡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15,000명의 군인을 파병한 우방 국가이기도한 터키와 한국은 지난 2007년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그렇다면 우방국으로서 지난 50년간 양국 간 문화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어왔을까? 터키 하면 쉽게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오스만 투르크, 오리엔트, 실크로드, 술탄과 하렘…. 관광산업이 만들어놓은 몇 가지 전형이 우리가 알고 있는 터키의 실제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터키는 유럽과 미국, 중동 문제의 한가운데서 정치, 사회, 종교 문제와 더불어 민족 분쟁 문제까지안고 있다. 어찌 보면 다사다난한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터키는 더 이상 오리엔탈 문화의 중심도, 술탄이 사는 제국도 아니다.

전형적 이미지에서 탈피한 양국의 다양한 현대미술 조망
터키의 독립 기획자 펠린 우란(Pelin Uran)과 공동 기획한 <다른 유사함(A Different Similarity)>은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오해 그리고 기대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이 전시는 서울과 이스탄불, 두 도시에서 열리는 터키-한국 현대미술 교환 전시로, 상대방 국가에서 단체전을 여는 방식으로 두 차례 진행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이 교환 전시에는 3명의 양국 기획자와 7명의 터키작가, 10명의 한국 작가가 참여한다. 이미 터키현대미술전이 2008년 12월 갤러리 루프에서 한 달간 개최됐고, 2009년 6월
에는 한국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가 이스탄불의 산트랄이스탄불(Santralistanbul) 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겨울 갤러리 루프에서 개최한 터키 현대미술전 <다른 유사함: 엔드게임(A Different Similarity: Endgame)>은 터키 기획자가 선정한 7명의 터키 작가의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 애니메이션, 설치 등 다양한 미디어와 장르의 작품을 전시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이실 에이리카부크(Isil Egrikavuk)와 그룹 하자부주(Ha Za Vu Zu)는 현장에서 열린 퍼포먼스와 음악 공연을 통해 미술계는 물론 관람객과직접 만나는 특별한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기존의 터키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기대했던 관람객에게는 이번 전시가 매우 혼란스럽거나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에는 터키라는 국가의 특징이나 시각적 연결 고리를 확인할 어떠한 메타포도 없었기 때문이다. 터키 기획자가 전시 부제 ‘엔드게임(Endgame)’과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지리학적 측면에서 이들 작품의 교집합을 찾고자 하는 것은 헛수고다. 엔드게임이란 체스 용어로서 게임의 마지막 승패를 좌우하는 계획되지 않은 우연적 사건이나 요소를 의미한다. 이처럼 타 문화에 대한 인식과 이해는 몇 개의 단어나 용어로 단순히 규정, 단정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 배후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 전시는 이야기하려 했다.
이번 터키현대미술전은 터키 현대미술의 일관된 특징을 간략하게 소개하기보다 오늘날 터키 작가들이 보여주는 관심이나 문제점, 고민 등 다양한 예술과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다양성에 관한 문제점은 비단터키 현대미술에만 적용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현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방식 역시 ‘한국 현대미술의 특징은 이러저러하다’라고 규정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현재에도 그런 방식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과 비교할 때 스스로의 경계선을 제한하기보다 더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놓고자 한 이번 전시회는 매우 용감한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현대미술로 바라본 한국과 터키의 다양성과 유사성
오는 6월 10명의 한국 작가(김기라, 배영환, 이세현, 임민욱, 정연두, 문경원, 이용백, 전준호, 진기종, 홍경택)가 이스탄불에서 선보일 전시 역시 다양성을 제시하는 맥락에서 터키 현대미술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문화 속에도 다양성은 존재하고 유사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들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서로를 자극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보편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특징적 유사점, 차이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 발전의 극히 정상적인 진로다. 그러므로 한국성, 또는 한국 현대미술의 특성을 어떠한 기준에서 선별,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기획자에게는 어느 것보다 어려운 고민이며, 이는 참여 작가들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한국 현대미술전이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정보가 없는 터키 관람객에게 몇 개의 단어로 나열한 교과서식 답안을 제공하기보다 그들로 하여금 한국 현대미술에 혼재하는 다양성을 경험하고, 그 닮음과 다름을 조금씩 찾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