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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코스타리카대학 교수이자 영화제작센터 이사이며, 베리타스대학 영화 TV 스쿨 학장을 역임하고 있는 중미 지역 영화계 인사 코르테스 사무국장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한국 방문이 한 편의 마법 같았다는 그는, 이번 6박 7일 동안의 여행이 양국 영상산업 분야 교류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매우 뜻 깊었다고 밝혔다.

1. 한국인에게 코스타리카 영화는 약간 생소합니다. 이와 관련해 강의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사실 코스타리카 영화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중남미, 즉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 영화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어느 한 나라만이 아닌 중남미 영화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중남미 영화계의 현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쿠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정도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을 뿐, 영화에 대한 기반이 아주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스타리카도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코스타리카에서는 미국에서 배급하지 않는 영화는 볼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상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죠.

2. 그렇다면 영상산업지원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영산산업지원기금은 중미 영화인들에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동기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말씀 드렸듯이 대부분의 중미 국가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덕션이나 제작 비용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영상산업지원기금이 유일한 거죠. 이곳에서는 시나리오, 후반 작업, 배급 등 영화 제작 지원에서부터 보조금 제공, 전문가 자문, 국제적 명사를 초청한 워크숍 개최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워크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전반적인 영화제작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워크숍을 통해 교육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곳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시작 단계라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징조들도 보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딱 한 편의 장편영화만 제작했는데, 2001년에서 2009년 사이에 무려 30편을 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인드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만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터넷, TV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학생이 만든 단편영화가 유튜브에서 상영된 적이 있는데 20만 명이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슈렉>을 본 관객과 비슷한 숫자였는데요, 우리는 여기에서 중남미 영화 산업의 희망을 봤습니다. 우리에게도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본 거지요.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아주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애니메이션입니다. 이것도 물론 시작 단계지만 많은 기대 바랍니다.

3. 한국의 영화산업을 엿볼 수 있는 이번 방문이 뜻 깊으셨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영화와 관련된 장소와 사람들을 이렇게나 많이 보고 만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특히 영화사 백두대간과 만난 것은 아주 인상 깊었는데요,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여 앞으로 많은 교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울축제여성영화제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바로 중미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은 파노라마 필름들입니다. 그래서 여성영화제 측과 협의를 잘해 교류를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열한 군데 정도에서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제게는 이것만큼 의미 있고 행복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4. 양국 간의 문화 교류에 영화가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될 것 같습니다.
전 영화가 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 영화 중 인상 깊게 본 것이 <집으로>와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었습니다. 그 영화들에는 전통과 현대라는 두 한국이 살아있더군요. 그래서 코스타리카에 돌아가면 제가 본 것, 느낀 것을 글로써 사람들과 공유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코스타리카대학에 아시아 영화를 다루는 과목을 개설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와 여성영화제에 우리 영화 제작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중미 소녀들을 다룬 파노라마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봐야겠습니다. 한국의 영화계는 규모가 크고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도 한국을 위해서 무언가 꼭 하고 싶습니다. 만약 한국 영화계가 중남미 영화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기꺼이 팔을 걷어 붙이고 돕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