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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삶 속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꽃과 나비의 울림

지난 8월 9일, ‘꽃과 나비’를 주제로 한 옛 사람들의 생활 소품과 민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8개 사립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20여 점의 소장품을 통해 옛 선조들의 다채로운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꽃과 나비, 그 아름다운 화음> 전시회는 8월 26일까지 서울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전시되었다.



우리나라 선조들의 민간 예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꽃과 나비’였다. 아름다운 꽃과 인생의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나비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모습은 남녀 간의 화합, 나아가 가정의 화목을 상징했다. 그래서 꽃과 나비는 그림의 소재로도, 소품의 형상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민화는 물론이고, 비단에 큼직한 꽃을 그린 자수 열쇠패, 나비 형상의 자물쇠, 나비 모양의 열쇠가 달린 전주애기장, 화려한 색의 꽃이 만발한 목상여와 꽃 조각판, 흐드러진 꽃 위에 살포시 나비가 앉은 비녀와 뒤꽂이 등에서 그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꽃 중의 왕 ‘모란’
예부터 크고 탐스러운 꽃봉오리로 부귀(富貴)와 공명(功名)을 상징하여 부귀화(富貴花)로도 불리던 ‘꽃 중의 왕’이, 바로 모란이다. 일찍부터 중국 황실에서는 모란을 특히 아껴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하여 즐겨왔으며, 1929년 이전에는 국화(國花)이기도 했다고 한다. 모란이 지닌 풍요로움의 이미지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풍성한 꽃잎이 만개한 모란을 민화나 병풍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모란은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전시 중 조선 후기의 민화 <모란도>가 특히 눈에 띈다. 이 그림은 문인들의 세련된 그림들보다는 거칠고 서툴지만, 해학적이고 강렬한 색감으로 서민들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조들이 모란만을 편애한 것은 아니었다. 매화, 난초 등을 주제로 삼아 문인의 품격을 담아내기도 했으며, 이름 모를 화려한 꽃을 소박하게 수놓아 버선을 만들기도 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던 장례 도구 중 ‘목상여’라는 것이 있는데, 저승 가는 길 외롭지 말라는 뜻으로 나무 조각판에 꽃도 한 가득, 사람도 한 가득 조각하고 그려 넣었다.

남호접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나비’
부귀영화가 넘치는 삶, 기쁨과 즐거움을 상징하는 나비도 빼놓을 수 없다. 나비라 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사람이 일호(一濠) 남계우(南啓宇)인데, 그는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인 나비그림으로 인해 일명 ‘남나비’, ‘남호접(南胡蝶)’으로 불리던 19세기 문인화가다. 꽃 그림의 보조 소재로 쓰이던 나비를 그림의 주인공으로 격상시킨 주인공이다. 정밀한 표현을 위해 나비를 잡아 책에 잘 말려 종이에 대고 그리거나, 유리병에 넣어 자세히 관찰하며 그렸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도감으로써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그의 작품 중 6마리의 나비가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화접도 6폭 중 한 폭이 있다. 화접도(花蝶圖)라고는 하나 나비가 주인 이 그림은 날개의 무늬며 더듬이, 다리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선조들에게 남계우의 나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비는 조선 후기의 화접도 10폭 병풍을 보면 마치 그림동화를 보듯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각종 쇳대나 소반, 특히 여인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옥비녀와 뒤꽂이, 비녀 등에도 화려하게 등장한다. 아이의 방한 모자나 수젓집, 패물 상자 덮개 등 규방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수 소품에도 빠지지 않는다.
이번 <꽃과 나비, 그 아름다운 화음> 전시는 총 8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남계우의 그림을 비롯한 조선 후기의 회화와 화려한 색채미가 돋보이는 민화, 세련된 실용미를 보여주는 쇳대와 열쇠패, 목가구, 아름다운 여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규방 예술•자수, 다채로운 멋이 담긴 여인들의 장신구, 슬픔을 축제로 승화하는 목상여, 그리고 중국 소수민족 중 가장 화려한 문화 예술을 자랑하는 묘족의 어린이 옷 전시가 그것이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세미나실과 영상실에서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되었다. ‘꽃과 나비 만들기’, ‘모란민화부채 만들기’, ‘꽃 주머니 만들기’ 등의 체험 학습 프로그램과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의 민화 특강, 소설가 윤후명의 꽃과 나비에 대한 철학적 접근 등의 특강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경기여고 경운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 목인박물관,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쇳대박물관,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코리아나화장박물관, 그리고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8개 사립 박물관들이 참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주)효성이 후원했다. 또한 2010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후원으로 펼쳐진 소외계층 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개하는 ‘문화로 꽃이 피었습니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