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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커피를 마시는 자’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자’로 양분된다.

커버 스토리

세상에는 ‘커피를 마시는 자’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자’로 양분된다.
글. 박승규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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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커피를 마시는 자’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자’로 양분된다. 수 세기 동안 인류의 혀와 마음을 훔쳤던 기호식품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여전히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커피와 담배 정도에 불과하다.

커피는 애당초 향료처럼 종교의식과 약재로 전파됐다. 사람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6~8세기로 전한다. 에티오피아와 예멘을 통해 이슬람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무슬림들은 졸음을 쫓고 밤샘 기도를 가능하게 한 커피 효능을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였다.커피는 예멘에서부터 무슬림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거쳐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터키로 퍼졌다. 중세 유럽에선 이교도인 이슬람의 ‘악마의 음료’라고 해서 배척당했다. 17세기 초에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베니스를 통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로 진출했다. 예멘의 한 항구 이름인 모카는 커피를 일컫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트를 죽음에서 구했다고 전해진 커피는 7세기부터 1천 년간 아라비아반도 속에 갇혀 있었다. 무슬림들이 신성시한 탓도 있지만, 엄청난 부를 약속하는 귀중한 기호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커피 씨앗을 인도로 가져온 한 순례자에 의해 아랍의 커피 독점은 막을 내렸다. 당시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과 네덜란드 상인들이 커피를 대량 본국으로 보내면서 인도는 순식간에 거대한 커피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스리랑카(실론)은 1860년대 전 세계 커피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였다. 그러나 1869년 커피 녹병(Leaf Rust)이 창궐하면서 커피나무가 전멸했다. 그 후로 실론은 차나무를 재배해 차의 왕국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인이 1696년 아라비카종 커피를 전했다. 1711년 경 부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커피를 수출했다. 커피를 재배한 지 3세기가 지나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향신료 수출국이자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커피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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