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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향신료 로드’에서 ‘커피 로드’로 바뀌다

칼럼

아세안, ‘향신료 로드’에서 ‘커피 로드’로 바뀌다
글. 박승규 문화평론가

인도네시아 커피 하면 바로 루왁 커피를 꼽는다.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채취한 커피콩으로 만든다. 독특한 향미와 희귀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루왁 커피가 높은 값에 거래되자 베트남은 뒤이어 족제비 배설물에서 골라낸 위즐 커피까지 내놓았다. 베트남은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커피나무가 전해졌다. 커피는 최근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이 됐다. 베트남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를 따라잡고 세계 두 번째 커피 산지로 올라섰다. 유명한 콘삭 커피는 다람쥐 똥 커피가 아니다. 콘삭은 베트남어로 다람쥐, 포장에 다람쥐 그림이 있을 뿐이다.

태국과 인도에서는 코끼리에게 생두를 먹여 ‘아이보리 커피’를 만들었고, 예멘의 ‘원숭이똥 커피’, 에티오피아 ‘염소 커피’, 서인도제도 ‘박쥐 커피’까지 등장했다. 태국 커피는 대부분 북부 치앙라이주 고산지대에서 생산된다. 라오스, 미얀마와 접경을 이루며, 양귀비 재배로 악명 높던 ‘황금의 삼각지’였다.

중국에서 커피가 처음 재배된 것은 20세기부터다. 프랑스의 한 전도사가 보이차로 유명한 남서부 고산지대 운남성에 커피나무를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을 상징하는 전통 차밭이 점차 커피나무로 바뀌는 중이다. 대륙에 부는 진한 커피 향은 중국을 신흥 커피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있다. 중국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는 소득 증가와 MZ 세대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빠른 1700년대에 커피가 전해졌다. 나가사키 데지마(出島)에서 네덜란드와 교역을 했고, 이때 커피가 소개됐다. 한국은 구한말 고종 시절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당시 커피는 한자로 ‘가비’나 ‘가배’, 또는 ‘양탕’으로 불렸다. 영화 <가비>는 고종황제 암살설을 둘러싼 이야기를 커피라는 소재를 활용해 풀어낸 사극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고종이 글로리 호텔을 방문해 가배를 마시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 커피도시는 부산이다. 일찍이 나가사키, 대마도를 거쳐 초량왜관과 부산항을 통해 서구의 설탕과 함께 커피가 들어오면서 일반인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믹스커피는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다. 오늘날 커피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다. 또한 인구 100만 명당 커피전문점 숫자를 확인해봤을 때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1,384곳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영국은 386곳, 미국은 185곳, 중국은 71개에 달한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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