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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혼수에서 신혼여행까지

  • 조회수 279
  • 행사기간 2017.04.25 - 2017.04.25
  • 등록일 2017.04.25

기획 특집

결혼: 한국의 결혼 방식 기획 특집 3 결혼, 혼수에서 신혼여행까지

어디까지 관례를 따르고, 어디부터 개성을 발휘할 것인가. 요즈음 신랑 신부들은 결혼을 앞두고 우선 그 적정선을 정해야 한다. 이는 결혼 비용과도 맞물려 있는 심각한 고민거리이다.

요즘은 평범한 웨딩홀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이들만 초대해 야외에서 개성 있게 치르는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신랑 신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내가 결혼을 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결혼 전에 부모님을 떠나 독립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학교나 직장이 멀어서와 같은 부득이한 이유가 아니라면 부모와 자녀 모두 결혼해야 비로소 독립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결혼을 원하는 사람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내 주위만 둘러보아도 부모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비혼 직장인들이 많다. 경제적인 자립이 독립의 선결 조건이므로 독립을 감행하는 나이는 제각각이다. 이러한 변화가 요즘 젊은 세대에게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된 적지 않은 요인으로 보인다. 혼인 적령기 개념도 거의 없어졌다.

시대는 변해도 완벽한 신부 화장과 멋진 웨딩드레스로 생애 최고로 뜻 깊은 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신부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시대는 변해도 완벽한 신부 화장과 멋진 웨딩드레스로 생애 최고로 뜻 깊은 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신부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지만 못하거나 회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가장 큰 원인은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다. 부모의 지원에 기댈 수 있거나 스스로 열심히 저축해 두둑한 통장이 있는 경우가 아닌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버거운 수준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평균 결혼 비용이 주거를 포함하여 2억5천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혼수라는 난제 남녀 한 쌍이 열애 끝에 결혼을 결심한다. 낭만은 여기까지! 양가 부모가 만나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가 잡히면 이제 결혼식 준비라는 현실이 몰려온다. 결혼식장, 웨딩드레스 등등 정보를 구하고 선택해야 할 사항이 두 사람 앞에 셀 수 없이 늘어서 있다.
결혼식 준비 못지 않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두 집안 간에 오가는 혼수다. 혼수는 간단히 말해 혼인에 필요한 물품으로, 예물, 예단 등도 포함된다. 대개 신부 집에서 신랑 가족에게 보내는 선물인 예단에는 흔히 시부모의 이불, 은식기, 옷, 핸드백, 예단비가 포함된다. 품목의 가짓수와 그 수준은 집안의 상황에 맞추어서 한다. 신랑의 부모는 신부를 위한 예물과 ‘귀한 따님을 우리 아들에게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인 혼서지를 함이라고 부르는 나무상자에 담아 신부 집에 보낸다. 결혼식 며칠 전 신랑의 친구들이 함을 지고 신부의 집을 방문한다. 이럴 때면 신부 집에서는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이들을 맞는다.
함에는 반지와 시계 같은 결혼 예물, 핸드백, 옷, 화장품, 구두, 지갑 등이 들어간다. 이 역시 각 집안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품목이 달라진다. 상류층의 결혼에서는 함에 모피, 가죽 재킷, 값비싼 장신구 등을 넣어 집안의 경제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양가 사이에 현금과 물품들이 오가다 보니 기대 수준이 어긋나 생긴 갈등에 주변 친지들이 불을 지르면서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수도 있다. 예의와 존경으로 이뤄지던 격식 있는 풍습이 불화의 씨앗이 되고 가끔 결혼 자체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낳기도 하니 요즘은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기도 한다.
예비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집 마련이다. 과거에는 신랑 쪽에서 집을 마련하고 그 안에 들어갈 살림살이는 신부가 채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여전히 이 같은 인식이 존재하지만 집 마련에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남성과 여성이 이를 분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양가 사이에 현금과 물품들이 오가다 보니 기대 수준이 어긋나 생긴 갈등에 주변 친지들이 불을 지르면서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수도 있다. 예의와 존경으로 이뤄지던 격식 있는 풍습이 불화의 씨앗이 되고 가끔 결혼 자체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낳기도 하니 요즘은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기도 한다.

보석에도 유행이 있다
필자가 결혼할 때는 예물과 예단 준비 과정에서 강력한 의사 결정권자는 양쪽 부모였다. 부모가 골라주는 브랜드의 시계와 반지를 다소곳이 받아야 했고, 부모는 며느리용과 사위용으로 똑같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신랑 신부들은 장모나 시어머니가 골라주는 대로 받지 않는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무조건 순응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이다. ‘내 물건은 내가 고르겠다’는 생각을 어른들 앞에서 숨기지 않고 자기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시류를 감안하여 부모가 아예 일정 금액을 신랑과 신부에게 주고 알아서 고르라고 하기도 한다.

신랑의 친구들이 신부 집에 함을 팔거나 그 함에 값비싼 패물을 담아 보내던 풍습은 이제 적어도 평범한 중산층의 혼례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과거에는 신부가 3,5,7 세트라고 불리는 예물세트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다이아몬드 반지, 귀걸이, 목걸이를 기본으로 금과 사파이어, 루비 등이 더해지면서 세트의 수를 늘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파이어와 루비 등의 유색 보석은 나이들어 보인다고 해서 최근의 신부들은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다이아몬드나 진주를 선호한다. 같은 비용이면 다른 보석은 생략하고 반지의 다이아몬드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원석이 도드라지는 과시형 세팅 유행은 사라졌고, 지나치게 값비싼 결혼 예물을 장만해서 집 장롱 또는 은행 금고에 보관만 하기보다는 평소에 부담 없이 사용할 만한 것을 고르는 실용주의도 대세이다. 이를테면 까르띠에 커플 링만 주고 받는 식이다. 예전에는 진주가 눈물을 닮았다고 해서 예물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렸으나 최근에는 일상에서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예물을 선호하는 경향에 힘입어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보석업계의 한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결혼예물에 쓰이는 비용은 5백만 원 정도라고 한다. 티파니 등 유수 브랜드의 국내 전체 매출에서 웨딩 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오늘도 ‘결혼반지 숍이 몰려있는 서울의 종로 5가 보석거리는 티파니 스타일 반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커플 손님들로 붐빈다.
시계의 선택에서도 남녀가 굳이 같은 브랜드와 디자인을 추구하지 않는다. 가격대도 서로 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특이한 변화라면 여성들이 반지와 목걸이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시계를 매우 중요한 예물로 여기게 된 점이다. 과거에 남성의 예물시계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롤렉스였다. 지금도 그 인기가 식었다고 할 수 없지만 예전만큼의 영화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시계에 대한 정보도 많아지고 브랜드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급 시계 매출이 전세계 시장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이유는 결혼 예물의 수요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신랑의 친구들이 신부 집에 함을 팔거나 그 함에 값비싼 패물을 담아 보내던 풍습은 이제 적어도 평범한 중산층의 혼례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결혼식과 웨딩드레스
한국 결혼식의 일반적인 형식은 서양식 웨딩이다. 여기에 고유의 전통인 폐백이 부속 행사처럼 딸린다. 폐백은 신부가 서양식 예식이 끝난 뒤 웨딩드레스를 전통 의상으로 갈아 입고 시댁의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의식이다. 과거에는 혼례를 마치고 친정을 떠나 시댁으로 가면서 이루어지던 의식을 요즘은 결혼식장에서 예식을 마치고 곧바로 행하는 것이다.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은 신부가 시댁 어른들에게 큰절을 하고 술을 올린다. 이 때 시댁 어른들이 다산(多産)의 상징인 밤과 대추를 신부에게 건넨다.결혼식장에서 신부만큼 주목 받는 것은 웨딩드레스다. 예전에는 웅장한 트레인을 강조한 웨딩드레스가 주로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은 분위기를 압도하는 디자인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고르는 추세이다. 웨딩드레스 숍 디자이너의 조언에도 귀 기울이지만 SNS 등을 통해 얻은 자료를 가지고 와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상담하는 신부가 많아졌다. 그래서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스타일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 오히려 트렌드다. 패션과 웨딩 드레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나중에도 활용할 수 있는 드레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담동에서 27년째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이명순(Lee Myung-soon) 씨는 “저는 얼마 전부터 대여 대신 판매로 아예 전환했습니다. 웨딩드레스를 일생에 한번 잠깐 입는 거창한 예복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여겨 의복으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신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웨딩드레스의 변화는 결혼식 장소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천편일률적인 웨딩홀에서 벗어나 야외의 펜션이나 정원, 주택 등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웨딩홀에서 하는 경우에도 신랑 신부가 실내 장식, 예복을 통해 공간을 최대한 아늑하고 개성 있게 연출하고 싶어하는 것도 변화의 하나다.

진화하는 웨딩플래너

웨딩플래너는 대강 20년 전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해서 이제는 결혼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로 자리잡았다. 웨딩홀의 선정부터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촬영, 예물, 신혼여행지 선택까지 신랑신부가 발품을 팔아 일일이 계획을 짜고 준비하던 것들을 웨딩플래너에게 맡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웨딩 컨설팅 업체인 메리온 웨딩(Marry On Wedding)의 이미자(Lee Mi-ja) 이사는 “대개 먼저 결혼한 지인이나 형제 자매가 추천한 컨설팅 업체를 찾아가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컨설팅 업체가 제휴하고 있는 웨딩드레스나 예물 등의 브랜드나 회사를 보고 그 업체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하죠. 대개의 웨딩 컨설팅 업체들은 의뢰하시는 분들의 고민이나 결정을 최대한 반영해서 예산 수준에 맞게 제안하고 진행을 도와드립니다. 그게 저희 역할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 업종에 몸담은 지 십여 년이 되었는데 최근 이 분야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실감한다고 했다. “중간대가 확 줄었습니다. 아주 고가의 결혼식이거나 아니면 최대한 생략한 알뜰 결혼식이에요. 반지를 예로 들자면 값비싼 보석 반지를 여러 개 맞추는 소수의 커플 외에는 플래티넘이나 18금 커플링으로 간소화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플링 전문 브랜드가 생길 정도지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커플과 그 가족들의 성향과 취향을 대화를 통해 찬찬히 깊이 파악하여 선택 과정을 이끌다 보면 인간적인 상담역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때도 많다. 당사자들이나 그 주변의 사소한 의견 차이로 금이 갈 수도 있는 게 결혼을 앞둔 남녀 사이이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거나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작은 선물을 건넬 때 보람을 느낍니다. 반대로 열심히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결혼 직전 헤어진다거나 하면 마음이 아프죠. 갈수록 웨딩플래너는 단순히 드레스를 골라주고 예물 업체를 연결해주는 활동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결혼 자체에 대해 조언을 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웨딩산업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사회에서 하나의 직업 군으로 자리잡은 웨딩플래너의 긍정적인 진화가 전망된다.

식은 조촐하게 여행은 호화롭게
과거에 결혼식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자라 하나의 가정을 이루게 되었음을 친지를 초대해 알리는 숭고한 현장이자 다른 면으로는 집안의 세를 과시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류층일수록 재력이 좋을수록 화려하고 거창한 결혼식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들의 자녀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결혼식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자신이며, 형식이 아닌 내용이, 시속보다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자식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축의금 봉투를 접수대에 내고 허겁지겁 인사를 나누고 정작 결혼식은 잘 보지 않던 과거와 달리 진정으로 의미를 나누고 싶은 소수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새 출발을 기념하는 작은 결혼식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그런가 하면, 결혼식은 간소하게 치르고 신혼여행지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려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더 웨딩 매거진의 임미숙 편집장(Lim Mi-sook, Editor in Chief, The Wedding)은 “우스운 얘기로 몰디브가 몇 년 후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광고문구 때문에 얼마 전까지 몰디브가 가장 각광받는 신혼여행지였습니다. 요즘은 하와이가 인기죠.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그 수요가 매우 늘어났습니다. 한국인들은 신혼여행 때만큼은 고급스럽고 시설이 잘 된 리조트에서 지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요. 풀빌라가 딸린 럭셔리 리조트를 유달리 선호합니다.” 최근에는 또 웨딩플래너가 구성한 여행 코스를 선택하는 대신 직접 일정을 짜서 독립적으로 다니는 일도 많아졌다.

신랑 신부 입장에 앞서 어머니들이 나란히 입장하는 것이 요즘 서양식 혼례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서양식 결혼식의 부속 행사처럼 치러지는 폐백은 서양식 예복에서 전통 혼례복으로 갈아입은 신랑과 신부가 함께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절차이다. 이때 시댁 어른들은 다산의 상징인 밤과 대추를 듬뿍 신부의 치마 폭에 올려준다.

이윤정 (Lee Yoon-jung) 노블레스 편집장(Editor-in-Chief,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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