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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뱅을 주도하며 한류의 새로운 대안을 꿈꾸는 음악감독 김문정

  • 조회수 229
  • 행사기간 2017.08.03 - 2017.08.03
  • 등록일 2017.08.03

문화 예술

인터뷰 뮤지컬 빅뱅을 주도하며 한류의 새로운 대안을 꿈꾸는 음악감독 김문정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비롯해 <맘마 미아!>, <레 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레베카> 등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뮤지컬 빅뱅 시대를 이끄는 주역 중 한 사람 김문정.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음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해온 그녀가 창작 뮤지컬에 애착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뮤지컬 인생과 포부를 들어본다.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은 “나의 체력을 유지해주는 것은 호흡이 잘 맞는 배우와의 짜릿한 순간이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뮤지컬 산업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막을 올린 이래 거의 해마다 17-18퍼센트의 높은 매출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대는 배고픈 예술”이라는 말은 적어도 이 시장에서는 이젠 잊힌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어른 관객을 대상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의 작품 수효만 연간 160여 편에 이른다. 제작되는 작품의 수효만으로 이야기하자면 세계 5대 시장의 하나쯤으로 꼽힐 만하다. 이런 뮤지컬 빅뱅의 시대를 이끄는 주역 중 한 사람인 김문정은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비롯해 <맘마 미아!>, <엘리자벳>, <맨 오브 라 만차>, <모차르트>, <에비타>, <레 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레베카>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흥행 뮤지컬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해왔다.

노래극을 만들던 어린 시절
원종원 여전히 바쁘시죠? 올해는 주로 앙코르 무대들이라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나요?
김문정 워낙 작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데다 방송 출연과 대학 강의까지 겹치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비교적 여유를 찾았습니다. 바빠도 그만큼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관객이 없으면 공연도 의미가 없잖아요.
흔치 않은 분야인데 뮤지컬 음악감독이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자랄 때의 집안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직 사람들이 뮤지컬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 외사촌들과 왕래가 많았는데, 특히 외할머니 생신이면 모두 모여서 노래극을 만들어 어른들께 보여드리곤 했거든요. 그때도 저는 반주를 맡았어요. 노래와 극이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 사촌오빠들이 광고와 드라마 음악감독, 뮤지컬 평론가가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언제 처음 뮤지컬을 경험했나요?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아가씨와 건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구경을 갔는데 코미디 뮤지컬이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 1980년대 중후반으로 민간극단들이 앞다퉈 각기 다른 버전의 번안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던 때였죠.
그러고 보면 요즘 뮤지컬 같은 라이브 연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어요.
나중에 대학에 진학해서는 실용음악을 공부하셨지요?
맞습니다. 졸업 후 건반 세션 연주자로 활동을 하다 1992년에 우연히 뮤지컬 <코러스 라인>에 피아노 반주자로 참여하게 됐어요. 솔직히 돈벌이는 변변치 않았지만, 그 이전에 광고음악 등 틀에 짜여 있는 음악을 하다 무대를 접하니 그 자유로움에 단번에 매료되었죠. 4–5분 길이의 대중음악보다 호흡이 길어서 희로애락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뮤지컬 쪽 일을 기회가 닿는 대로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1997년 <명성황후> 연주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뛰어들었죠. 박칼린 음악감독에 의해 발탁됐는데요, 정말 즐겁게 작업을 했습니다. 나중에 제작사인 에이콤의 윤호진 연출께 인정을 받아 이 작품의 음악감독까지 맡게 됐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첫 LA 공연
<명성황후>는 조선왕조의 국운이 기울던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격랑 속에 사라져간 왕비를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이다. 전통 한국식 감각의 무대미술과 의상, 정서를 담아내 막을 올릴 때마다 큰 흥행을 기록해왔다. 김문정 감독은 이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도 큰 갈채를 받은 바 있다.
음악감독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뭔가요?
2003년 <명성황후> LA 공연 때의 체험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작품을 조금 더 알고 있다는 이유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터에 외국 공연이 잡힌 거죠. 미국에는 연주자 노조가 있어서 그곳 무대에 올릴 작품에는 반드시 미국 연주자들을 반주자로 고용해야 합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이 떨려요.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하간 영어를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이 어설프면 기선을 제압하기 힘들 것 같아서요. 일부러 통역을 거쳐 의견을 전했습니다. 음악감독이라면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만큼 긴장했다는 의미도 되겠죠. 호의적인 멤버도 있었고, 긴장 관계가 계속됐던 연주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까지 마쳤을 때, 반주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줬던 일은 정말 뿌듯한 체험이었습니다.
마음 아픈 작품도 있겠죠?
처음 작곡까지 겸했던 창작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참 잘 만들었다고 자부했고 상도 많이 받았는데, 정작 흥행까지 이뤄내진 못했어요. 요즘 인기가 높은 조정석 배우가 주인공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티켓 파워가 큰 배우는 아니었거든요. 언젠가 다시 막을 올리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작품으로 2008년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을 받으셨죠. 그러나 그 뒤로는 음악감독으로서의 작업에 훨씬 더 치중해 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곡 일을 놓지는 않고 있어요. 트로트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도 구상 중입니다.
흥행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뮤지컬에는 대중문화적 성격이 있어요. 관객이 한번 외면하면 다시 내보이기 어렵게 되죠. 제작비가 적지 않다 보니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음악감독의 눈으로
최근 케이블 종편 채널인 JTBC에서 방송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 싱어>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인데, 가창력이 뛰어난 출연자들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김감독이 보여준 심사위원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연습 광경. 음악감독 김문정 (오른 쪽 사진 맨 오른 쪽)이 오케스트라단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뮤지컬 시상식 연출을 많이 했던 김형중 PD가 프로그램을 만들며 제안을 해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요즘 뮤지컬이 인기가 높아지며 작품 수도 많아지고 배우도 많이 늘어서 흥미로울 것 같아 흔쾌히 동참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기뻤어요. 방송 때문에 제 삶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그래도 요즘 길거리에서 지나가다가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있어 즐겁게 웃으며 인사하곤 합니다.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지만 음악감독의 눈으로 출연자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눈물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 무대에서 함께 작업하고픈 배우들도 많았고요.
가장 안타까웠던 참가자는요?

중학생이었던 이준환 군이죠. 실력은 정말 좋았지만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가 4인조 팝페라 팀을 만드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중간에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춤도 잘 추고 예술성도 뛰어났는데 정말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모두 안타까워했어요. 저는 그의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크게 기대합니다.
새 시즌에도 참여하시나요?
제안은 받았어요. 시작을 함께 했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감춰진 배우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보람도 느끼기에 참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착
요즘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많은 작품들을 제안 받지만 외국 작품보다 창작 뮤지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드라마로도 사랑 받았던 <모래시계>와 작고한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로 꾸민 <광화문연가> 새 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편제>, <레베카>, <루돌프>, <마타하리> 같은 인기작들의 앙코르 공연들도 잡혀 있습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음악감독으로서의 포부도 있겠죠?
대한민국 뮤지컬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저도 우리 뮤지컬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이만큼 성장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물론 지금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아주고 있고, 한국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들도 꽤 있지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우리가 창작한 뮤지컬을 경험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한류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평가도 욕심나고요.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곧 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서양의 뮤지컬이 1900년대를 전후로 대중적인 성격의 상업극들 — 예를 들어, 보드빌이나 민스트릴 쇼, 벌레스크 등 — 에서 영향을 받아 건전한 가족오락물로서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면, 한국의 뮤지컬은 속요, 탈춤, 굿이나 판소리, 악극 등 옛 연희 형식을 밑거름 삼고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같은 영미권 공연시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정체성과 매력을 지니게 된 배경이다. 수많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음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해온 그녀가 창작 뮤지컬에 여전히 애착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김감독이 꿈꾸는 한국 뮤지컬의 내일이 ‘맑음’이라는 사실이다. 예술가로서의 그녀의 포부와 행보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자연스레 그녀가 만든 멋진 다음 무대와의 만남이 더욱 궁금해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손초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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