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아츠&미디어

공유 주택, 낯선 이들의 이유 있는 동거

  • 조회수 302
  • 행사기간 2017.11.03 - 2017.11.03
  • 등록일 2017.11.03

생활

라이프스타일 공유 주택, 낯선 이들의 이유 있는 동거

공유 주택의 자장(磁場)이 넓어지고 있다. 주로 혼자 사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 경제적, 정서적 도움을 주던 임시 주거 형태가 이제는 독거 노인을 위한 복지의 대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낯선 사람들과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르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는 한 공유 주택에서 입주자들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집은 공유 주택 전문 업체 ‘셰어하우스 우주’가 운영하는 곳으로 개인 공간과 공동 공간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다.

주택 스타일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공유 주택 전문 업체에서는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차별화를 꾀하여 한옥이나 유럽풍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요즘에는 아예 공유 주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아파트도 눈에 띈다.
“여기에 살면서 좋은 점은 언제 들어오든 저를 가족처럼 반겨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사는 곳은 입주자들이 서로 사이가 좋거든요.”
올해 서울 생활 2년 차인 20대 후반 직장인 김 씨는 공유 주택에 산다. 그는 이곳에 사는 것이 꽤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공유 주택에 대한 소감을 묻자, 긍정적 대답이 막힘없이 이어진다.
“이따금 함께 밖에 나가서 맥주를 한 잔 하거나 영화도 보고 들어와요. 방이라는 혼자만의 공간이 있어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공동 공간인 거실과 주방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정서적 안정감이 생겨요.”

1인 가구 증가가 촉발한 주거 형태
통계청에서 내놓은 「장래가구추계: 2015~2045년」에 의하면 2016년 한국의 1인 가구는 약 530만 가구이며 이는 전체 가구의 약 28%에 해당한다. 2006년 약 338만 가구 수준이었던 1인 가구가 10년 동안 1.5배 이상 늘었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오는 204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6.3%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혼술’이나 ‘혼밥’은 이제 흔한 사회 현상이 됐다. 더불어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트렌드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끄는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공유 주택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공유 주택은 높은 집값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여럿이 나누고, 외로움과 불편함 등 1인 가구의 문제점도 해소하기 위해 나타난 주거 형태다. 입주자 수에 따라 공과금, 생활비 등을 나누어 내기 때문에 혼자 감당할 때보다 일상적인 경제적 부담도 줄어든다. 입주 심사 과정을 별 탈 없이 통과한다면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공유 주택은 1인 1실이 보통이다. 각자 방은 따로 쓰되 주방과 거실은 공유한다. 두 사람이 방 하나를 함께 쓰는 공유 주택도 많다. 이때는 침대 사이에 커튼을 치는 식으로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장한다. 주인이 사는 집의 방 몇 칸을 내어 주는 하숙집과 달리 공유 주택에서는 세입자들끼리 살며 관리와 운영까지 담당한다.

외로움 해결은 장점, 감정 충돌은 단점
서울 이태원의 한 공유 주택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입주 후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늘 곁에 있으니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생활하는 공유 주택에는 남자만 여덟 명이 산다.
그는 “마음속 담아 뒀던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만큼 친해졌다”며 “남자들만의 생활이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밌겠냐고 묻겠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앞으로 어떤 생활이 이어질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살아온 경험이 달라서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어 간접 경험으로 얻는 게 많다고 김 씨는 말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공유 주택에 사는 남자 대학생들은 “다녀올게” 또는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혼자 산다면 꺼낼 수 없는 말을 엄마, 아빠에게 하듯 건넬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어 든든하며, 서로 의지가 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재미있겠지만,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면 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갑갑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남이 자신의 소지품에 손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웃어넘길 수 있는 일에서도 목소리를 높여 언쟁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서울 신촌에 있는 공유 주택에서 생활하는 20대 여성 강 모 씨는 ‘감정 소모’를 공유 주택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다. 냉장고에 뭔가 있었는데 없어졌다거나 청소 당번이 청소를 하지 않아서 누군가 대신 해야 할 때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각자 역할이 있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일일이 조율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싸우는 일까지 가끔 벌어진다고 강 씨는 말했다. 공유 주택 중에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세심한 사전 조사를 통해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만 입주하도록 제한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공유 주택 입주자들은 구성원 간 불필요한 마찰을 미리 막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같이 뭔가를 먹거나 술도 한 잔 나누면서 불편했던 마음들을 털어 놓고, 때로는 비용을 거두어 파티를 열기도 한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혼술’이나 ‘혼밥’은 이제 흔한 사회 현상이 됐다. 더불어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트렌드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끄는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공유 주택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공유 주택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입주자를 모집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공유 경제의 한 형태로 공유 주택이 한국에서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때는 2012년 후반. 이 시기에 등장한 공유 주택 전문 업체 중 ‘셰어하우스 우주(WOOZOO)’는 현재 서울 13개 지역에 총 52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거친 입주자가 300명이 넘고, 그동안 입주를 신청했던 사람만 7천 명가량 된다. 공유 주택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족도가 높은 덕분에 기존 입주자의 재계약률도 75%나 된다.

입주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서로의 일정을 공유함으로써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한다.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3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이 업체가 소개한 공유 주택에서 2년 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쫓겨나지 않는 이상 계속 공유 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주택 스타일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공유 주택 전문 업체에서는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차별화를 꾀하여 한옥이나 유럽풍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저마다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집을 고를 수 있다. 한옥 형태의 공유 주택은 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예 공유 주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아파트도 눈에 띈다. 공유 주택이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른 결과다. 아파트는 주택보다 관리와 보안 면에서 유리하고, 커뮤니티 시설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유 주택은 원룸 수준 임대료로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은 임차인과 보증금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의 수요가 딱 맞아떨어지는 구조 속에 있다”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공유 주택은 주거 비용을 절약하며 정서적 유대감도 나눌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새로운 주거 형태로 관심을 끌고 있다.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도 한몫하다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해서 공유 주택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자체들이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공유 주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기도는 산업 단지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자와 대학생의 주거 부담 해소를 위해 올해 공유 주택 70가구를 시범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도 ‘허그(Hug) 셰어하우스’라는 이름의 공유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들이 대상자며, 서울 성동구에 있는 1차 허그 셰어하우스는 입주를 완료해 20명이 생활하고 있다.
지자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공유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점이 큰 장점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공유 주택은 시중 전세가의 30∼50% 수준이고, 허그 셰어하우스는 주변 시세의 60% 수준에 방을 빌려 준다. 더 나아가 허그 셰어하우스는 취업 컨설팅, 취업 역량 강화 비용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도 주고 있다.
단순히 집을 공유하는 실용적인 기본 개념에서 벗어나 세대 간 소통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변형된 공유 주택도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 지붕 세대 공감’이 그 예다. 고령화 문제와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주거 공간에 여유가 있는 노인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 저렴하게 방을 세놓는 방식이다. 보증금이 없는 데다가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어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적적함을 달랠 수 있으니 더욱 좋은 일이다.

김동환(Kim Dong-Hwan 金東桓) 세계일보 기자

코리아나웹진

코리아나웹진 바로가기

코리아나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10개 언어로 출판된 콘텐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