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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미디어

청정한 자연의 혜택으로 일구어 온 삶의 터전

  • 조회수 228
  • 행사기간 2018.01.23 - 2018.01.23
  • 등록일 2018.01.23

기획특집

강원도: 산의 나라, 신화와 기억 기획특집 4 청정한 자연의 혜택으로 일구어 온 삶의 터전

산악 지형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온도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강원도에서는 고랭지 농업, 목축업, 임산업 등이 특화되어 발달해 왔다. 여기에 눈을 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긴 해안선을 따라 펼쳐 있는 청정한 바다를 자원으로 한 관광 산업도 지역 경제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지형적, 기후적 특징으로 강원도에는 고랭지 농업이 발달되었는데, 해발 600~800m의 고지대에서 배추와 무 등이 주로 재배되어 전국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형과 기후는 삶의 풍경을 다르게 만들어 낸다. 남한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강원도는 기후가 비교적 한랭하고 산이 많다. 이곳은 전체 면적의 81%가 산으로 뒤덮여 있는데, 남한 평균이 63%임을 생각할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악 지형은 강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산업 구조를 이루는 요인이 되었다.
한반도 중부나 남부 지방의 경작지는 논이 밭보다 많거나 비슷한데, 강원도는 산이 많다 보니 밭농사가 주류를 이루며,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또한 설악산, 치악산, 태백산 등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 많아 관광 산업이 활발하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 환경이 수도권과 불과 1~2시간 거리에 있어 가을에는 단풍 구경 하러, 겨울에는 눈썰매와 스키를 타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이와 같은 자연 환경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산이 강원도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이곳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또 다른 축은 바로 깨끗한 동해 바다이다. 동해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다.

한국의 토종소인 한우는 5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초지에서 방목하고 나머지 시기에는 축사에서 곡물 사료를 먹여 기른다. 강원도 한우는 특히 향미가 뛰어나고 육질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서늘한 산간 지역에서 발달한 고랭지 농업
강원도의 면적은 1만 6,874㎢로 전 국토의 17%를 차지해 아홉 개 도 가운데 경상북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반면에 인구는 약 155만 명으로 전 인구의 3%에 불과해 제주도 다음으로 적다. 이 중에서 농가 인구는 17만 6,000명으로 강원도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해 전국 평균 5%보다 훨씬 높다.
강원도에서는 지형적, 기후적 특징으로 인해 밭 농업 중에서도 특히 고랭지 농업이 발달되어 왔다. 대략 해발 600~800m 정도의 고지대에서 이루어지는 고랭지 농업은 오래 전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화전민들이 산을 개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른 여름부터 가을까지 광대한 산비탈에 펼쳐지는 초록색 채소의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랭지 채소는 이른 봄에 파종해 여름 동안 키워서 8월 하순부터 9월 하순에 걸쳐 출하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여름철 기온이 높아 재배가 어려운 채소들이 평창, 강릉, 정선, 태백 등 산악 지대에서 출하되어 전국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주 작목은 배추∙무∙양배추∙양파∙당근∙감자 등이며 농업 여건이 열악한 산간 지대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이 중 배추의 전국 시장 점유율은 93%에 달하고, 감자도 32%나 차지한다. 한편 무청이나 배추 잎을 말린 시래기는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Punch Bowl) 마을에서 건조되는 시래기는 특히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은 식사 때마다 김치를 먹는다. 따라서 김치의 주재료가 되는 배추와 무의 수요가 매우 큰데 강원도의 고랭지 농업 지대는 여름철부터 가을철에 이르는 시기에 전국의 김치 재료 공급을 거의 전담하고 있다. 그래서 수확량이 적으면 가격이 크게 오르고, 많으면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고랭지 농업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높은 산을 개간하여 경사가 심한 밭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여름철 장마 때 토양 유실이 일어나고 농약이 하천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또한 가격 변동이 큰 점을 이용해 투기적 사업이 행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경사가 심한 밭은 숲으로 돌리고, 친환경 농업을 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따라 보리, 사과, 감, 복숭아 등 종전에는 이 지역에서 잘 재배되지 않았던 농작물의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종자 산업이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요즘에는 감자와 잡곡의 우량 종자 개발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전략 작목으로 부상 중인 고랭지 화훼, 멜론, 아스파라거스 등도 재배된다.

인제군 용대리에 있는 한 황태덕장에서 명태를 말리고 있다. 명태를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찬 노천에서 겨우내 말리면 색깔이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어진다.

천혜의 자연 환경이 최고 품질을 만든다
강원도의 산림 면적은 1만 3,716㎢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이 경사가 심하고 바위가 많아 우수한 목재를 생산할 여건은 아니다. 많이 분포된 나무는 소나무와 활엽수이며, 주요 임산물은 잣, 송이버섯, 산채 등이다.
특히 양양군에서 생산되는 송이는 한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양양 송이는 1kg에 60만 원을 호가해 타 지역 제품보다 몇 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1등급 송이는 길이가 8cm 이상으로 갓이 퍼지지 않아야 한다. 좋은 송이는 20년 이상 된 소나무가 자생하는 7~10부 능선에, 바람이 잘 통하면서 솔잎이 두툼하게 깔려 있는 곳에서 채취된다. 양양은 그런 지형이 많아 고품질 송이가 많이 생산되는 천혜의 산지라고 할 수 있다. 양양 송이 중에서도 고급품의 상당 부분은 채취하자마자 바로 냉장 포장하여 항공편으로 일본에 수출된다.

한편 강원도의 주요 축산은 한우, 양돈, 양계이지만 한우는 전국의 7%, 양돈은 4%, 양계는 3%를 차지하는 정도이다. 강원도 한우의 고급육 출현율은 86%로 전국 평균 84%보다 약간 높다. 지속적인 품질 개량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연 지형과 기후도 한몫한다. 한우는 대부분 축사에서 곡물 사료를 먹여 키우는데 일정 시기가 되어 풀이 제법 자라면 초지에서 방목한다. 풀, 물, 공기가 청정하고 일교차가 큰 자연 조건이 지방 축적률을 높여서 육질이 부드럽고 향미가 뛰어난 고급육이 만들어진다. 횡성, 평창, 홍천에서 생산되는 한우 제품은 모두 톱 브랜드에 속한다. 이 중 횡성한우와 평창의 대관령한우는 홍콩에 수출되고 있다.

대략 해발 600~800m 정도의 고지대에서 이루어지는 고랭지 농업은 오래 전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화전민들이 산을 개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른 여름부터 가을까지 광대한 산비탈에 펼쳐지는 초록색 채소의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송이버섯은 양양군의 대표적 특산품으로 많은 양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전국에 유통되는 황태의 주요 생산지
강원도의 지형적 특성 중 하나는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근해에서 많은 물고기가 잡힌다는 점이다. 그중 오징어가 주종을 이루고 가리비나 멍게 양식도 성하다. 예전에는 명태가 많이 잡혔으나, 최근 수온의 변화로 거의 잡히지 않고 있어 강원도 환동해본부 수산자원연구원에서는 명태의 치어 방류를 통해 명태 증산을 꾀하고 있다.
명태는 예전부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으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거나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찌개나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고, 말려서 구워 먹기도 한다. 알은 소금에 절여 명란젓으로, 창자는 창란젓으로 가공하여 먹는다.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 속초시에서는 명란젓을 많이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명태를 겨우내 노천에서 찬바람에 말리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말리면 색깔이 노래져 황태라고 부른다. 특히 인제군 용대리는 나무 지지대에 명태를 걸어 말리는 황태덕장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명태를 수입해 가공하는데, 전국에서 유통되는 황태는 70% 이상이 인제군 용대리나 대관령 지역에서 가공된 것들이다.

황태덕장의 최적지는 겨울철 밤 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면서 바람이 세고 적설량이 많으며 낮에는 햇볕이 강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얼며 녹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건조되어야 색깔이 황금빛을 띠면서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있다. 황태 몇 마리쯤은 항상 구비되어 있는 가정이 많은데,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위해 부인이 아침에 황태 해장국을 끓여 주기 때문이다.

사계절 관광이 가능한 휴양지
산과 강이 청정하고 아름다운 강원도는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워 가족 단위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농촌 관광 장소로 인기가 높다. 최근 농촌 관광은 도시민들이 농촌에 와서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농산물 수확하기, 가공품 만들기 등을 체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관광객들이 입장료를 내고 일정량을 현장에서 먹거나 바구니에 담아 가져가는 형태로 진행되며 가공품으로는 주로 떡, 두부, 소시지 등을 만든다.
강원도의 농촌 축제도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농촌 관광의 촉진제가 되고 있다. 여름에 열리는 화천 토마토축제, 가을에 열리는 횡성 한우축제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독특하여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아름다운 숲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산림 휴양 시설도 주요 관광지다. 예를 들어 횡성군에 있는 국립 횡성숲체원이 전문적인 산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면 춘천시에는 도립 화목원과 산림박물관, 숲 체험장이 있어 도시에서 오는 관광객 및 학생들에게 산림의 효용성을 알리고 자연 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누구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숲속에서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삼척시 외곽인 도계읍 신리의 두메 산골에 위치한 너와마을은 이 지역 전통 가옥인 너와집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각광받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는 농촌 체험 관광 마을이 170여 개소에 이르는데, 이는 전국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숫자이며 연간 관광객은 약 2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종부의 마음으로 옛 농사 음식을 재현하다

식생활이 눈에 띄게 서구화되고 간편화되는 요즘 농촌의 재래식 서민 음식은 거의 찾아 보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강릉시 외곽에 위치한 한식집 ‘서지초가뜰’은 옛날 그대로의 메뉴와 조리법을 소중히 지키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영간씨가 운영하는 강릉 교외의 한식당 서지초가뜰의 주요 메뉴인 ‘질상’은 최 씨 집안에서 대대로 마을 일꾼들에게 대접하던 몸에 좋고 푸짐한 잔칫상이다.

1998년 최영간(Choi Young-gan 崔永玕) 씨가 오랜 경험과 염원을 담아 문을 연 뒤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식당은 강릉시 농업기술센터가 지정한 ‘전통 한식 1호점’이며, 농촌진흥청이 지정한‘농가 맛집’이기도 하다. 식당으로 쓰고 있는 한옥 건물 뒤에는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지닌 200년 된 고택이 있어 아직도 식구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는 최영간 씨의 시할아버지이며 조선 말 이름 있는 유학자였던 조인환(曺仁煥) 선생의 얼이 여기저기 스며 있다.
최 씨는 지금도 “내 집에 오는 사람에게 항상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한결같이 변함없는 태도로 대하라”는 시할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손님들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택에는 이런 의미를 담은 ‘여재당(如在堂)’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서지초가뜰의 메뉴는 못밥, 질상, 손님상, 새 사돈 만나는 날, 사위 첫 생일상 등으로 이름부터가 평범하지 않다. 이 중 못밥과 질상은 지금은 사라진 전형적인 농사 음식이다. 못밥은 예전에 규모가 큰 농가에서 모내기를 할 때 일꾼들을 위해 제공했던 식사를 말한다.

손으로 모를 심던 시절에는 모내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웃집이나 이웃 마을에서 사람들을 불러 함께 일을 하곤 했다. 모내기를 하는 농가에서는 보통 20~30명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했다. 팥밥, 미역국, 묵은 김치, 두부, 미역 부각, 시루떡, 백설기 같은 음식을 정성껏 차려 막걸리와 함께 내왔다.
한편 질상은 7월 초순쯤 몇 차례의 김매기를 마친 뒤 그동안 참여했던 일꾼들을 집에 초대하여 중간 결산도 하면서 수고에 보답하는 잔치를 벌일 때 냈던 음식을 말한다. 질상에서 ‘질’은 예전에 품앗이를 함께하는 일꾼들을 질꾼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이 때의 밥상은 그동안 고된 농사일로 수고한 이들의 기력을 보충하고,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도록 하자는 마음을 반영하여 풍성한 보양식으로 준비되었다.
만약 이 잔치를 치를 때 일꾼 중에서 20세를 맞는 총각이 있다면 잔치를 주관하는 농가의 어른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성인식을 열어 축하해 주었다.
지금은 못밥이나 질상 같은 상차림이 이색적인 메뉴로만 보일 뿐이지만, 농업이 삶의 근간이었던 전통 사회에서는 한 해 농사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이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일부였다.

허영선(Heo Young-sun, 許榮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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