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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미디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몸짓

  • 조회수 268
  • 행사기간 2019.10.10 - 2019.10.10
  • 등록일 2019.10.10

기획특집

BTS, 일곱 영아티스트의 오디세이 기획특집 5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몸짓

BTS 현상은 어쩌면 한국의 독특한 문화 지형적 특성이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을 만나서 파생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극동의 작은 나라 젊은 아티스트들이 일으킨 돌풍의 의미와 미래의 전망을 생각해 본다.

‘K-Pop’이라 불리는 대중음악의 흐름이 생겨난 것은 1990년대 이후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기획형 아이돌’들을 만들어 내면서부터다.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가수 지망생들은 노래뿐 아니라 춤과 외국어를 익히며 여러 해에 걸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이 과정에는 재능을 타고난 소수의 인재들만이 노력 끝에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엘리트주의와 성공 신화가 내재해 있는데, 이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개발 시대의 성공 시스템과 유사하다. 아이돌 연습생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압축 성장’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또한 한국이 자랑하는 고도 성장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롤모델이 되었던 것처럼 한국의 아이돌들도 아시아권 대중문화 산업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 같은‘코리안 스탠다드’는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빠른 성취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민주화 운동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두되었던 경제적 민주화의 요구, 그리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득 격차와 사회 계층 간 갈등 해소에 대한 바람은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한국 사회의 몸부림들이다. K-Pop 또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히 존재했다. 가혹한 수련 시스템이나 성공한 아이돌들의 짧은 수명이 단적인 사례다.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한국 사회의 변화는 보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게 됐으며, 이와 더불어 K-Pop의 산업적 시스템도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BTS는 그 균열 속에서 탄생했다.

RM

본명 김남준(Kim Nam-joon 金南俊)으로 1994년 9월 12일 경기도 일산에서 출생; 그룹 리더, 메인 래퍼; 별명은 수상 소감 장인, 보컬 몬스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가장 먼저 합류했으며 랩,작사, 작곡에 두루 뛰어나다.

진(JIN)

본명 김석진(Kim Seok-jin 金碩珍)으로 1992년 12월 4일 경기도 과천 출생; 서브 보컬;별명은 맏내(막내 같은 맏이), 월드와이드 핸섬 등; 섬세한 감정 표현이 매우 뛰어난 보컬로 평가를 받는다.

슈가(SUGA)

본명 민윤기(Min Yoon-gi 閔玧其)로 1993년 3월 9일 대구광역시에서 출생; 리드 래퍼; 별명은 민슈트라다무스, 슙기력(슈가 + 무기력, 누워 있는 걸 좋아해서) 등; 랩, 작사, 작곡에 두루 능하며 무대 장악력도 뛰어나다.

한국적 특수성을 넘어
기획사, 방송사, 음원 시장 그리고 언론까지 공고하게 얽혀 구축된 기존의 대중음악 산업 시스템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영세한 기획사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BTS는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힙합을 접목한 아이돌 그룹을 구상했고,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새로운 시대의 K-Pop을 선도하게 되는 역설적 결과를 불러왔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차이점이 있다. 기존의 시스템이 양산한 아이돌 그룹들이 마치 연습생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완성형 천재’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BTS는 아티스트의 본질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에 있으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진솔하게 보여 줬다는 것이다. BTS는 완성 대신 미완성을, 결과가 아닌 과정을 선택했다. 에 담긴 ‘IDOL’이라는 곡에 담겨 있듯 이들은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그것이 뭐든 ‘나의 성장 과정’이라는 것을 솔직히 드러냈다.

이들이 보여 주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의 전환은 오늘 한국 사회의 청춘들이 가진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스펙’과 결과만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좌절하던 청춘들이 이제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의 삶’을 강요받았던 젊은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티스트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한국적 특수성이 갖는 한계들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설혹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남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삶에는 긍정적 가치관이 있다. 비단 한국의 청춘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청춘들이 꿈꾸는 삶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것이 BTS의 음악적 지향성이 지구촌 곳곳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뷔(V)

본명 김태형(Kim Tae-hyung 金泰亨)으로 1995년 12월 30일 대구광역시에서 출생; 서브 보컬; 별명은 CGV(CG+V), 뷔밀병기; 가장 끼가 넘치는 멤버, 무대 퍼포먼스에서 표정이나 제스처의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

제이홉(J-HOPE)

본명 정호석(Jung Ho-seok 鄭號錫)으로 1994년 2월 18일 광주광역시에서 출생; 메인 댄서, 서브 래퍼; 별명은 비글돌, 안무 팀장 등; 팀의 최고 댄서로 평가받고, 특히 고난도 안무에 강점을 보인다.

지민(JIMIN)

본명 박지민(Park Ji-min 朴智旻)으로 1995년 10월 13일 부산광역시에서 출생; 메인 댄서, 리드 보컬; 별명은 망개떡(생김새에서 유래한 별명), Dancing bean 등; 부산예술고등학교 전체 수석으로 입학, 뛰어난 춤 솜씨를 자랑한다.

정국(JUNGKOOK)

본명 전정국(Jeon Jung-kook 田柾國)으로 1997년 9월 1일 부산광역시에서 출생; 메인 보컬, 리드 댄서, 서브 래퍼; 별명은 황금 막내, 근육돼지; 화려한 안무와 동시에 안정적인 라이브 보컬이 일품, 사진과 영상을 잘 찍고 편집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인들이 BTS의 부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은 단지 이들이 전례 없는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이제 자신들도 국가적, 지역적 좁은 틀에 얽매어 살던 시대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를 벗은 문화
인터넷이 보급되고 SNS가 확산되면서 개인들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기 시작했다. 가족주의와 국가주의가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 개인주의가 점차 고개를 들게 된 것은 빠르게 확산된 디지털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 가부장적 사회 체계와 개발 시대의 엘리트주의는 인터넷이 만들어 낸 대중 의식 속에서 힘을 잃었다. 집단의 구성원에 지나지 않았던 개인들이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각자의 취향과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탈권위적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분야가 대중문화이다. 수직적 추종 관계였던 스타와 팬들의 관계가 역전되었다. 대중에게 스타는 선망이 아닌 공감의 대상이 되었고, 더 나아가 대중이 스타들에게 바람직한 성장의 길을 조언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런‘팬덤 문화’는 BTS와 아미의 관계를 예고하고 있었다.

BTS 의 팬덤이 그 이전 아이돌 그룹들의 팬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관계를 맺는 SNS 공간이 글로벌한 무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BTS의 팬덤은 언어와 국적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글로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아미는 최근 20~30년 사이 한국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변혁을 불러온 디지털 민주화와 거기서 파생한 강력한 대중 의식이 글로벌한 세계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2018년 8월 서울에서 시작해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으로 이어졌던 방탄소년단의‘LOVE YOURSELF’ 월드 투어 포스터 사진.
왼쪽부터: J-Hope, V, RM, Jungkook, Jimin, Jin, and Sugar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하여
한국은 늘 지정학적으로 해외를 지향해야 하는 나라였다. 부족한 자원을 수입해 이를 가공해서 수출하는 무역이 개발 시대의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압축 성장을 위해 만들어 냈던 ‘코리안 스탠다드’는 이미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온 세계가 연결된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인들은 기존의 틀이 더 이상 번영을 약속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때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 준 이들이 바로 BTS다.

글로벌 팬덤을 가진 BTS는 팬과의 정서적 공감에서 글로벌한 보편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BTS가 온 세계의 팬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어쩌면 한국 사회가 세계로 진출하는 가장 가까운 길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이 BTS의 부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은 단지 이들이 전례 없는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이제 자신들도 국가적, 지역적 좁은 틀에 얽매여 살던 시대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Jung Duk-hyun 鄭德賢)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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