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아츠&미디어

뉴미디어 시대의 대중음악

  • 조회수 327
  • 행사기간 2020.07.08 - 2020.07.08
  • 등록일 2020.07.08

기획특집

한국전쟁과 대중음악: 끝나지 않은 노래 기획특집 5 뉴미디어 시대의 대중음악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로 대변되는 레거시 미디어, 모바일 시대와함께 자리 잡은 소셜미디어, 그리고 음원 사이트등 뉴미디어가 21세기 대중음악 산업의 구조를다변화시켰다. 한국 대중음악계는 각종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며 다채로운 풍경을 이루어가고 있다.

2019년 12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트로트 콘서트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가수들의 공연에 환호하고 있다. ⓒ 경기일보

매주 가요의인기 순위를 집계하여 발표하던 음악 방송이 TV 프로그램의 주류에서 밀려나고 음원이 대세를 차지하게 되면서, 국내 음악 시장에서는 빌보드나 오리콘 같은 공신력있는 차트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실시간 차트 1등으로 만들기위한 팬덤의 스트리밍 총공세가 순위를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지 못한 뮤지션들에게 음원 사이트의 차트는 ‘저들만의 놀이터’에 불과했다. 그런데K-pop 아이돌도 아니고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지도 않았는데 신곡을발표하면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는이름들이 있다. 이들은 발라드나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며, 보컬의 음색이 매력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인데, 이들을일컫는 수식어 ‘고막 애인’은 음원 강자들의 특징을 대변한다. 이런 특성은 그들이어떤 음악 소비의 전통을 계승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바로 ‘라디오 스타’이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宋歌人)이 2019년 10월 창동 플랫폼 61에서 열린 ‘미스트롯 전국 투어 시즌 2’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TV조선이2019년 방영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의 최종 우승자이다. ⓒ 뉴스원(News1)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최종 우승자 임영웅(任英雄).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TV조선이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최종 시청률35.7%를 기록해 종합편성채널의 역대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 스타뉴스

음원 강자들
2000년대에 들어 확산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음악 시장에도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음원 저장 매체인 CD가 mp3 파일에 자리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음원은 정식 시장이 아니라P2P를 통해 불법적으로 다운로드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배경음악이나 휴대전화의 벨소리 정도로 흔히 이용되었다. 음반 판매량은 점점 감소하는데 이처럼음원은 아직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찾지 못했으니 시장이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변화는모바일을 통해 시작됐다. 2010년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대중의음악 감상법은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으로 진화했고, 비로소 음원 시장이라 불릴 수 있는 규모가 형성됐다.

스트리밍이 완전히 정착한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절대적 음원 강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 데뷔하여 서서히 지명도를 올리다가 <돌아오지마>와 <저 별> 같은 노래로 차트 정상을 차지한 헤이즈(Heize), 초반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역주행으로 결국 1위에 오른 <우주를 줄게>를 부른 볼빨간사춘기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뮤지션들의 성공은방송보다는 SNS의 입소문이 결정적요인이었다. 아이돌 그룹처럼 화려한볼거리는 없어도 오직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이 입소문의 주된 대상이었다. 라디오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라디오를 통해 충족되던 수요는 끝나지 않았다. 단지 플랫폼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음원 강자들의 존재가 그것을 증명한다.

변화는 모바일을 통해 시작됐다. 2010년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대중의음악 감상법은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으로 진화했고, 비로소 음원 시장이라 불릴 수 있는 규모가 형성됐다.

스트리밍이 완전히 정착한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절대적 음원 강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한국에서 대중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는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대상곡인 샌드페블즈(Sand Pebbles)의 <나 어떡해>로 새로운청춘 문화의 시작을 알린 MBC 대학가요제가 그것이다. 이 가요제는 19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청년 문화가뿌리째 뽑힌 상황에서 음악에대한 꿈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유일한빛이었다. 이 대회의 대상 수상곡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1980년대 히트곡의 역사를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가요제의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기획사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중음악 시장의 환경이 급변한탓이다.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은 10대 초반부터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여러 해에 걸쳐 맹훈련을 받고 아이돌로 데뷔했다. 한편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꿈꾸는 젊은이들은 홍대 앞 클럽으로 갔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 인재들이 굳이 대학가요제를 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가 진화된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2009년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한Mnet의 <슈퍼스타 K>가 그 출발이었다. 첫 우승자인 서인국(徐仁國)을 필두로 매 시즌마다 우승자들은 단숨에스타덤에 올랐다. 출전 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했던 대학가요제와 달리 전 국민으로 대상을 넓힌 것이 첫 번째 성공 비결이었다. 또한 출연자들의 개인사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재구성해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고, 이들이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무대 밖에서경쟁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뿐만 아니라시청자들에게 투표권을 준 것도 관심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

<슈퍼스타 K>의 뒤를 이어 SBS TV가 2011년부터 6년 동안 방영한 , Mnet이 2019년 시즌 8까지 선보인>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등 성공한 오디션프로그램의 사례가 하나둘 쌓이고, Mnet이 2016년 >프로듀스 101>로 대박을 거둘 때쯤 시청자들은 이제 단순히 투표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발벗고 ‘영업’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해당 참가자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연장에 찾아가 사비를 들여 만든 플래카드를 내걸고 응원을 벌였다. 이렇게 완성된 팬과 방송국, 뮤지션의 연결고리는 음악을스포츠와 같은 경쟁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기획사라는 뒷배가 없는 뮤지션들이 콜로세움 같은 경연의 현장에서 음악의검투사가 되고, 그 싸움을대중이 즐겁게 지켜보며 열렬히응원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 대중음악계의 한 모습이다.

2011년 6월, 뉴욕에서 열렸던 Mnet의 <슈퍼스타K> 시즌 3 미국 예선전을 응원하고 있는 관중들. 이 프로그램은 참가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외국인들에게까지 참여 기회를 제공해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 Ukopia

트로트 열풍
스트리밍 시장에서 채 1%가 되지 않는 초라한 비중, 주요 유통 경로가 온라인 스토어가 아닌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점, 소규모 행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 – 트로트가 처했던 현실은 이런 상황들이 보여주듯 매우 열악했고 평가도 야박했다. 그래서 최근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대 사건일 수밖에 없다.

사건의 전조는 국민 MC라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劉在錫)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로 분장해 트로트 신곡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부르기도 했는데, 이 캐릭터로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 예능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또한 그가 불렀던 노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유산슬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트로트가 블루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트로트열풍은 2019년 방송된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 트롯>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일약 국민 가수로 등극한 송가인(宋歌人)과 함께 전국을 강타했다. 여러 해 동안 무명으로 고된 가수 수업을 해왔던 송가인은 퓨전 트로트 일색이었던 트로트계의 흐름을 꺾고 정통 트로트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의 존재는 젊은 세대가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듯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충성스러운 팬덤을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일깨웠다. 지난해의 트로트붐은 봄바람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내일은 미스 트롯>의 성공에 고무된 TV조선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방영했고, 임영웅이라는 스타를 또다시 배출했다.

특히 초반에는 비슷비슷한 출연자들로 실망감을 주었다가 점차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던 <내일은 미스 트롯>과 달리 <내일은 미스터 트롯>은 처음부터 개성이 뚜렷한 출연자들이 놀라운 춤 실력을발휘하는 등 현대적 감각을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이 경연 대회는 최종 시청률 35%를 넘기며 역대 TV 예능 프로그램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이 방송을 지켜봤다는 의미다. 송가인과 임영웅의 공통점은 퓨전 트로트를 부르지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두 젊은 가수들은 이미자(李美子)와 나훈아(羅勳兒)가 트로트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통 트로트를 제대로불러, 이제는 흘러간 과거의음악이라고 여겼던 그 창법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다.

유튜브를 통해 과거의 음악을 현재의콘텐츠로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 이 젊은 스타들이 동시대 가수로서 다가선점도 트로트가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음악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 데 한몫했다. 유튜브는 큐레이션 기능에의해 콘텐츠의 생산 연도와 소비 연도 사이의 시차를 붕괴시킨다. 이는 1980년대 가수들이 ‘시티 팝’으로 소비되고, 1990년대 댄스 음악이다시 한 번 뜨겁게 소환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튜브 세대에겐 최신이 아니면 촌스러운 것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1977년 MBC 대학가요제(MBC Campus Music Festival)로 시작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은 2000년대 들어 다양한 포맷을 갖춘 TV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본격화됐으며 현재는 힙합, 트로트,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로 특화되었다. 왼쪽 위에서부터 JTBC의 >팬텀싱어1>, SBS의 >K팝스타1>, KBS의 >TOP밴드1>, Mnet의 >고등래퍼1>, Mnet의 >보이스 코리아1>의 로고.

김작가(Kim Zak-ka 金作家) 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코리아나웹진

코리아나웹진 바로가기

코리아나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10개 언어로 출판된 콘텐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