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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 국가와 농업협력: 고구마를 중심으로

  • 조회수 453
  • 행사기간 2017.10.17 - 2017.10.17
  • 등록일 2017.10.17

중앙아시아 국가와 농업협력: 고구마를 중심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곽상수
2017년 10월 17일

1. 카자흐스탄 고구마 시범재배 성공

필자의 연구팀은 국가가 당면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아스타나), 식물생명과학연구소(Institute of Plant Biology and Biotechnology, 알마티)와 고구마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3년간 카자흐스탄 4개 지역에 10품종을 시범재배 한 결과, 알마티 등 남부지역에서 ha당 약 38톤의 고구마가 생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 수확량이 약 15톤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생산량이며 적정기술을 도입하면 40톤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지역에 적합한 고구마품종을 선발하여 대규모로 재배하거나 생명공학기술로 품종을 개발해 식물조직배양기술로 건전 묘를 생산하여 기계화농사법을 도입하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전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고구마 기반 기축전분(key starch)이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날(무상일수, frost-free day)이 4개월 이상이면 고위도일수록 수확량이 높다. 이들 지역은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덩이뿌리 비대기인 가을철의 밤낮의 온도차이가 많아 낮에 합성된 광합성산물이 밤에 지하부로 이동하여 덩이뿌리를 비대하는 특징이 있다.


2. 고구마: 최고의 산업식물로 등극

미국공익과학단체(CSPI)는 2007년 고구마가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하여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하였다. 무색의 비타민C, 비타민E 등을 포함하여 황색의 베타카로틴, 자색의 안토시아닌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각종 질병(암 포함)과 노화방지에 좋다. 고구마의 높은 함량의 식이섬유는 변비예방, 대장암예방 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전분을 단순당으로 천천히 당화시켜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아 고구마는 당뇨환자와 비만환자에 적합한 탄수화물로 권장되고 있다. 또한 칼륨은 혈압상승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혈압상승 억제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고구마의 단백질과 지질도 약리활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고구마에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인체와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나 치료용 의약품소재를 생산할 수 있으면 고부가가치 고구마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농업부(USDA)는 대표적인 전분작물인 감자, 고구마, 카사바,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를 미국의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에 재배한 결과, 이들 작물가운데 고구마가 단위면적당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생산(옥수수의 2.3배)하여, 고구마는 식량으로서 가치뿐만 아니라 식량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바이오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작물로 평가하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일찍부터 고구마를 우주식품으로 인정했다. 구황작물이나 겨울철 간식거리로 사랑받던 고구마가 식량과 사료를 넘어 전분과 바이오에탄올, 생분해성플라스틱 등 각종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21세기 최고의 산업작물로 등극하고 있다.


3. 카자흐스탄과 고구마 협력연구

카자흐스탄과 인연은 2013년 10월초 송금영 카자흐스탄 공사님 (현재 탄자니아 대사)께서 눈 내리기전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앙아시아의 지하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질 때 농대를 졸업하신 송공사님은 중앙아시아의 넓은 땅에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중국 사막화지역에 고구마를 심어 식량도 확보하고 사막화도 방지하는 연구를 하는 필자를 찾아 연락을 주신 것이다. 2013년 10월말에 주 아스타나 한국대사관과 알마티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카자흐스탄 연구기관과 농업현장을 탐방할 수 있었다.
2014년 4월초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 분원장과 식물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을 초청하여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고구마를 포함하여 생명공학전반에 대한 협력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또한 방문자들과 함께 고구마 육묘현장, 재배농장, 시장 등을 견학하면서 고구마에 대한 미래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현재까지 고구마 협력연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자 연구팀은 2013년 한-카자흐스탄 교류협력지원사업으로 “산업용 고구마 재배를 위한 무병묘 대량생산 기술개발 및 전수”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2016년 11월 29일 알마티에서 개최된 제1차 한-카자흐스탄 과학기술포럼에서 양국의 고구마 협력결과가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는 2017년 World Bank에서 “고구마 재배와 가공기술 개발”에 대해 연구비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과학연구소는 내년에 알마티지역에서 현지 기업농과 협력하여 본격적인 대규모의 고구마재배를 시행할 계획이다.


4. 전망과 과제

UN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1억 명 (아시아 51억, 아프리카 19억) 이상이 될 것이며 지금추세대로 에너지와 식량을 사용하면 2050년에는 에너지는 지금의 3.5~5.5배, 식량은 1.7배 이상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누가 2050년 91억 인구를 먹여 살릴 것인가? 문제는 한국이다. 곡물자급률 24%, 에너지자급률 3%는 국가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수 있으며, 돈이 없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땅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중앙아시아 등 척박한 토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구마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단위면적당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전분작물이다. 중앙아시아의 넓은 땅은 식량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고구마 기반의 바이오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지속가능한 상생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는 소련의 영향으로 감자는 많이 재배하고 있지만, 고구마는 거의 재배되지 않았다. 열대기원의 고구마는 추운지역에서 재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한-카자흐스탄 고구마 협력연구를 계기로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에서 고구마의 수확량이 오히려 많은 것이 입증되었다. 특히 고구마가 질병예방, 당뇨와 비만에 효과 있는 건강식품인 것이 과학적으로 인정되면서 중앙아시아의 식량뿐만 아니라 건강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출연연구소를 지원, 육성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다학제 융합클러스터 기획과제로 “고구마 기반 글로벌 식량자원 및 바이오소재 생산기술”이 선정되어 2017년 3월부터 글로벌 고구마 사업화에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기획과제에서는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중국 사막화지역 등에 고구마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구마 전분/당에서 석유화학과 미생물대사공학 기반보다도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를 택하여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은 21세기 최고의 신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어, 정부와 뜻 있는 기업 (해외농업, 식품산업, 소재산업 등)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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