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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빈 방한: 언어적인 관점으로

  • 조회수 228
  • 행사기간 2018.02.23 - 2018.02.23
  • 등록일 2018.02.23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빈 방한:

언어적인 관점으로


연상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유는 해례본 예의편 첫머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의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즉, 언어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이 자기 뜻을 글로 나타낼 수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쉬운 글자를 만들어 쓰도록 한 것이다. 조선 시대에 중국어와 우리말이 달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 중국어와 한국어 역시 언어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은데 중국어는 고립어, 한국어는 교착어에 속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국어(國語)는 우즈베크어이다. 우즈베크어는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 신장위구르자치구아프가니스탄, 터키, 러시아등에퍼져살고있는우즈베크민족들에의해사용된다.공용어로서의 우즈베크어는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여러 언어의 영향을 받았는데 아랍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에서 차용된 것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우즈베크어는 알타이제어에 속하며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교착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와 교착어로서의 공통된 특징을 가진 우즈베크어는 소비에트연방에 의해 점차 위상이 떨어지게 됐는데 러시아어 동화정책에 의해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러시아어가 통용어로 쓰이기도 한다.하지만우즈베키스탄은우즈베크어의위상을높이기위해많은노력들을기울임과동시에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자신들의 고유의 국가관 성립을 위한 언어정책을 펼침으로 우즈베크어 사용에 대해서 끊임없이 강조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 (Islom Karimov) 우즈베키스탄 제 1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우즈베크어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국립대학교의 언어학과를 근간으로 하여 새로이 대학교를 설립하라는 대통령령으로 우즈베크 언어문학대학교(Oʻzbek tili va adabiyoti universiteti)2016년에 설립된 것을 실제 사례로 들 수 있겠다. 학기 중에 대학교 자체가 바뀐 상황이었지만 국립대학교 언어학과 학생들은 이슬람 카리모프 (Islom Karimov) 우즈베키스탄 제 1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갔다고 표현할 만큼, 우즈베크어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국가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기고에서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에 대해 양 국가 간 관계 혹은 정치적인 어떠한 부분이 아닌 언어적인 측면에서 짧게나마 다루고자 한다. 이번 국빈 방한 동안 양국 정상들은 공통점과 인연에 대해 강조하며 두 국가 간 언어·전통 풍습·어른을 존중하는 가치관 등이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은 크게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한국어 그리고 영어로 총 4가지 언어를 통해 진행됐다. 양국 간 단독·확대 정상회담은 한국어와 러시아어 동시통역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한-우즈베키스탄 협정 서명식은 한국어와 우즈베크어 순차통역으로 진행되었다. -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은 한국어와 러시아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지만 우즈베크인들 사이에서는 우즈베크어로 대화를 나눴다고 하며, 우즈베키스탄 측에서 준비한 슬라이드와 발표 자료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 반면에 한국 측에서의 발표 자료들은 영어로 돼 있었다고 한다. 부가적으로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환영단으로 참석한 우즈베크 어린이들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우즈베크어로 인사를 건네며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반면 국빈 방한을 축하하는 팸플릿은 한국어,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그리고 영어로 다양했다고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를 위한 국빈만찬에서는 친구그리고 우정에 관련된 언급이 있었는데,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한국 속담을 들면서 이는, “Doʻst boshga kulfat tushganda bilinar (불행할 때 누가 친구인지 알게 된다)”라는 우즈베크어 속담과 같다고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우즈베크어로 “Doʻstligimiz uchun!”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쳐 현장에 있던 우즈베크인들의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한 나라의 정상이 본인들의 언어로 건배사를 외쳤으니 그들에게는 당연히 더욱더 뜻깊게 느껴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빈 방한 동안에 통역이 한국어-우즈베크어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고 아쉽다. 특히나, 양국 정상들이 양국의 공통점과 인연들에 대해 강조하며 언급할 때 더욱 그러했다. 그 이유는 두 언어의 유사성이, 통역이 이루어진 러시아어 혹은 영어와 한국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우즈베크어와 한국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굴절어의 특징을 가진 러시아어와 교착어로서의 한국어·우즈베크어는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와 비슷한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다른 러시아어·영어보다는 같은 교착어이자 유사점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우즈베크어로 통역이 이루어졌다면 이번 국빈 방한 동안에 양국 정상들이 강조한 공통점과 인연에 대해, 그리고 두 국가 간 언어·전통 풍습·어른을 존중하는 가치관 등에 보다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물론 통역이 한국어-우즈베크어가 아닌 러시아어 혹은 영어로 이루어진 이유는 첫째, 우즈베키스탄에서 통용어로서 쓰이는 러시아어의 지위를 들 수 있겠으며 둘째, 우즈베크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한국어-우즈베크어 통역을 위한 전문 인력의 부족에 대한 문제점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단순히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해체로 인해 독립한 즉, 아직 러시아권 영향에 속해 있다고 파악하여 러시아어가 통용이 되는 국가들 중 하나라는 단순하고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함에 대한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지대한 영향과 우즈베키스탄에서 통용어로서 러시아어 사용이 우즈베키스탄 고유의 국가관 성립을 위한 국가 정책으로 인한 노력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이전에 소비에트연방국가들의 주인 역할을 한 러시아의 영향을 벗어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고로 언어란 생각, 느낌 등을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이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들 중 하나이기에 한 국가의 언어를 단순하게 혹은 안일한 관점을 가진 채로 다가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며 통용어보다는 그들의 국어(國語)에 대해 더 중점을 두고 다가간다면 더욱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신세대들 중 러시아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현상 혹은 제2외국어로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를 더 중점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현상 변화 등에 대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역시 단순히 통용어로 다가가기보다는 우즈베키스탄의 언어정책과 아울러 앞으로는 우즈베크어를 사용할 줄 아는 전문가 육성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며 우즈베크어를 통해 다가간다면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의견 또한 덧붙인다. “Doʻstligimiz uchun!”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외친 그들의 언어, 우즈베크어 한 마디의 힘과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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