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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비트코인, 중앙아시아 그리고 소련

  • 조회수 564
  • 행사기간 2018.02.26 - 2018.02.26
  • 등록일 2018.02.26

비트코인, 중앙아시아 그리고 소련

윤영호
(Seven Rivers Partners 대표)


비트코인은 무엇인가?

편의점에서 껌을 살 수 없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라는 유시민식 해석에서부터, ‘나는 한번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김진화식 발뺌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모두 우물 안 개구리인데, 중앙아시아에 사는 개구리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 부여하고 있다.


마구 찍어내지 않는다

소련이 붕괴하고 27년이 지났다. 그 동안 독립국들은 자신들의 화폐를 만들어 냈고, 대부분의 화폐는 화폐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평가절하 되었다. 이중 환율제도, 삼중 환율제도를 만들어서 화폐 보유자를 노골적으로 착취한 나라도 있고, 화폐 개혁을 수차례 단행한 나라도 있다.

20181월 밸라루스의 민스크에 갔을 때 일이다. 밸라루스 루블은 달러당 2루블 정도였지만, 상점에 있는 표시에는 20 000루블이라는 표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디노미네이션이 있었나요?’ ‘몇개월 전에 끝 네자리를 잘라 내는 화폐 개혁이 있었어요.’ ‘큰 혼란 없이 잘 진행 되었나요?’ ‘혼란이 있을 일이 뭐예요.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닌데요.’ 소련이 붕괴한 후에 대부분의 독립국가 화폐는 그러한 존재였다. 이들 나라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신선한 이유는 발행량이 21백만개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마구찍어 내지 않는 돈이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빵보다 쉽게 찍어 내는 것이 돈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다

원래는 다 소련이었고, 모두 루블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독립국이 생기고, 다른 화폐가 등장하더니, 돈의 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어제까지 옆 마을이었던 곳에 돈을 보내기도 어려워졌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국가 장벽이 없는 돈이 생겨 났다는 것이다. 편하고 좋다.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모 기업가는 밸라루스의 민스크에 있는 직원들에게 석달째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지불하고 있다. 은행에 갈 일도 없고, 비싼 수수료를 낼 일도 없다. 며칠을 기다릴 일도 없다. 직원들은 돈을 보낸지 20분 안에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고, 받을 때마다 행복해 한다.

이렇게 중앙아시아에서 보는 비트코인은 소련의 재림같기도 하다. 가난한 사회주의 소련의 재림이 아니라, 희망찬 자본주의 소련이 등장하는 느낌같다.


푸틴의 입장 변화

2016년까지 가상화폐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던 러시아 정부는 2017년 들어서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푸틴은 우리에게 석유, 가스, 광물, , 다이아몬드가 있고, 지하자원을 개발할 기술도 있다. 석기 시대가 종료 된 이유는 돌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는 순식간에 뒤쳐질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말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관한 태도 변화를 드러냈다.

나자르바예프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을 소개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혁신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스타트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루카센코 밸라루스 대통령은 2017년 말에 가상화폐 합법화 법안에 서명하면서 리스크를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기술로 받아 들이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밸라루스의 합법화 선언은 가상화폐의 전면 합법화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테스트를 해 보고 싶은 푸틴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변변한 거래소 하나 없다

러시아에 존재하던 거래소는 러시아가 입장 변화를 보이기 직전에 대부분 폐쇄 되었다. 우크라이나에 애매한 거래소가 몇개 있으나, 신뢰 없이 회색지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밸라루스에 거래소를 준비하는 팀들이 있지만, 언제 오픈할지는 미지수다. 중앙아시아에는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P2P거래를 하고 있다. 대체로 매수자가 정해진 후에 BitstampBitfinex에서 코인을 사서 마진을 얹어서 되파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마이너들과 투자자들 간의 거래가 있으며, 장기 보유자들이 이익 실현 물량을 사가는 투자자들도 있다. 모두 P2P 형태다.


중앙아시아에서 마이닝 하기

최근에 발간 된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구소련지역 국가들이 마이닝 비용이 저렴한 15개국에 포함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평균 전력이 키로와트당 2센트로 가장 싸며, 키르키즈스탄이 3센트, 카자흐스탄이 5센트다.


카자흐스탄에서 2018226일 오후 다섯시 현재 비트코인이 9400불이고, 라이트코인이 215불이다. 현 상황에서, S9 채굴기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경우 하루에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11.24불이며, 그 중에 전기세의 비중은 1.64불이다. L3로 라이트코인을 채굴할 경우 하루에 채굴할 수 있는 라이트코인의 가치는 10.77불이며, 이 중에 전기세의 비중은 0.96불이다.


키르키즈스탄에서 마이닝 공장을 찾으면서

소련의 전기 인프라가 그대로 남아 있는 키르키즈스탄에서 마니닝 공장을 찾으면서, 시골 마을에 잉여 전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국가 계획 경제 하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한 것은 빵이나 치약 같은 생활 필수품만이 아니었다. 전기와 같은 인프라는 더욱 심했다. 즉 사람이 있는 곳에 전기가 있는 것이 아니고, 전기가 있는 곳에 사람이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소련이 망하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이러한 전력 불균형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The Economist지는 비트코인을 다루면서, 비트코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파라독스를 가진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암호화하여 기록하고, 그것을 분산하여 보관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것인가?’하는 질문이었다. 다분히 철학적인 파라독스인데,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마이닝 공장 부지를 찾아서 키르키즈스탄을 여러 곳을 누볐다. 낙후된 키르키즈스탄을 보면서 우리의 70~80년대를 보았다. 우리는 미래를 찾아서, 가상화폐 마이닝 공장을 찾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미래가 아니고, 어쩌면 과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련이라는 나라가 말도 안되는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키르키즈스탄의 조그만 시골에도 많은 전기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비트코인을 하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련의 잘 못된 경제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트코인에 미래가 없을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잘 못 된 과거를 바로 잡는 기능만큼은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화폐 측면에서 그리고 인프라 측면에서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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