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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 정상회담(Central Asia Summit)의 의미와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

  • 조회수 231
  • 행사기간 2018.03.12 - 2018.03.12
  • 등록일 2018.03.12

중앙아시아 정상회담(Central Asia Summit)의 의미와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


추영민

구밀료프 유라시아 국립대학교 박사과정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출처: Kazinform International News Agency


지난 3 15-16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정상회담(Central Asia Summit)’이 개최되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아랄해 정상회담(Aral Sea summit)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며, 중앙아시아 지역 이슈에 국한하여 회담을 개최한 것은 거의 20년만의 일이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이 오랜 공백을 깨고 개최된 배경과 그 의미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이것이 한국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카자흐스탄 대통령, 샤브캇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소론바이 제옌베코프(Sooronbai Jeenbekov)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Emomali Rahmon)타지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유일하게 투르크메니스탄에서만 악자 누르베르디예바(Akja Nurberdiyeva)국회의장이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ymukhammedov)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불참은 회담에 대한 소극적 태도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투르크메니스탄 국회의원이자 대통령의 아들인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ymukhammedov)의 동행과 지금까지 나타난 투르크메니스탄의 지역 회의에 대한 중립적인 태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투르크메니스탄이 본 회담과 중앙아시아 협력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


본 회담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되었는데, 아스타나는 인구 100만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다. 1800년대에 군사 요새로부터 시작된 아스타나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 사마르칸트와 같은 고대 오아시스 도시들에 비하면 매우 짧은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하지만, 1997년 카자흐스탄의 신수도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 후, 특히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활기차고 바쁜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카자흐스탄은 아스타나에서 ‘2017 아스타나 엑스포와 같은 국제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세계 종교지도자 회의’, 최근에는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Astana Talks’ 8 차례 개최하며 카자흐스탄을, 특히 수도 아스타나를 평화, 화해, 그리고 중재자의 이미지로 부각시켜 왔다. 그런 측면에서 카자흐스탄은 아스타나가 지역 통합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본 행사를 개최하기에 매우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소비에트 시기부터 독립 카자흐스탄까지를 아우르는 중앙아시아의 대표 원로 정치 지도자이며, 카자흐스탄은 그 동안 꾸준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증대시켜왔기 때문에 정상회담 주최국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본 회의의 개최 배경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지역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들 수 있다. 먼저,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전임 카리모프 대통령과는 다르게 취임 이후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 회담 역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는 중앙아시아 지역 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지역 내 경제 협력에 초점을 둔 연례 회의체 설립을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2017 11월에 열린 사마르칸트 국제 컨퍼런스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같은 역사, 종교,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이며,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웃 국가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언급해 적극적인 지역 협력의 가능성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본 행사에 참석했던 카이랏 압드라흐마노프(Kairat Abdrakhmanov) 카자흐스탄 외교부 장관은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이 정례회의를 갖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라고 화답하였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역시 2017 11월에 개최된 제3회 아스타나 클럽(Astana Club) 회의에서우리는(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같은 역사, 종교, 문화를 가진 국가이다. 신은 우리가 서로를 돕고, 우리의 영토를 지키고, 함께하도록 만들었다라고 언급해 중앙아시아가 하나의 공통체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두 정상의 적극적인 의지와 더불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정권교체 역시 지역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 한 차례 이상씩 정권 교체가 이뤄졌는데, 현재 정권의 성향이 본 회담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 같은 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모든 상황을 정리해보면, 본 회담은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후원으로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머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 회담은 중앙아시아 5개국 스스로가 지역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지역발전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상하이 협력기구(SCO),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유라시아 경제 연합(EEU) 등 다양한 지역 협력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구는 사실상 특정 국가의 주도 하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형태이며,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은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참여한 협력체라고 보기 힘들다. 다뤄지는 의제 역시 그 논의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반면, 이번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은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참여하였고, 해당 지역에 초점을 맞춘 고위급 회의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지역협력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본 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질 수 있다. 첫 번째 이슈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역 협력이다. 지역 내 무역 활성화,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 물류 거점으로서의 지역 개발, 수자원 및 에너지 자원의 합리적 사용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 이익을 충족시키는 지역협력이 강조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협력이 증대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양국의 한 해 교역량이 20억 불에 달할 정도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16일에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투어 포럼이 개최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역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역 협력은 본 회담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지역 안보 강화이다. 테러리즘, 종교적 극단주의, 불법 이민, 마약 밀매, 초국가적 조직범죄, 아랄해 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한 국가의 상황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들, 이에 공동의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이슈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자리가 되었다. 세 번째는 중앙아시아 국가 국민들 간 관계 회복이다. 사실 본 회의가 3월에 개최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우르즈(카자흐스탄)’, ‘노루즈(키르기스스탄)’, ‘나브루즈(우즈베키스탄)’ 등 각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페르시아어로 새로운 날이라는 뜻을 가진 이 날은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성대한 잔치를 여는 새해 명절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나우르즈 기념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였는데, 본 성명서는 공통의 역사적 뿌리를 가진 중앙아시아 국민들의 새해를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그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야 나가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적 측면에서의 접근은 각국 국민들로부터 지역협력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이번 나우르즈는 단순한 새해 축제를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결과적으로 회담에서 언급된 의제들로 미루어봤을 때, 이번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은 중앙아시아 지역 내 초국가적 기구 설립을 위함이라기보다는 중앙아시아 지역이 갖고 있는 공통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지역 대화체를 형성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이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번 정상회담 소식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간 협력 증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한국은 중앙아시아 개별 국가와의 양자 협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앙아시아 협력 포럼과 같은 다자간 협력의 틀 또한 갖추고자 하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5개국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한-중앙아 다자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는 이러한 문제점들의 해결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한국에게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또한 여기서 나타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주도적 역할과 우즈베키스탄의 적극적 변화에도 주목하여 양자 협력 특화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중앙아시아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력 증대를 이뤄가는 동시에, 다자간 협력의 잠재력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앙아시아 협력포럼과 같은 다자협력 포맷의 적극적인 활용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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