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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그 곳의 지도가 달라지다

  • 조회수 133
  • 행사기간 2018.08.13 - 2018.08.13
  • 등록일 2018.08.13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그 곳의 지도가 달라지다



오상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어디 사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를 들어, “정릉동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은 우리가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대화이다. 다만 여기서 문맥에 관계없이 행정적인 잣대를 두고 본다면, 응답자가 ‘정릉동’에 살기 때문에 그의 관할법원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이며, 학군은 ‘서울특별시 성북교육지원청’에 해당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특정 국가의 영역에서 행정상 목적에 따라 구획한 행정구역은 국가 관리 차원에서 하나의 효율적인 공간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행정구역과 자치구역이 거의 일치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경우가 많다. 가령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기초 자치단체 수준의 시(市) 경계를 본다면, 좁은 골목 하나 사이를 두고도 관할 행정기관이나 학군이 완전히 다른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각자 거주하는 생활권역으로서의 공간은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함께 공유하고 있지만, 법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행정상의 맥락에서는 다른 구역인 것이다. 또한 일반 ‘시’로부터 광역 자치단체 수준의 ‘광역시’로 승격을 희망하는 해당 지역 시민들의 경우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행정구역의 의미는 더욱 실질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구역의 설정은 해당국가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국가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작업인데, 지난 6월 5일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의 행정구역에 매우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남카자흐스탄 주(옹투스특 카작스탄 오블르스; Оңтүстік Қазақстан облысы)의 주도였던 쉼켄트(Шымкент) 시가 쉼켄트 ‘특별시’로 승격한 것이다. 쉼켄트가 특별시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기존 ‘남 카자흐스탄’ 주의 명칭 또한 ‘투르크스탄(Түркістан)’ 주로 변경 되었으며, 이곳의 주도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그리고 무슬림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코자 아흐메드 야사위(Khoja Akhmed Yasawi)의 영묘가 있는 투르크스탄 시로 결정되었다.


카자흐스탄에서 투르크스탄 주의 지리적 위치



한편 한국에서의 ‘특별시(Metropolitan City; Specially separated from the province)’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특별하게 분리된 도시라는 의미가 있다면, 카자흐스탄에서는 ‘망으즈 바르 칼라(Маңызы бар қал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단어 그대로 분석해보면 도시를 말하는 ‘칼라; Қала’라는 단어 앞에 중요함이 있다는 의미인 ‘망으즈 바르; Маңызы бар’가 수식하는 구조이다. 즉, 카자흐스탄에서 중요한 도시라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특별시의 개념에 포함되는 도시는 이제 총 4곳이 되었다. 국가 수도인 아스타나 시와 우주기지 산업 지원을 위해 2050년까지 러시아에게 임대해 준 바이콩으르(Байқоңыр) 시, 그리고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대도시로서 알마티 시와 쉼켄트 시가 포함되는 것이다.

1993년 12월 8일에 제정된 카자흐스탄 공화국 행정구역법(법령 제2572조 7항)에 의거하여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일 때 특별시로 지정할 수 있는데 쉼켄트 시가 이 조건을 만족했다는 말이다. 한편 현시점 2018년 7월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는 1,84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현재 투르크스탄 주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300만 명으로, 통계적으로는 쉼켄트 시에 주 인구의 1/3의 밀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7월 현재 쉼켄트 시 인구는 1,002,291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제곱킬로미터 당 860명의 인구밀도를 보이는데,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밀도가 제곱킬로미터 당 7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구밀집 지역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투르크스탄 주에서 쉼켄트 특별시(□)와 투르크스탄 시(○)


이와 같은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 카자흐스탄 언론들은 매우 긍정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부지역에 특별시가 설치되면서 국가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앞서 지난 6월 5일, 쉼켄트 시에서 진행된 제29차 의원회의에서는 누를란 사우란바예프(Нұрлан Сауранбаев) 쉼켄트 시장과 잔세이으트 튀이메바예프(Жансейіт Түймебаев) 투르크스탄 주지사가 참석하여 쉼켄트의 특별시 승격과 주도 변경안에 대해서 서명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역시 지난 6월 20일, “공화국 헌법에 따라 인구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며 발전 잠재력이 충만한 쉼켄트 시를 특별시로 지정 한다”고 언급하면서 최종 승인을 내렸다. 그는 또한 향후 투르크스탄 주가 인구 500~6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권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중앙아시아의 경제 거점지역으로서 외국인 투자 유치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쉼켄트 시 거주 인구 1백만 명 돌파를 기념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모습


과거 필자는 쉼켄트 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문 당시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일단 시내거리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며 카자흐인과 더불어 우즈베크인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오늘날 알마티 시의 민족 구성을 살펴보면 카자흐인이 약 57%, 러시아인이 약 28%, 위구르인이 약 5%로 나타나지만, 쉼켄트 시의 경우 통계상 카자흐인이 약 65%, 러시아인과 우즈베크인의 비율이 각각 약 14%로 비슷하지만, 실제로 체감해본 결과 슬라브계 민족은 더욱 적다고 느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대도시의 경우 과거 정주문화권의 끝자락이라고 하는 만큼, 우즈베키스탄과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혹은 민족별 구분을 무시한 과거의 국경획정 등으로 인해서 카자흐스탄의 다른 도시보다 이곳의 우즈베크인들의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겠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카자흐인들은 ‘쉼켄트 출신’이라고 하면 정통성이 없는 카자흐 민족이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다.

아무튼 이번 남부지역 행정구역 개편은 카자흐스탄 당국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의 절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인식들을 해결하기 위해 쉼켄트라는 도시는 카자흐스탄에서 주요한 하나의 ‘특별시’라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명목을 준 것일 수도 있으며, 우즈베키스탄 경제권에 의존하고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보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특별히 지정한 카자흐인들의 도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의 지경학점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도 판단된다. 이미 도시의 적정 수용인구를 초과하여 발생하는 근로 여건의 문제나 치안 문제 등의 사회 경제적 사안들의 해결을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특별시라는 점을 바탕으로 더욱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히려 국경과 인접한 우즈베키스탄 지역과의 경제적 교류를 더욱 안정적인 노선에서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견제’라는 지점을 넘어서 ‘협력’이라는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쉼켄트 특별시에서는 이번 행정구역 개편을 발판 삼아 각종 발전 계획안을 하루빨리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현대식 주거 공간의 건설, 대형 복합쇼핑몰의 추가 건설, 상수도 및 가스 공급 서비스의 개선, 교육기관의 정보화 시설 보강,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신공항 건설 등을 포함하는 이른 바 ‘쉼켄트 시티(Shymkent City)’의 건설을 위해 약 5억 불의 예산이 투자될 것이며, 여기에는 한국기업들의 투자도 실행되고 있다. 끝으로 향후 이 곳 ‘제3의 도시’ 쉼켄트 특별시가 높은 인구 증가율 속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잘 극복해가며,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에서 경제 거점도시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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