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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 전도사가 필요하다

  • 조회수 209
  • 행사기간 2018.08.29 - 2018.08.29
  • 등록일 2018.08.29

한국 전도사가 필요하다

백경민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소재한 러시아 고등 경제대학교 (Higher School of Economics)를 거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소재한 나자르바예프 대학교 (Nazarbayev University)에서 교수 생활을 하였다. 미국에서는 미국인 친구들 중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가 몇 있었기는 하였지만, 아주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이들이 얼마 전 유행한 강남 스타일을 아는 정도였다. 하지만 생소한 중앙아시아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필자는 정반대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루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수강생들에게 당시 필자가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었던 응답하라 1994’에 나온 한 재미있는 장면과, 그 장면에 삽입된 가수 이승환의 노래를 틀어주었다. 그런데 학생들 중 몇몇은 그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외우고 있었고, 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그 드라마를 다 본 상태였었다. 이는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였으며, 그 드라마에 삽입된 이승환의 노래는 발매된 지 20년이 넘는 노래들이었다. 놀랜 필자는 학생들에게 특정 장면이 함의하고 있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맥락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학생들은 정확하게 그 장면의 한국적 맥락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이승환이라는 가수의 신규 발매 앨범을 알고 있다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모든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에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 보고 싶고, 특히 명동과 강남을 꼭 걸어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국인들을 아주 친근하게 여긴다고도 대답했다. 한국인들이 미국보다 문화적으로 더 거리감을 느끼는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가 한국을 이리도 잘 알고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이는 필자에게 정말로 놀라운 발견이었고, 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을 어떻게 한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한 나라를 알리기 위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스타나 시내에는 한국 문화원을 비롯하여, 한국어 학원들이 다수 있어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알마티에는 한국어를 정규 전공으로 편성한 대학들도 있고 다수의 한글학교도 있어서 한국어를 배우기에는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 이유는 한국어 교사의 수나 한국어 교과 과정의 질이 아니라 한국 자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기관과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사회의 특성을 알리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한국어 (Korean language)를 알리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한국학 (Korean studies)의 보급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학이란 한국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학이란 한국에 대한 경제학적, 사회학적, 정치학적, 인류학적 연구를 지칭한다. 한국학을 보급함으로써,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에게 알릴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을 한국 전문가로 길러 내야 한다. 현재 알마티의 몇몇 대학에는 동양학부 또는 한국학부가 설치되어 학생들이 한국을 배울 기회를 부족하지만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수도인 아스타나에서는 한국어가 아니라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은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학교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치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비단 카자흐스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소련권이었던 중앙아시아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즈스탄에서도 최근 한류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그 열풍에 올라타면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한다고 들었다. 한국 정부와 교육 관계자들은 이제 한국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한국학 전문가를 이 지역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국제교류재단에서 이미 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한류의 열풍이 있을 때 그들의 관심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앙아시아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 지역의 젊은이들을 단지 한국말만 잘하는 통역사가 아니라 한국을 잘 이해하는 한국 전문가로 길러 낼 수 있다면, 이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는 한국 전도사가 정말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국 전도사는 이 지역 젊은이들을 한국 전문가로 키워내야만 한다. 우리는 중앙 아시아인들의 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학적 사회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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