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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2018 카스피해 정상회담과 연안국의 입장

  • 조회수 207
  • 행사기간 2018.09.11 - 2018.09.11
  • 등록일 2018.09.11

2018 카스피해 정상회담과 연안국의 입장





추영민

구밀료프 유라시아 국립대학교 박사과정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출처: 러시아 대통령 공식 사이트, Official Internet Resources of the President of Russia, http://en.kremlin.ru/events/president/trips/58300/photos/54973


언제, 어디서, 무엇을?

2018 8 12일 카스피해와 접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서부 망기스타우 주(Mangystau oblast)의 악타우(Aktau)에서 ‘2018 카스피해 정상회담(Caspian Summit 2018)’이 개최되었다. 회담에는 카스피해 5개 연안국인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개최국인 카자흐스탄의 주요 언론들은 공식 회담 전부터 본 회담이 2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긍정적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시작 전부터 연안국들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 역시 본 회담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의 상자가 열렸다. 이번 회담에서 카스피해 다섯 연안국들은 어떤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냈을까?


카스피해의 중요성, 바다인가 호수인가?

본 회담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카스피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출처: 국민일보, ‘”카스피해는 특수지위 바다”…. 27년 논쟁 끝http://m.kmib.co.kr/view.asp?arcid=0923992869


카스피해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내해이다. 길이 1,240km, 너비 320km, 면적은 약40 ㎢로 한반도의 2배에 달한다. 다섯 국가에 둘러 쌓여 있는 이 신기한 바다는 석유 확인 매장량 480억 배럴, 천연가스 8 7천억㎥의 추정 매장량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곳을 바다로 볼 것인지, 호수로 볼 것인지에 대한 연안국 간 오랜 논쟁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기준에 따라 각 국가가 차지하는 영해와 그 안에 숨겨진 자원의 소유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스피해는 사방이 육지로 둘러 쌓여있어 호수로 볼 수도 있지만,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바다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유엔 해양법 조약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볼 경우, 연안국의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의 바다를 영해로 설정하게 되고, 나머지 바다는 협의를 거쳐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분할하게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호수로 볼 경우에는 연안국들의 협의에 따라 호수를 동등하게 분할해야 한다고 나타내고 있다. 사실, 구 소련 시기에는 소련과 이란이 카스피해를 호수로 간주하여 권한을 동등하게 50 50으로 나눠가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15개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카스피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가 둘- 소련 대 이란에서, 다섯러시아, 카자흐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늘어났으며, 이 지역 소유권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불협화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카스피해 논쟁의 역사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섯 연안국들은 지금까지 51번의 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중 외교 장관급 회의가 10, 정상급 회의가 4번 진행되었다. [1] 2014년 러시아에서 진행된 회의에서는 90% 정도의 합의를 이뤄냈고, 나머지 10%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로 남아있었다. 여기서 해결되지 않은10%는 언뜻 작은 수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카스피해 분할 문제, 해저 파이프라인 및 케이블 프로젝트 승인 등과 같은 연안국들의 경제적 이득이 달려있는 굵직한 사안들이 주로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했는가?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주도로 진행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7월 말 관련 국들의 협의를 통해 합의문 초안을 승인하였고, 본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선언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크게 1.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 2. 경제, 수송, 환경보호, 생물자원 보호 문제, 3. 연안국 간 국제지역협력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공개된 합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카스피해는 바다도 호수도 아닌 특수지위를 갖는 바다가 된다. 합의에 따라, 각 연안국은 해안선으로부터 15해리까지를 영해로 하고, 25해리까지 배타적 어업권으로 설정하게 된다.

2. 카스피해에 속하는 자원에 대한 권리는 연안 5개국에만 귀속된다.

3. 해저 자원의 소유권은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간 합의에 따라 확정하고, 연안국 이외의 3국의 군대가 카스피해로 진입할 수 없다.


각국의 입장은?

1. 러시아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카스피해가 호수라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카스피해가 바다일 경우, 러시아의 영해 가운데 공해가 생겨나게 되고, 여기에 미국 군함이 진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 합의에서 러시아는 카스피해가 제 3의 해결책인특수지위를 갖는 바다라는 것에 합의하고, 연안국 이외의 제 3국 군대가 카스피해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푸틴(Putin) 대통령은 본 회담에서 새로운 수준의 파트너쉽 형성을 기반으로 연안국 간 협력을 계속해서 증진시켜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의 영향으로 카스피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지역협력, 당사국 사이의 군사협력 확대를 촉구했다. 이러한 회담 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해당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위해 카스피해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또 한가지 러시아에게 중요한 쟁점은 카스피해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였다. 카스피해는 유럽과 중동을 잇는 주요 통로이며, 이와 접하고 있는 카프카스 지역은 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곳이다. 따라서, 유럽 가스 공급의 약1/3을 차지하는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잇는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건설은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출 독점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러시아는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러시아가 카스피해를 특수지위이지만바다로 인정하게 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의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이 한결 수월해지게 됐다. 물론, 러시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본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서는 당사국들 간 재정적, 기술적, 환경적 측면의 많은 문제점들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너그러운 양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자국에 필요한 것들은 얻어낸 성공적인 합의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 이란

이번 합의에서 가장 만족하지 못한 국가는 이란일 것이다. 이란은 소비에트 시기와 같이 카스피해를 호수로 간주하여 5개국에게 균등하게20%씩 분할하자고 주장해왔다. 그 이유는 바다로 볼 경우, 이란의 해안선이 전체의 13% 밖에 되지 않아 과거에 비하면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 연안에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공동 수역에 대한 권리를 얻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카스피해가 특수 지위의 바다로 합의된 것에 대해 로하니(Rouhani) 이란 대통령은 불만족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카스피해 해저분계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이번 합의는 법적 지위에 관한 합의일 뿐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며, 보다 구체적인 권리 조정과 경계 확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카스피해의 동과 서를 연결하고 이를 페르시아만까지 연결시키는 철도 연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 이란 역시 앞으로의 계획을 진행시키기 위해 이번 합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3.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여러모로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라고 주장하는 입장인데, 총 길이 2300km 5개 연안국 중 제일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스피해 에너지 자원은 주로 북동쪽에 위치해 있어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이득도 크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카스피해가 바다가 된 것은 카자흐스탄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와 더불어, 자원 수출다변화 측면에서도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나자르바예프(Nazarb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번 협약에서 카스피해 해저 파이프라인 설치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카자흐스탄의 텡게즈(Tengiz)유전과 카샤간(Kazahgan) 유전의 석유가 아제르바이잔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또한, 이번 회담은 카자흐스탄에게 또 한번의 긍정적 이미지 메이킹의 기회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독립 이후 국제 사회에서 평화중재자의 이미지를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다양한 국제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2]따라서 오랜 분쟁 속에 묻혀있었던 카스피해 문제를 카자흐스탄에서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카자흐스탄이 이러한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키는데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번 회담의 결과를 주로 러시아의 입장에서 분석〮평가하고 있고,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실질적인 결과로 보았을 때, 이번 회담의 러시아 못지 않은 수혜국은 카자흐스탄이라고 볼 수 있다.


4.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러시아를 통과하지 않고 유럽으로 향하는 긴 파이프라인이 시작되는 곳이다.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조지아 트빌리시(Tbilisi)-터키 세이한(Ceyhan)을 연결하는 BTC 석유 파이프라인과 바쿠(Baku)-트빌리시(Tbilisi )-터키의 예르주름(Erzurum)을 잇는 BTE가스 파이프라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4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며, 카스피해 동쪽 연안은 풍부한 천연가스자원이 위치한 곳으로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아제르바이잔과 투크르메니스탄은 양국을 잇는 트랜스-카스피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Trans-Caspian Oil/ Gas Pipeline) 건설을 바라고 있다. 유럽시장으로 진출해 에너지 자원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에 있어 카스피해가 바다일 경우엔 통과 국가의 동의만 얻으면 되지만, 호수일 경우엔 연안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카스피해 법적 지위에 대한 의견 불일치, 그리고 러시아와 이란의 반대로 본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었다.러시아와 이란이 표면적으로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프로젝트는 유럽 시장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에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세부 조항에서 특수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긴 했지만, 카스피해를바다로 규정하면서 통과 국가의 동의만 얻으면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두 국가 입장에서 일단은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결론

결국 이번 회담의 주요 쟁점이었던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문제는특수지위의 바다로 결론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듯 하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쟁점들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만 발표됐을 뿐,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찜찜한 부분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이번 회담이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그 결과물로서 현실적 수준의 합의점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더 나은 다음 단계를 위한 나름대로 괜찮은 잔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첫 정상회담은 2002년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트(Ashgabat)에서 진행되었으며, 이후 2007년 이란 테헤란(Tehran), 2010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 2014년 러시아 아스트라한(Astrakhan)에서 정삼 회담이 진행되었다.

[2]지난 3월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 정상회담, 그리고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Astana Talk’의 주최는 카자흐스탄이 꾸준히 이러한 이미지 만들기에 신경 써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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