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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카자흐스탄 일차보건의료 현황

  • 조회수 909
  • 행사기간 2019.01.16 - 2019.01.16
  • 등록일 2019.01.16

카자흐스탄의 일차보건의료 현황

- 알마아타 선언에서 아스타나 선언까지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박사학위과정 김태경



최근 제주도의 영리병원허가를 둘러싸고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영리병원으로 인해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 이 외에도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한 의료기기(기술) 규제 개혁을 둘러싼 각종 의견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등 의료의 산업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지금 시점에서 40여년전 건강그 자체를 인권의 기본조건으로 천명한 알마아타 선언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8년 카자흐스탄(당시 소련) 알마티(옛 알마아타)에서는 WHO(세계보건기구)UNICEF 공동 주최로 역사상 최초의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에 관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회의에는 60여개의 국제기구 138개의 회원국이 참여하는데 우리나라도 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 회의에서는 세계 보건의료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선언이라 평가받는 알마아타 선언이 채택되었는데, 이 선언을 통해 현대 모든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이 비로소 정리되게 된다.

알마아타 선언의 핵심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사회 주민이 중심이 되는 일차보건의료라는 새로운 개념을 기반으로 각 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보건의료 투자 이행 및 시스템 개발을 하여 모든 인간의 의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2000년까지 모든 사람이 건강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알마아타 선언은 인간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치료와 예방이 통합된 정부 주도의 기본적 의료서비스 제공 시스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각 국의 보건의료 정책개발을 주도하는 정책입안자들이 실질적으로 깨닫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작년(2018) 10월에는 또 다시 카자흐스탄, 이번에는 아스타나에서 일차보건의료와 관련된 의미 있는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에서는 ‘40년 전의 알마아타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일차보건의료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전 인류의 보편적 건강보장 및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위해 일차보건의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카자흐스탄의 일차보건의료 현황


알마아타 선언과 같은 기념비적인 선언이 공표된 카자흐스탄 일차보건의료의 현황은 어떠할까?

카자흐스탄의 일차보건의료에 대해 논하기 전에 우선 일차의료(Primary Care)’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의 개념에 대해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일차의료의 기본개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전달체계(123차 의료)를 기반으로 한다. 의료인에 의한 질병치료가 중심이 되며, 의료가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처음 의료인력과 접촉할 때 제공되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의료를 의미한다. 반면 일차보건의료는 보건인력이나 정부 중심이 아닌 지역주민 자체가 개념의 중심으로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최적의 안녕 상태로서의 보건을 지역사회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이용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되어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 내에서 주민들이 적절한 건강유지를 위해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진단을 하거나 치료하며, 재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차적 의료 및 공중보건 시스템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알마아타 선언(1978)’을 기점으로 각 국은 기존의 단순 접근성에 기반한 일차의료에서 한 단계 나아가 지역사회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예방과 조기진단, 재활 등에 중점을 둔 일차보건의료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는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보편적 접근성을 장려하는 보건 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역중심의 1차 의료기관에 일반의(주로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거 많이 포진하고 있으며, 일반 외래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무료진료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지만,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 및 해외로의 인력유출로 인해 의료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의료의 질 자체도 매우 낙후된 편이다. 국가에 의한 중앙집권적 보건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참여가 핵심인 일차보건의료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자체가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비감염성 질환(만성 질환)의 발병률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의 의료부문별 국가 및 비국가 지출구조를 살펴보게 되면 외래, 수술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에 비해 일차보건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방의료, 보건관리 등의 분야에는 국가 및 비국가지출 모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의료부문별 지출구조(2013)]

(단위 : 십억 텡게, %)

구 분

국가지출

비국가지출

금액

구성비

금액

구성비

종합병원

358.3

86.2

57.5

13.8

장기요양기관

3.5

100.0

-

0.0

외래의료서비스 제공기관

151.1

55.7

119.9

44.3

부가서비스 제공기관

41.4

58.6

29.3

41.4

의료제품공급업자, 소매판매업자

43.5

15.9

230.4

84.1

예방의료서비스 제공기관

32.9

100.0

-

0.0

보건관리기관

13.1

73.1

4.8

26.9

기타 서비스 제공기관

139.8

91.4

13.2

8.6

* 자료원 : 한국보건산업진흥원(2016). 한국의료 CIS 진출가이드(카자흐스탄), p.48.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카자흐스탄 경제가 호황을 맞으며, 경제적 여유가 생긴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민의 건강 증진 및 보건의료의 현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낙후된 보건의료시스템의 개혁과 현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그에 따른 각종 국가 보건의료 현대화 프로그램(보건의료제도 개혁 정부 프로그램, Salamatty Kazakhstan, 암치료 개선, 카자흐스탄 2050 정책 등)이 수립되었는데, 각 정책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 분

주 요 내 용

보건의료제도 개혁 정부프로그램(2005-2010)

보건의료분야 정부예산 단계적 증대(2010년까지 GDP4%), 병원클리닉연구소 설립 및 최신장비 도입, 민간기업의 보건분야 투자가치/매력도 향사, 의료인력 교육 및 재교육, 경쟁력있는 의약품 및 의료장비의 국내생산 증대 등

Salamatty Kazakhstan

(2011-2015)

예방 검진진단, 치료 재활 프로그램 강화, 의학교육제도 개선, 의약품 접근성 제고 및 질 향상을 목표로 함

암 치료 개선(2012-2016)

조기진단에 의한 암 발병 예방을 실현하고 암 환자 재활 및 완화 치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수행하고자 함

카자흐스탄 2050 전략

2013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포함된 국가발전장기전략으로 전국적 의료서비스 표준 도입, 의료시설 설비 개선 및 단일화 추진, 예방의학 및 전자의학 도입확대, 병원의 민영화 추진, 의대의료기관의 국제인증법제화 추진, 의료교육시스템 개혁 등을 포함


각 정책의 주요내용을 분석해 보면 카자흐스탄도 이제 과거의 인구대비 의료인력 수, 병상수 등 단순 투입요소에 중점을 둔 보건의료에서 벗어나, 예방과 재활, 교육 등에 중점을 두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일차보건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2009년에는 법률 및 보건부 장관령으로 직업운전기사, 위험시설 내 직원, 의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제도를 정비하였다. 이 외에도 각종 의료 및 예방 교육의 중요성과 지식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비 의료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교육을 시행하였으며, 감염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의료 및 건강에 대한 인식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일차보건의료의 인식확대 및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그간 공공성이 강했던 카자흐스탄 의료분야에 대한 민간의 개입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의료 전반의 질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카자흐스탄 내 일차보건의료 시스템의 견고한 정착 및 의료 전반의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아직까지 갈 길이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보건의료 발전 정책(건강보험제도 현대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효율성 강화 등)이 카자흐스탄 보건의료의 발전전망을 한층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자국 의료에 대한 신뢰도 향상 역시 카자흐스탄 정부가 해결해야 될 문제 중 하나이다. 자국 의료에 대한 신뢰부족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로의 의료관광을 촉진시키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의 부유층들은 자국의 열악한 의료환경(긴 대기시간, 노후된 의료장비, 인력 및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스위스, 독일, 이스라엘, 터키 등의 해외로 치료를 받기 위해 꾸준히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도 의료관광 목적지로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이며, 2017년 기준 12,566명이 치료(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일차보건의료 확대를 포함한 보건의료 현대화(인력교육, 노후설비 교체 등)를 통해 치료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자국민의 수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스타나 선언


“Together we can and will achieve health and well-being for all, leaving no one behind”

- 아스타나 선언문 중 -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작년 1025-26, 양일간 아스타나에서는 일차보건의료에 관한 국제회의(Global Conference on Primary Haelth Care)’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는 각국의 보건부 장관 및 고위급 관계자, 국제기구 및 사회단체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2일간의 회의를 통해 일차보건의료의 개념에 기념비적 의미를 부여한 알마아타 선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그 간의 일차보건의료의 성과경험을 공유하며,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높은 수준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는 물론, WHO, 유엔아동기금, 교육기관, 전문가 집단, 시민사회 및 민간분야를 망라한 모든 인류가 더욱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아스타나 선언을 채택했다.




카자흐스탄 일차보건의료의 미래


카자흐스탄의 일차보건의료는 그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 및 지원을 기반으로 독립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건강 및 생활 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소비에트 시기의 낙후된 각종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해결해야 될 어려운 과제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지만, 궁극적인 미래는 낙관적일 것이라고 기대된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일차보건의료 강화 및 보건의료(건강보험 포함) 현대화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기도 한데, 양 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협력을 강화할 수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건강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일차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세계 최초로 공식적으로 선언한 곳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옛 알마아타)이고, 그 성과를 재확인하고 다시 한 번 목표달성을 위해 정진하기를 약속한 곳이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인 것이 단순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보건의료 현대화에 대한 열망을 기반으로 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다양한 노력들이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게 된다면, 미래의 언젠가는 전 세계 인류가 일차보건의료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는 행복한 선언을 또 다시 카자흐스탄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http://alim.com.kz/index.php/produkt/med-pom

https://informburo.kz/novosti/novye-pravila-okazaniya-pervoy-medicinskoy-pomoshchi-primut-v-kazahstane.html

https://jezkazgan.gov.kz/ru/582.html

https://www.ap-companies.com/services/ekspatam/kazakhstan/

https://www.zdrav.kz/attachments/a-new-paradigm-of-primary-health-care-in-kazakhsta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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