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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우즈베키스탄 방문기

  • 조회수 183
  • 행사기간 2019.03.08 - 2019.03.08
  • 등록일 2019.03.08

우즈베키스탄 방문기






김상헌(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우즈베키스탄 답사는 실크로드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 부하라와 히바를 대개 일주일 이내에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이번답사도 스무명 쯤 되는 인원을 이끌고 이 기간에 둘러보는 일정이라 조금은 바쁘게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학기가 끝나고 바로 나갈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보다 높은 항공권 가격에 부득히 일정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있다 연말연시에 맞춰 귀향하는 인원이 많은 듯 했다. 게다가 평소 해외답사를 진행해 국내여행사는 우즈베키스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어 해가 바뀌자마자 타슈켄트로 향했다.


학생들에게 답사지를 우즈베키스탄으로 정했음을 알리자 다들 거기가 어디, 왜 라는 반응이었다. 앞선 답사지는 독일, 러시아, 터키였으니 내심 유럽 어디쯤을 기대한 모양새인데... 역사와 콘텐츠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지역인 것이 당여했다. 우선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답사가 의미있을터이니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이해를 위한 특강을 진행했다. 우선 샤슬릭과 고려인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실크로드의 고도를 그리면서 분위기 조성하면서 답사 준비를 이어갔다.


인천공항에서 저녁 늦게 탄 비행기는 새벽에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는 3년 만의 방문이었고, 앞서의 경험 탓인지 큰 기대나 긴장없이 입구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예상을 넘어서는 상황을 맞았다. 입국심사와 세관심사가 너무 수월해진탓이다. 공간이 우선 넓고 환하게 바뀌어 있었고 수속도 너무 쉽게 진행되었다. 새벽 네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작은 도착 면세점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수화물을 기다리는데 조금 지체를 했지만 한시간 정도에 모든 학생들이 입구을 마쳤고,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 국내선 청사로 향했다. 7시경에 출발하는 히바행 항공기를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히바는 여행자가 쉽게 갈수 있는 곳은 아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우즈베키스탄 답사코스는 히바가 빠진 채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아프라시압호는 스페인에서 개발된 탈고(Talgo) 열차를 도입한 것이다. 이 열차는 차대가 낮고 차체가 기울어져서 재래선로에서 운행가능한 고속철이다. 기존의 선로를 개선하여 운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카자흐스탄에도 아스타나 엑스포에 맞추어 도입이 되어 있고,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도 고속철 구간을 연장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보이-우르겐치 구간에 고속철이 도입되면 히바로 향하는 여행객이 좀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유산인 히바의 이찬칼라는 당연히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겨울철 비수기 임에도 관광객이 끊이지는 않고 있다. 성밖 광장에는 지반을 정비하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도입한 모양새가 보인다. 주변을 장식하던 동상이나 벽화는 조금씩 위치가 바뀌어 있다. 타슈켄트로 가기위해 들린 우르겐치 공항은 타슈겐트외에 모스크바와 상트 뺴째르부르그로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었고, 휴가철에는 유럽의 주요도시로 임시편이 운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유적이지만 걸맞는 인프라는 많이 더 추가되어야 할 듯하다.


학생들을 데리고 방문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니 햇수로는 4년 만이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유적 관광지 주변이 상당한 수준으로 정비되었다는 점이다.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은 보도 블록으로 정비해서 흙바닥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비비하눔 사원은 초라한 뒷 모습을 가리고 한창 복원과 정비에 힘을 쏟고 있었다. 건너편의 샤히진다 영묘 옆에는 전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프의 무덤이 조성되어 많은 우즈베키스탄 인이 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을 우즈벡키스탄으로 데리고 간 것은 평소 알지 못하는 지역에 관심을 키우려는 의도가 가장 앞섰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내세우며 국제적인 헤게모니를 주장하려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는 것은 이제 당연한 숙제가 되고 있다. 서울 근처의 몇몇 지자체는 유라시아 횡당철도의 시발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구 소련이 붕괴되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던 중앙아시아의 각국은 최근 지역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새로운 교통로를 개설하고, 막혀있던 길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들이 경제를 통합해 협력하려는 시도는 관광 분야에서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크비자(silk visa)는 중앙아시아 국가의 통합 비자 프로그램이다. 유럽이나 아시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것으로 실크 비자에 가입된 국가에 입국하면 별도의 비자없이 중앙아시아 여러나라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의 자유로운 왕래가 이루어진다면 이에 따른 물자나 교통의 왕래는 당여한 수순이 된다.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한 코카서스 지역의 경제중심체나 유라시아 경제 동맹 등은 유라시아 중앙부의 경제적인 지형을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이제 대륙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지금껏 육로로 다른 나라를 가 보지 못하던 것이 자동차로, 기차로 그리고 걸어서 다른 나라를 갈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지금과는 다른 맥락으로 이웃을 접해야 한다. 가까운 중국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고, 유라시아의 반대편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적잖은 편이다. 그런데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도 무지에 가까운 이해도를 보이고 있다. 답사에 함께한 학생들이 새로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분명히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점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뀐 이후로 정책적인 변화가 여행객의 입장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새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듯 타슈켄트 시내 광장은 연말에 맞춘 거리 장식으로 반짝였다. 연말의 항공편을 가득채울 정도로 우즈베키스탄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레기스탄 광장에 잠시만 서 있으면 한국말을 걸어오는 현지인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이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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