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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 새로운 지도자들이 가는 길이 바뀌고 있다

  • 조회수 289
  • 행사기간 2019.04.11 - 2019.04.11
  • 등록일 2019.04.11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가는 길이 바뀌고 있다




이상준(국민대)





중앙아시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0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해온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320일 전격 사임하였고 오는 69일 조기 대선을 실시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은 20169월 카리모프 전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그해 12월 선거를 통해 미르지요예프 총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투르크메니스탄 지도자 역시 니아조프 전임 대통령이 2006년 서거한 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 대통령께서 순방하는 중앙아 3국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지도자가 통치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나가서 키르기스 공화국의 제예베코프 대통령, 타지키스탄 라흐몬 대통령까지 모두 전후 세대이다. 또 나자르바예프를 마지막으로 소련해체 전후로 독립한 중앙아 국가의 초대 지도자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크 대통령은 집권과 더불어 개혁과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전임자와 차별화된 길을 가고 있다. 수자원 문제로 갈등을 했던 타지키스탄과 화해하여 타슈켄트와 두샨베 간 직항로를 재개하였으며 아프가니스탄 재건에도 관심을 보여 중앙아 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를 적극 개선하고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역시 20173기 집권에 성공하여 정치 안정속에서 그간 추진하였던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하며 국제사회로 편입하려 한다.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유재산 민영화 정책도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 그는 2013년 총선부터 복수정당제를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하였다.

카자흐스탄의 대선 결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카자흐 국가발전전략 2050에 따라 카자흐를 2050년까지 G30로 도약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때 마침 올해 전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시기 수립한 누를리 졸이 종료됨에 따라 새 지도자는 누를리 졸을 이어받아 국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한층 개혁을 강화할 것이며 카자흐스탄을 완전히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통치자의 갑작스런 죽임이나 사임으로 이러한 변혁이 예고 없이 발생한 것으로 비쳐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임자들의 통치 시기 발생한 미묘하고 점진적인 변화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간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폐쇄적인 정책을 쓴 것은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근본주의, 분리주의, 테러리즘을 막기 위함이었고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혼란, 갈등, 충돌 등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 노후화된 인프라에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려는 관료주의 장벽이 더해지면서 후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체제 국가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며 사상, 풍습, 언어가 뒤섞이면서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였던 연결의 공간이었던 이 지역의 잠재력이 작용하면서 유라시아 중앙 내륙국가로 이어지는 길은 계속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변화가 개방·개혁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연결되었던 파이프라인과 교통회랑은 통상 러시아가 위치한 북쪽에서 이어져 왔었다.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은 확대 유라시아(Greater Eurasia) 구상으로 발전하면서 중앙아시아를 넘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협력의 지리적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서부대개발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되는 일대일로(Belt Road Initiatives)로 발전하였고 중국의 노력으로 카스피해 동쪽 해안과 투르크메니스탄까지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었고 중국서부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교통물류회랑도 완공되었다. 카스피해 서쪽해안 바쿠에서 시작한 철도, 송유관, 가스관은 흑해로 연결되어 유럽으로 자유로운 상품거래도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카스피해 해양경계가 획정되면서 이제는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에너지 운송망도 생겨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유라시아 중앙지역의 역내 개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아시아경제협력협의회(CAREC)를 만들어 이 지역을 관통하는 CAREC 교통물류회랑을 6개 완공하였으며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전력망 CASA-1000 프로젝트를 비롯한 내륙국가로서 가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길이 생겨나고 있지만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71(160개국), 우즈베키스탄 99, 투르크메니스탄 126위로서 화물 운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체 현상이 과거에는 하드웨어적인 노후화와 미비로 인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관료주의적 장벽이나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법제도 등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길이 많이 건설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내외 관련 분야를 효과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폐쇄적인 정책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그래서 개방 정책을 시행하게 되고 개방에 따른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개혁이 추진되는 것이다.

그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은 천연자원의 보고로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의 무게에 짓눌려 자원의 저주 현상을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자원을 놓고 분쟁과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염려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로 인해 어느 정도 불식되었다. 정권 교체기의 리스크도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외부에서 중앙아시아로 들어오는 길이 침입도 혼돈도 가져오지 않고 있음을 인식한 지도자들은 미래와 번영으로 이끄는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변국과 주변국을 넘는 협력을 한층 강화하려고 한다. 그간 중앙아 국가들의 탈소비에트 발전 모델은 각국의 고유한 전통, 관습, 규범에 입각하여 규정되었지만 강대국과 국제사회가 이러한 전략이 선택되도록 뒷받침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어떤 기회를 가지는 것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앙아를 관통하는 길이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 통관 및 전자 무역 시스템을 같이 구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중앙아 국가들이 안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감안하고 다른 정치 환경에서 행정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전자정부 협력을 하는 것도 지양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별 발전단계가 다르기에 같은 의제의 협력에 대해서도 관심 정도가 차이가 있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앙아 전체로 묶어서 협력이 진행될 수 있는 의제도 있지만 개별 국가 차원에서 맞춤형 협력을 진행해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할 일이 많아지게 되면 한번 쯤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시장도 작고 자원을 개발한다고 해도 가져올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가?” 중앙아시아로 진입하는 길을 두고 강대국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21세기 그레이트(Great) 게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 나가서 카자흐스탄 3대 경협 프로젝트가 발하쉬 화력발전소,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 잠빌 유전 실패했는데 뭘 또 기대한다는 말인가?”라고 원망어린 푸념도 있을 수 있다. 물론 협력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 큰 손해 볼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지도만이 아니라 유라시아 지도를 놓고 차분히 들여다보면 다른 식의 결론도 도출이 가능하다. 러시아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였던 이 공간이 중국으로, 흑해로 연결되었다. 이제 더 넓은 인도양으로 이어진다면, 그래서 거대 시장의 지중(地中)의 공간으로 바뀌면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중앙 혹은 유라시아 중심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역내 협소 시장을 넘어서는 큰 규모의 교역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아아시아와의 협력 사업을 작은 단위로 들여다 본 우를 범한 것은 아닌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3대 경협 프로젝트를 큰 그림속에서 차분히 들여다보았으면 다른 접근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나라를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그동안 가지 않았던 길을 가려고 한다. 폐쇄에서 개방으로, 구태에서 개혁으로의 변혁기에는 통치자의 비범한 선택이 정책을 둘러싼 제약을 제거하고 지도자의 카리스마는 정치경제보다 중요할 수 있다. 과거 전임자들이 절대 권력을 휘둘렀기에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고 예단하지만 이들 국가의 수도, 누르술탄(구 아스타나), 타슈켄트, 아슈하바트를 가보면 적어도 자원을 팔아 번 돈을 모두 헛되이 낭비한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공항청사, 정돈된 거리, 볼거리를 채워가는 관광지, 고급호텔, 초대형 쇼핑 몰은 한때는 대상들의 오아시스였을 중앙아시아 도시들의 풍광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지도자들은 단순히 도시 풍광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지경학을 바꾸려고 한다.

냉전시기, 냉전직후 변화를 잘 읽어 오늘날까지 글로벌 공동체에서 한국은 가장 우수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을 잘 파악하여 큰 성과를 거두어들인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시야는 좁아졌다. 국가와의 협력을 개별적인 작은 단위로 보지 않고 대관(大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올라 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묻고 있다. “우리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래서 우리 대통령의 중앙아 3국 순방은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