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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영국 영국박물관 김민지 1개월차

  • 등록일 2025.06.18
 상세 활동에 관한 표입니다. 작성자, 인턴십 분류, 기관명, 프로그램기간, 보고서 해당기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성자 김민지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영국, The British Museum
프로그램 기간 2025년 5월~ 2025년 11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1개월차
내용

안녕하세요, 2025년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박물관으로 파견된 김민지입니다. 저는 아시아부서에서 한국실을 담당하시는 김상아 큐레이터님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활동을 보고하기에 앞서 흔치 않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KF와 영국박물관 김상아 큐레이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 파견 준비와 현지 정착
    • [비자]

      차질 없는 파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입니다. 수령 단계까지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니 비자를 가장 먼저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국 비자에 관한 정보는 전 인턴 분께 도움을 받고 잉글리쉬로드 카페를 통해 얻었습니다. 참고로 카페에서는 신청 후 비자를 받는 것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고들 나와 있는데, 저는 3주가 풀로 소요되어서(수령까지 한 달) 마음을 굉장히 졸였습니다. 다음에 오시는 분께서는 저처럼 괜한 걱정 마시고 편하게 기다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 비자 승인 타임라인을 공유드립니다.

    • [주거]

      운이 좋게도 저는 소개를 통해 한국에서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공유드릴 팁이 많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영국사랑’을 통해 쉐어하우스나 스튜디오를 구한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 외]

      그 외에는 챙겨갈 물건들을 정리한 체크리스트, (필요시) 통신사 해지, 현지 카드 발급, 유심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무리했습니다.

  • 2. 영국박물관에서의 업무

    영국박물관의 외부

    영국박물관의 내부

    상아 선생님께서는 제가 여러 행사와 미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박물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제가 함께 일할 동료들의 얼굴과 이름, 박물관의 업무 처리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은 한국에서 온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손님들의 니즈를 그때그때 파악하여 일정을 유동적으로 소화하시는 선생님 곁에서 실무를 위한 스킬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큐레이터의 직무가 여러 종류의 역량을 요한다는 사실이 더욱 절실히 체감되는 경험이었습니다. 학예 업무의 다양한 면들에 노출될 수 있도록 저를 항상 이끌어주시고 장려해주시는 선생님께 이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레이블 작성]

    이번 달에 제가 맡은 주업무는 7월에 있을 한국실 로테이션 보조하는 일이었습니다. 갤러리 로테이션를 위해서는 전시될 유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유물에 대한 레이블을 작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영국박물관에는 유물의 상태에 따른 보존처리를 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그 부서에서 유물의 컨디션을 체크해주고 전시에 필요한 장황을 제안해줍니다. 따라서 학예 업무는 전시될 유물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레이블을 적는 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이번에 교체될 유물의 레이블을 작성하는 데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가진 흥미를 레이블에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포인트가 전달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술사 전공자로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지점과 비전공자인 관람객이 주목하고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갖춘 레이블을 쓰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은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며 영국박물관을 비롯한 런던 내 박물관들에서 어떤 글쓰기를 지향하며 레이블을 작성하는지 더욱 눈여겨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트레이닝 및 유물 조사]

    영국박물관에는 박물관 업무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들에 접속하기 위해서 그에 맞는 트레이닝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 달에는 이와 같은 박물관 트레이닝 세션에 참여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또한 큐레이터선생님께서 유물에 대한 조사를 맡겨주시면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도 맡았습니다.

  • [행사 참석]

    학예 업무 외에도 영국박물관은 배움의 기회가 많은 곳입니다. 대표적으로 영국박물관에는 각 분야의 스태프가 자신이 준비하는 전시 또는 프로젝트를 소개함으로써 다른 부서의 사람들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관내 프로그램이 자주 열립니다. 이번 달에 저는 Mumbai+London talk와 Hiroshige Staff Preview에 참여하였습니다. 첫번째 프로그램은 런던에 위치한 영국박물관과 뭄바이에 위치한 Chhatrapati Shivaji Maharaj Vastu Sangrahalaya(CSMVS) 사이의 코큐레이팅(co-curating)에 관한 talk였습니다.

    umbai+London talk와 Hiroshige Staff Preview에 참석한 모습

    두번째 프로그램은 영국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Hiroshige: artist of the open road” 의 전시 구성에 대한 간략한 talk와 스태프들을 위한 preview session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17세기 조선회화사를 전공하며 관심 분야가 굉장히 구체화되었던 제가 익숙한 렌즈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큰 틀에서 미술사를 조망하게 되는 값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관인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해 견문을 넓히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문화원에서 주최한 K-Culture Forum에도 참석한 모습

    최근에는 문화원에서 주최한 K-Culture Forum에도 참석했습니다. 강연들을 들으며 저는 미술사 연구 및 업무에서 ‘한국적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 3. 생활

    영국에서 인턴을 하는 가장 큰 장점은 문화 생활이 풍부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영국박물관의 Staff Pass를 사용하면 영국 내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장점을 활용하여 이번 달에 본 전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Siena: The Rise of Painting, 1300‒1350, the National Gallery]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도시인 시에나의 14세기 회화와 조각, 공예가 어떻게 유럽의 예술에 기여했는지 살핀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national gallery에서는 흩어진 panel들을 다시 모아서 alterpiece의 원형을 재연하는 노력을 가했습니다.

    Siena: The Rise of Painting, 1300‒1350, the National Gallery] 1

    Siena: The Rise of Painting, 1300‒1350, the National Gallery] 2

    시에네제 화파의 대가인 Duccio의 Maestà 또한 이 전시를 위해 복원된 predella(altarpiece base) 중 하나였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관람객들에게 옛 작품들이 향유되었던 본래의 맥락을 재구성하여 공유하려는 national gallery 측의 노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Siena: The Rise of Painting, 1300‒1350, the National Gallery] 3

    시에나의 화가와 조각가들이 협업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섹션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평소에 ‘조각이 회화적’이라는 설명이 다소 추상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 회화적인 지점을 정확히 짚어 주는 한편 그 ‘회화성’이 어떤 동시대 그림들과 연결되는지 소개를 해주어서 직관적으로 와닿았습니다.

    Siena: The Rise of Painting, 1300‒1350, the National Gallery] 4

     FRONT It is a universal story of unexplained absence, parental worry and youthful rebellion. Visiting the Temple, Christ slipped away from his parents to debate with the elders. Uniquely, Simone Martini presents the moment after his return. With all extraneous setting removed, a remonstrating father shepherds a defiant son towards his anxious, waiting mother. Signed and dated 1342, this is Simone's last surviving work. It may have been made for a client in Avignon, perhaps to commemorate a churchman's decision to serve God instead of his earthly family.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마지막 섹션에 소개된 Christ Discovered in the Temple 입니다. 작품의 내용이 꽤 흥미로운데, 그 스토리를 레이블에 재미있게 녹여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언젠가 내공이 쌓이면 이렇게 위트있는 레이블을 써보고 싶습니다.

    [The Genesis Exhibition: Do Ho Suh: Walk the House, Tate Modern]

    주거에 대한 고민이 담긴 서도호 작가의 전시를 Tate Modern에서 관람했습니다. 서도호 작가의 전시는 2024년에 국제갤러리에서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큰 규모의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인상이 깊었습니다. 큰 작품들이 가벽처럼 작용해서 나름의 동선을 따라 전시를 감상하게 되는 경험도 재밌었습니다.

    서도호 작가의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인상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집을 탁본으로 떠서 종이에 옮긴 Rubbing Project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서도호 작가는 경첩과 현판, 누대 등 세세한 부분들을 탁본으로 떠서 추억이 담긴 집의 모양을 고스란히 옮겨냈습니다. 역사적으로 탁본은 바위나 금속에 새겨진 기록을 종이에 옮겨서 그 내용을 영원히 보존하고자 고안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 측면에서 탁본이라는 제작 행위는 사적인 추억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작가의 의지와 잘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Edvard Munch Portraits,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 절규 >로 알려진 뭉크의 초상화 전시를 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감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상화는 커미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주문자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됩니다. 반면 뭉크는 자신의 관념에 따라 표현하고 싶은대로 대상을 그려냈습니다. 뭉크의 시각이 적극적으로 투사된 초상화를 받은 주문자가 과연 마음에 들어 했을지,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뭉크의 초상화 전시 1

    뭉크의 초상화 전시 2

    그 외에도 National Portrait Gallery에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초상화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Hiroshige: artist of the open road, the British Museum]

     에도시대의 우키요에를 조명한 전시 1

     에도시대의 우키요에를 조명한 전시 2

    히로시게의 작품 세계를 통해 에도시대의 우키요에를 조명한 전시입니다. 갤러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hanging scroll’들로 이뤄진 전시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전시에서 히로시게의 작품들은 축화를 연상시키도록 종이 위에 디스플레이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장황/ 감상 방식인 축화가 나열된 전시 공간을 걷는 감상자들은 히로시게의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일본의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감상자들에게 작품의 배경을 충분히 소개해 준 점 또한 인상깊었습니다. 일례로 우키요에로 꾸며진 부채를 소개한 섹션에서 1) 일본의 부채를 소개하고 2) 부채를 든 사람들이 그려진 동시대 그림들을 통해 에도시대에 부채가 사용된 맥락을 설명한 뒤 3) 우키요에로 꾸며진 부채들을 마지막에 디스플레이한 구성이 굉장히 친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전시의 예상 감상층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히로시게의 legacy를 소개한 마지막 섹션에서 고흐가 소장한 히로시게의 작품을 반고흐박물관으로부터 대여받아 전시한 점 또한 주목되는 전시 포인트였습니다. 유럽의 화가들이 히로시게의 화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감상자들은 고흐가 실제로 소장했던 그림을 직접 마주함으로써 당시의 화가들이 그로부터 받았을 영감을 재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북마켓이 열린 모습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얻지 못했을 값진 경험들을 아름다운 도시에서 하루하루 쌓아가고 있습니다. 저를 항상 도와주시는 상아 선생님과 제게 따뜻하게 다가와준 박물관 동료들, 이 기회를 마련해 주신 KF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두리며 이번 달 보고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