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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더 이상 수업은 없고, 기말고사 재시험을 보거나, 시험을 아직 보지 않은 학생들이 있어서 아직 학기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한국과 다른 점이 재시험 제도가 있어서, 기말고사를 잘 보지 못한 학생들은 다시 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시험 시간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방학 때 학교는 보통 저녁 7시 정도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연구실/강의실에서 그전에는 나가야 합니다. 한번은 저녁을 먹고 와서 다시 학교로 가려고 했는데 문이 닫혀서 연구실에 기숙사 열쇠가 있었던 터라 아침까지 밖에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6월에 접어들면 시베리아도 매우 덥습니다. 이곳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일절 없습니다. 일교차가 다소 큰 편이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날씨가 바뀝니다. 비가 왔다 개었다가 천둥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몰려오거나 합니다. 며칠 전 기숙사 바로 앞에 있던 자작나무가 번개에 맞는 걸 봤습니다. 다음날 밖에 나가보니 전봇대가 쓰러져 있고,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종종 일어납니다. 또한 난방이나 온수가 나오지 않아 실내에만 있으면 겨울보다 쌀쌀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가끔 물이 아예 나오지 않기도 하고, 비가 많이 오면 기숙사 건물 전체 전기가 나가곤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이곳에선 일상입니다. 아카뎀 고로독은 노보시비르스크에 속해 있지만, 외부지역과는 차단되어 있는 듯한 이곳만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실시간 날씨도 시내와 다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정말 모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야외 벤치 같은 곳에 10분 정도 있으면 모기들이 온몸에 달라붙습니다. 보통 한국의 산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저는 현재 발바닥부터 팔다리, 등, 목, 얼굴까지 온몸에 모기에 물린 상태입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따로 없어서 창문을 자주 열어놓기 때문에 실내 역시 모기들이 많고 벌도 많습니다. 학교가 있는 아카뎀 고로독이 숲 속인지라 곤충이나 벌레들이 많습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진드기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거의 매일 진드기 홍반열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온도차나 물에 의한 두드러기 증상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두드러기는 계속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클레쉬라는 벌레는 잘못 물리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숲 길을 지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에 오시는 선생님께서는 모기, 벌, 바퀴벌레, 진드기 등 곤충과 벌레에 관련된 의약품과 손전등을 꼭 챙겨오시면 매우 유용하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가끔 바퀴벌레가 있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한국의 편의점 만큼 러시아에는 약국이 많습니다.
6월 말 정도 되면 기숙사가 매우 조용해집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 대부분이 학기가 끝나고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거나 고향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타 지역에 비해 한국인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저의 숙소는 방은 따로 쓰고,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2인실이지만, 서류상으로 1인실로 되어 있어서 1인실 비용을 내고 있습니다. 만약 방이 부족할 경우 이곳에 4명이 지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가급적 그러한 상황은 오지 않도록 고군분투 중입니다. 7월이 되면 썸머스쿨 수업을 듣기 위해 외국에서 많은 학생들과 인턴쉽을 하는 학생들이 온다고 합니다.
이곳은 시베리아 한복판입니다. 저는 이곳에 오자마자 베란다 쌓인 눈 위에 새까맣게 죽은 새를 치우는 것부터 러시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카뎀고로독은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이곳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흐루시초프에 의해 계획 건설된 소련 과학 연구의 본거지입니다. 소비에트 시절의 건물들과 더불어 핵 물리 연구소, 무기화학 연구소, 화학 연구소 등의 수십 개의 과학 연구소가 있는 러시아 최대 과학연구단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부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비자, 그 외 서류들이나 기숙사 등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최소한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이곳의 시스템입니다. 여름 동안 저는 반드시 기숙사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엔게우 지도

시베리아 과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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