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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영국은 한국과 매우 달리 무척 선선했습니다. 며칠간 해가 쨍쩅해서 여름다운 여름이 찾아오려나 했는데 금세 더위가 꺾이더군요.
지난 몇개월간은 박물관 데이터베이스를 현행화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기 입력된 내용이 잘못된 경우 이를 모두 수정하였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이라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소장품 전수를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반인들이 영국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한국 소장품을 검색했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글로 된 정보 입력을 마친 후에는 작가가 촬영한 사진 파일들을 업로드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사진은 아직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반인들도 열람 및 저장을 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작품과 작가에 대한 간단한 자료 조사도 진행하였습니다. 작가 약력 및 주요 전시, 대표 작품, 관련 참고자료 등을 정리하여 문서화 하고, 현 소장품 위치와 상태들을 간단하게 점검하였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사진이 누락된 작품들을 찾아서 사진도 찍어 올렸고요. 소장품 위치 및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박물관 내 수장고들을 한 번씩은 다 돌아본 것 같네요. 6월 마지막 주에는 박물관 외부에 따로 마련된 수장고에도 다녀왔습니다. 수장고 나들이를 다니며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근현대 작품은 주로 판화이고, 추상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색감도 예쁘고 표면 처리나 프린트 방식이 흥미로운 작품들도 무척 많은데, 한국실이 협소해서 이 좋은 작품들이 다 전시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남은 한 달 동안은 고려시대 금속공예품 수장고를 재정비할 계획입니다. 수 백년, 거의 천 년도 더 된 유물을 다루어야 해서 긴장되는 한편 실물로 가까이 관찰할 수 있음에 설레기도 합니다. 작업량이 꽤 많아서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듯하네요.
아직 한 달 남았지만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사무 공간으로 들어서는 문을 열면서,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수장고에 들락날락 하면서 요새는 애틋함을 느낍니다. 지금은 매일 매일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이 길이 다음 번에 제가 다시 이 곳에 왔을 때는 발 들이기 힘든 길이 되어있을 테니까요. 아쉬움 많이 남기지 않도록 남은 한 달 동안 부지런히 박물관을 탐험해야겠습니다.

Blythe House - BM section 1

Blythe House - BM sect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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