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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업무
• 수업
앞으로 두 학기 동안 진행할 수업의 첫 단추를 꿰는, 매 시간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웰슬리대학교에서는 이번 학기에 초급, 중급, 고급 한국어 수업이 총 3개 개설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인턴으로서 제가 맡은 역할은 기본적으로 초급, 중급 한국어 수업에서의 실습 수업(Drill Class)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어 수업은 주 4회 70분씩 편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2회는 강의로, 2회는 실습 수업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강의 시간은 교수자가 학생들에게 외국어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실습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배운 것을 여러 번 말하는 연습을 하고 친숙해지도록 만듦으로써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2주 동안에는 여기 계신 교수님들이 실습 수업을 진행해 주셨고, 저는 모든 수업에 참관하여 앞으로 제가 할 일에 대해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수업 자료와 교안을 직접 준비하고 그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어서 아직도 능수능란하게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만큼 매 순간마다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 행사
개강 직전인 9월 1일에는 ‘Academic Fair’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주최하는 일종의 ‘강의 박람회’ 같은 것인데, 교수 및 학과 교직원들이 전공과 강의에 대한 소개 자료들을 준비해 오면 학생들이 각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정보를 얻고 질문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짐을 풀어놓은 지 이틀 만에 참여한 행사라 아직 어떨떨한 가운데에서도 놀란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한국어 수업, 그리고 수업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서 수많은 전공과 강의 부스 사이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한국어 수업 부스였지만, 학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강의 소개를 듣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았던 한국의 위치를 몸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강의와 전공을 홍보하는 방식 자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기도 어려운 풍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학에서의 주체는 학생이고,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더 적절하고 유익한 강의를 듣도록 도와 주는 것이 교수자들의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러한 풍경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생활
타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게 된 것도 처음이거니와 미국 땅을 밟은 것도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상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크게 적응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것은 아직까지 없어서,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곳 생활에서 좋은 점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너무나도 아름다운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전의 정신없고 바빴던 생활들이 맑게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한국에서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지난날과 현재에 대해서 좀더 깊은 곳까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자 대학에서 남자 인턴 선생님으로 지내는 것이 아직은 많이 어색하지만, 이곳의 학생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매우 착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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