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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는 매일매일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인지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3개월 차 보고서를 제출할 때가 되었네요. 4월 말에 접어드니 쌀쌀 하기만 했던 런던도 제법 따뜻해졌습니다. 3개월 차에 접어든 이번 달에는 어느정도 이곳의 생활에 적응을 하여 박물관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지난 달에 이어 영국박물관 내의 유물들의 사진을 고화질 파일로 교체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영국박물관 내에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우리나라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집중적으로 이 유물들을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사진자료 자체가 누락된 유물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과업을 통해 누락된 자료들을 채워나가고 화질이 좋지 않은 자료들을 고화질 자료로 바꾸어 추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장기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일과 기타 학예 업무를 위한 자료조사 이외에도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학생 및 일반인들을 위한 Gallery Talk와 Handling Session과 같은 행사들에 참가하여 큐레이터 선생님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Gallery Talk는 지난 달 보고서에서 이야기했던 Staff Breakfast와 유사하지만 그 대상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생과 일반인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두 행사 모두 큐레이터가 직접 자신이 기획한 전시에 대해 심도 있는 설명을 제공하여 주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최근 한국 전시실 담당 큐레이터인 Eleanor Hyun 선생님께서 영국박물관 한국 전시실 내의 ‘사랑방’에 대해 설명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 목조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은 북한 미술과 관련된 유물들을 꽤 소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의 회화와 도자 등 분단 이후 북한에서 제작된 미술품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놀랍게도 영국 내의 많은 학생들이 한국을 비롯하여 북한의 문화와 정치, 그리고 미술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영국박물관 내의 북한 미술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더 깊게 배워보고자 열람 신청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박물관에서 전시되어 있지 않은 유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큐레이터에게 설명을 듣고 연구하는 일을 Reviewing session이라 부릅니다. 박물관의 기능이 단지 보여주는 일방적 역할에 멈추는 것이 아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국박물관 내에 드디어 한국 유물 담당 보존 전문가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5월부터는 보존 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업무를 맡을 예정입니다. 총 6개월 인턴 시기 중 절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남은 반도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히 업무에 집중하고 인턴답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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